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전자조작으로 형광을 띠게 한 글로피시들. 최초의 형질전환 반려동물이다. 글로피시 개발 업체인 요크타운테크놀로지는 2017년 스펙트럼브랜즈에 인수됐다. 스펙트럼브랜즈 제공
1990년대 정보기술 기업 거품의 직격탄을 맞고 실의에 빠져 있던 두 청년 사업가 리처드 크로켓과 앨런 블레이크에게 괜찮은 생각 하나가 떠올랐다. GFP 유전자를 넣은 형질전환 물고기를 관상어로 팔면 어떨까? 기술은 이미 나와 있었다. 싱가포르국립대학 연구진이 수질이 나빠지면 ‘네온사인’을 켜는 수질 경보용 물고기를 만들고 있었다. 그들은 이미 제브라피시의 배아에 GFP 유전자를 쏘아 ‘형광 제브라피시’를 만드는 단계까지 나아가 있었다. 글로피시가 번식해도 소유주는 글로피시 두 청년은 ‘요크타운테크놀로지’라는 업체를 만들고 이 기술을 가져온다. 그리고 ‘글로피시’(GloFish)라는 이름으로 미국 시장에 내다 판다. 시장의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물고기를 탈색해 염색하는 기존 방법보다 훨씬 고통을 적게 주었고 색깔도 더 예뻤다. 온라인쇼핑 아마존에선 ‘글로피시 라이브 컬렉션’이 전용 물고기 밥과 함께 85달러에 팔린다. ‘일상에 색채를!’라는 홍보 문구와 함께 다음과 같은 말이 이어진다. “글로피시는 화려한 색깔을 가지고 태어났습니다. 색소를 주입하거나 염색한 물고기가 아닙니다. 글로피시는 죽을 때까지 가는 화려하고 건강한 비늘을 부모에게서 물려받았습니다. 글로피시는 가정과 사무실, 교실에 놔두기 좋습니다!” 나이키가 나이키인 것처럼, 글로피시는 글로피시다. 지금 바로 구글에 쳐보면 알겠지만, 글로피시 옆에는 특허 상품임을 표시하는 Ⓡ 기호가 항상 따라다닌다. 글로피시가 번식해도 그것은 반려인 소유가 아니다. 글로피시를 만든 회사 것이다. 과거에 우리가 동물 유전자에 손대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다만 그것은 아주 장기적이고 우연적인 방식이었다. 알프스 목장의 양치기 개나 북극의 썰매견은 하루아침에 태어나지 않았다. 근대사회가 되면서 축산업이 발전해 동물 유전자의 변화 속도가 빨라지긴 했다. 하지만 그때는 유전자조작이 전통적 방식, 즉 특정 형질을 지닌 정자와 난자가 만나는 것으로 이뤄졌다. 인공수정도 이런 점에서 여전히 전통적이다. 그러나 유전자편집은 새로운 차원의 일이다. 온코마우스의 경우는 의학 목적이라 치더라도, 글로피시처럼 인간의 미적 가치를 충족하기 위해 동물 유전자를 바꾸어도 되는 것일까. 지금은 괴이하게 여기지만, 독특한 미적 감각이 있는 사람들을 위해 형광 고양이와 형광 개를 판다면? (둘은 이미 실험실에서 완성됐다. 형광 개 ‘루피’는 이병천 서울대 교수의 작품이다.)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유전자를 없앤 저자극성 고양이는 또 어떤가? 인간은 편리함에 쉽게 항복하는 습성이 있다. 저자극성 고양이는 초기 감정적 저어함을 극복하고 인기를 끌 것이다. 알레르기 프리 고양이, 꼬리 없는 돼지 이런 경우도 있다. 공장식 축산 농장에서는 돼지의 꼬리를 자른다. 다른 돼지들이 뒤에서 꼬리를 무는 것을 막기 위해 새끼일 때 미리 꼬리를 자르는 것(단미)이다. 동물보호 운동가들이 대표적인 동물복지 저해 행위로 지적하는 부분이다. 그렇다면 형질전환으로 꼬리 없는 돼지를 만든다면? 유전자편집 기술은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유전자조작이 동물의 고통을 일정 부분 해소해준다면, 타 생명체의 고통에 공감하는 전통적 생명윤리도 도전받을 것이다. 어쩌면 죄의식 없이 고기를 먹을 수 있는 시대가 올지 모른다. 그것이 인간과 동물에게 이상적일지는 잘 모르겠지만. 남종영 <한겨레> 기자 fandg@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