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관계망이 죽음의 그물 될 때제1321호올해로 한국전쟁 발발 70주년을 맞았다. 동족상잔의 내전이었던 한국전쟁은 참전 군인뿐 아니라 민간인 사망자와 실종자가 최대 200만 명에 이를 만큼 참혹했다. 전투원보다 비무장 민간인 피해가 컸던데다, 단순히 ‘부수적 피해’가 아니라 국가권력과 그것을 뒷배 삼은 세력이 자행한 의도적 학살이 되풀이됐…
[아무몸] 어쩔 수 없는 나여도 괜찮다제1321호“뼈 빼고 다 빼드립니다.” 동네 전신주마다 광고 전단이 붙어 있다. 살은 자기 관리 실패의 은유가 됐다. 몸무게뿐만 아니라 존재의 가치까지 재버리는 체중계에서 자유롭기 힘들다. 나는 이곳에서 배척당하지 않을 수 있는 몸인가? 불안은 강력한 통제 수단이다. 미술비평 쪽 박사과정을 밟는 신지유(39·가명)…
DIY, 달고나 젓다가 빵도 만들고제1321호자급자족, DIY, 홈쿡, 홈카페, 셀프 라이프…. 코로나19 여파로 집에서 무언가를 직접 만들고 스스로 해결하는 ‘DIY’가 우리 일상에 자리를 잡았다. 6월28일 씨제이(CJ)대한통운이 3~4월 택배 물량을 분석해 펴낸 ‘일상생활 리포트’를 보면, DIY 관련 제품이 2019...
[몸생물학] 좋은 손, 나쁜 손, 이상한 손제1321호첫아이를 낳던 순간의 기억은 이제 희미합니다. 그 뒤 이어진 열 몇 해의 시간 흐름과 출산 뒤 인구 증가를 위해 진화 과정이 준비했다는 ‘망각 호르몬’(출산시 분비돼 산고를 잊게 해준다는 물질의 통칭. 산고를 생생하게 기억한다면 둘째 아이 낳는 이의 비율이 0에 수렴할 것이므로 이 호르몬이 필요하다는…
[여자의 문장] 세상 눈치 안 보는 책 읽기제1320호유익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지적인 책은 물론이고, 그렇지 않은 시시한 책들도 얼마든지 고를 수 있으며, 결국에는 거기서도 뭔가를 배우게 된다. 모든 것은 자신에게 달려 있다.-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읽거나 말거나>, 봄날의책, 7쪽, 2018년폴란드 시인 비스와바 쉼보...
[노 땡큐] 녹색의 가치제1320호<녹색평론> 발행인 김종철 선생님이 돌아가셨다. 선생님과 가까운 분들부터 나처럼 <녹색평론> 독자였던 사람들에 이르기까지, 여러 빛깔의 추모글이 계속 올라왔다. 그 글들을 통해 생전의 놀라운 일화를 알게 되고, 새삼 얼마나 많은 이가 선생님에게 깊은 존경과 애정을 품고...
[아빠도 몰랑] 나의 하루는 밤 9시에 시작된다제1320호다들 이런 경험을 해봤을 거다. 종일 일만 하다 누웠는데, 이대로 자는 게 너무 억울한 기분이 들 때. 분명히 지금 잠들어야 내일 제시간에 깰 수 있는데도, 내 정신이 잠을 거부할 때 말이다. 대단한 일을 하는 것도 아니고, 스마트폰이나 티브이를 보고 가벼운 책을 읽는 것 정도가 전부다. 하지만 뭔가 ...
[역사극장] 젊은 여성 동지를 팔아넘긴 배신자제1320호러시아 모스크바의 옛 코민테른기록관에서 발굴된 어느 문서에 한 인물의 정보가 쓰여 있다. 일제강점기 사회주의운동의 전설이라고도 할 김단야가 1937년 자필로 작성한 기밀문서에 말이다. 누군가에 관해 발언하고 있다. 식민지시대 반일운동 역사에 관심 가진 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음직한 인물이다.이자는…
[북경만보] 절망의 산에서 지팡이가 되어주다제1320호그해 여름부터 초겨울까지 거의 매일, 톈진의 집 근처 공원을 배회했다. 어학연수를 하던 대학교의 연수 동기들이 모두 귀국하자 외로움이 시도 때도 없이 밀려오던 시절이었다. 때마침 극심한 경제난에 봉착한데다 대학교 어학당에 낼 학비도 부족해서, 학교 대신 공원으로 출퇴근했다. 공원 안을 어슬렁거리…
[출판] 여자는 전쟁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제1320호벨라루스의 노벨문학상(2015년) 수상 작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는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2015년 국내 출간 제목)고 갈파했다. 그러나 직업군인이 아닌 여성들이 정치적 신념이나 대의를 위해 전쟁, 혁명, 독립투쟁에 직접 참여한 사례는 드물지 않다. 특히 20세기 전반기 스페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