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도 몰랑] 술잔과 젖병, ‘환상의 콜라보’제1323호“저기, 시간 되면 커피 한잔하러 안 가실래요?” 문화센터를 다닌 지 한 달쯤 됐을 때다. 수업을 마치고 센터를 막 나서려는데, 한 아기 아빠가 나를 불러세웠다. 회원끼리 커피 마시는 모임이 만들어졌으니 같이 가자는 이야기였다. 나도 문화센터에 온 다른 엄마 아빠들을 보면서 궁금하기는 했다. 어떤 사람…
[역사극장] 인정받지 못한 독립유공자 장재성제1323호1962년 3·1절 일간지에 이채로운 기사가 실렸다. 독립운동유공자 서훈을 받기로 예정된 한 인물의 자격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는 뉴스였다.“내각 사무처에 설치되어 있는 독립운동유공자심사위원회는 (1962년 2월)28일 하오 제3차 회의를 열고 수훈 대상자를 다시 검토한 끝에, 단장을 받게 된 장재성씨에 대한...
[뉴스 큐레이터] 서 대위가 반 채우는 반도제1323호영화 <반도>의 평이 갈리고 있다. ‘<부산행>의 반도 안 돼서 <반도>냐!’ 외치는 자들과 ‘함부로 말하지 마세요. <반도>에도 사람 사니까’라며 지지하는 이들이다. 신파가 다소 아쉽다는 평도 있지만, “종말 이후 반도 풍경...
[뉴스 큐레이터] 피서는 미술관으로제1323호모나리자의 미소를 다시 볼 수 있다. 프랑스 파리 루브르박물관이 7월6일 4개월 만에 굳게 닫혔던 문을 열었다. 모나리자 앞에 바글바글 모인 사람들 틈에서 까치발 들며 겨우 보던 일은 이제 앞으로도 없을 것 같다. 루브르박물관은 시간당 500명으로 관람객을 제한하고, 사전에 시간별로 예매하는 등 새로...
[북경만보] 희로애락은 방광 조절 기술에 달렸다제1322호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나는 중국에 처음 오는 사람들에게 항상 이런 말을 했다. 중국에서 살아가려면 세 가지 ‘중국 특색’의 문제에 조심해야 한다고. 그 세 가지란 ‘중국식’ 길 건너기, 가짜 돈, 화장실이다. 물론 모두 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차이나’ 시절 이야기다. 도착하자마자 귀국 결심을 하게...
[독서방역본부] 스승이시여, 510쪽이 다 흐뭇합니다제1322호남편은 무슨 책을 그렇게 히히거리며 읽느냐고 한다. 꺾쇠 두 개로 그리는 스마일 표시를 웃길 때마다 그려넣었는데 한두 쪽마다 웃음을 짓고 있다. 아, 스승이시여. 510쪽이 다 흐뭇합니다. 탕누어 선생은 명예, 권력, 부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하는 소책자를 만들자는 데 동의하고 질문을 만들고 사색하고 쓰…
[내가 사랑한 동물] 동생 태평이를 입양한 임평씨제1322호지난해 작은딸은 경기도 성남 사기막골로 이사 갔습니다. 살고 있는 빌라 주차장에 길고양이 여러 마리가 산다고 합니다. 고양이 밥을 챙겨주는 사람이 많아서 다행이라고 했습니다. 지난여름 길고양이들이 한꺼번에 새끼를 여러 마리 낳았는데 한 마리가 버려졌는지, 외따로 돌아다니는데 영 신통찮다고 걱정…
[출판] 이 세계의 현실, 이 세계의 공포로제1322호코로나19 이후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세계’에 도착해서일까. 유독 또 다른 상상 세계가 친근하게 느껴진다. 이 세계는 어떤가. SF(과학소설) 작가 옥타비아 버틀러의 2005년 뱀파이어 소설 <쇼리>(프쉬케의숲 펴냄)와 연상호와 최규석의 만화 <지옥>...
[책의 일] 취업을 거부하자 창업이 왔다제1321호출판편집자들 사이에는 ‘마흔이 되면 실무는 끝’이라는 풍문이 떠돈다. 처음 출판사에 입사했을 때부터 선배들은 나에게 조언했다. 지금부터 중년을 대비해야 한다고. 편집자 생활 길어야 마흔까지라고. 그러다 술에 취하면 말했다. “야, 진짜 마흔 넘으면 어떡하냐… 귀농이라도 해야 하나….”마흔이 된 선배들…
[시험과 답] 덕업일치의 어려움제1321호큰아이 애린이 세상에 나왔을 때, 꼬물거리는 아기를 보며 세 가지를 소원했다. ‘몸은 건강하고, 마음은 편안하고, 머리는 호기심이 많은 아이로 자라나게 해주세요.’ 크게 욕심내지 않고 그것‘만’ 바란다고 여겼는데, 돌이켜보면 실로 많은 것을 바랐다. ‘모든’ 것을 바랐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런데도 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