[역사 속 공간] 이 좋은 풍광에 피비린 역사가제1320호지난 5월6일 유니온약품그룹의 석파문화원서울미술관은 서울시 유형문화재 26호인 서울 종로구 부암동 ‘석파정’을 국가문화재로 승격시키는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 이곳은 영조 때 판서를 지낸 조정만이 처음 별서(교외에 한적하게 따로 지은 집)로 조성한 곳이다. 석파정 들머리의 바위에 새긴 ‘소수운렴암’(…
팍스 몽골리카, 인류 최초의 세계화 <칭기스의 교환>제1319호1~2세기 지중해 문명권은 로마제국의 강력한 힘에 기반한 ‘팍스 로마나’(Pax Romana·로마의 평화)를 누렸다. 19세기엔 해양제국 영국이 전세계를 누빈 ‘팍스 브리태니카’, 20세기 후반엔 신흥 초강대국 미국이 세계 질서를 주도한 ‘팍스 아메리카나’가 있었다. 국제정치에서 ‘팍스 ○○○’...
[몸생물학] 젖샘은 인간을 규정한다제1319호스웨덴의 분류학자 칼 폰 린네는 1735년, 이후 모든 생물분류의 기원이 된 책 <자연의 체계>에서 사람을 최초로 생물분류학 범주에 넣었습니다. 이전까지 사람은 귀한 존재라고 여겨 동물 범주에 넣지 않았는데 파격적인 시도였죠. 이 분류법에 따르면 사람은 동물계 척추동물문 포유강 영장목 사람과에...
[부부영수증] 개구리가 침대 옆에 ‘떡’제1319호하지가 지나고 여름의 문이 열렸다. 오래된 시골집에서 여름나기를 앞두고 우리 부부는 이른 봄부터 부지런히 몸을 움직여야 했다. 높은 빌딩과 아파트에 둘러싸인 도시에서 계절 변화 앞에 달라지는 건 겨우 걸쳐 입는 옷의 두께 정도, 해야 할 일 역시 옷장 정리뿐이었다. 남해에선 새 계절이 오기 전에 미리...
[뉴스 큐레이터] 시간이 만들어낸 얼굴이 좋다제1319호‘BOPO’라는 말이 있다. ‘보디 포지티비티’(Body Positivity)의 줄임말로 자신의 몸을 긍정하는 움직임이다. 마르지 않은 몸, 하얗지 않은 몸, 젊지 않은 몸, 장애가 있는 몸 긍정하기. 획일적인 미의 기준에 자신을 맞추지 말자는 캠페인이 사회 전반으로 퍼지면서 이에...
[아무몸] 누가 나를 돌볼까, 나는 누굴 돌볼까제1319호“뭘 이런 걸 사와. 혼자 사니 노후 걱정 많을 텐데.” 동네 개들 모이는 데 오렌지를 사들고 갔더니 웰시코기 풍이 아빠가 이런다. 뭐지? 이 급작스러운 동정의 일격은? 가족이 있으면 노후 걱정 안 하나? 속이 배배 꼬였지만 웃으며 오렌지 껍질을 깠다. 풍이는 내 반려견 몽덕이 친구다. 개 때문에 참았다....
[독서방역본부] 의료진을 어떻게 위로할 수 있을까제1319호괜히 화가 나고 분노에 떤다. 다 밉다. 일찍 퇴근하는 사람들이 얄밉고, 가뿐해 보이는 걸음이 보기 싫다. 여행을 갔다 왔다거나 어느 날 친구를 만나 술 한잔했다는 말도 듣기 싫다, 샘이 난다. 화가 치밀고 욱하는 내 마음을 본다. 다 싫다. 내 마음 나도 어쩔 수 없다. 하소연을 퍼부어도 ...
[세상바꾼동물] 군인 194명을 구한 비둘기제1319호도시에서 가장 흔하고 사소한 동물이 비둘기다. 내가 비둘기를 처음 진지하게 생각한 것은 어느 공원에서 다리를 저는 비둘기를 보았을 때다. 그 뒤로 비둘기를 유심히 쳐다봤는데, 열 마리 중 한 마리꼴로 발가락이 잘리거나 뭉개져 있었다. 그 원인에 대해선 과학자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비둘기나 우…
[TV직시] 온몸에 진흙 칠하고 버텨온 여성 희극인들제1319호‘너구나?’ ‘미녀 개그우먼’ ‘비호감’. 6월18일 방송된 KBS <다큐 인사이트-개그우먼>(이하 <개그우먼>)은 여성 희극인을 옭아매온 대표적 열쇳말을 정확히 짚으며 시작된다. 2008년 KBS 23기 공채 개그맨으로 들어온 오나미는 자신이 못생겼다...
[책의 일] 선생님, 여여하시지요?제1318호‘여여(如如)하다’라는 말이 있다. ‘여여’란 흔들리지 않고 변함없는 마음이나 모습을 의미한다. 조금 더 찾아보니 ‘본연 그대로의 모습’이라는 산스크리트어 ‘타타타’(tatahta)를 한자어로 의역한 것이라고. 이 말을 알게 된 건 15년 전 인문학자 김경집 선생님에게서 받은 전자우편에서였다.선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