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찾아 동네 한 바퀴제1300호“팥시루떡으로 준비해주세요.” 지난해 12월 초, 경기도 수원의 살림집을 정리하고 경남 남해로 이사 오며 잊지 않고 챙긴 것은 마을에 돌릴 떡을 미리 주문해두는 것이었다. 사실 거창하게 ‘이사’라기보단, 거처를 옮기는 일에 가까웠다. 이미 여름 중순부터 마을 입구에 자리한 폐교 건물을 임시 거처 ...
보도연맹은 그의 손에서 태어났다제1300호1949년 4월20일 서울시경찰국 한 회의실에서 국민보도연맹(이하 보도연맹)이 창설됐다. ‘보도’(保導)라는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좌익 사상에서 국민을 보호하고 지도해 올바른 길로 이끄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대표(간사장)는 민주주의민족전선 중앙위원이던 박우천이 맡았다. 솔직히 현대사 연구자에게도 ...
노란문을 열면 뽀글머리 준호형이 있었다 제1300호준호 형! 오스카상 4관왕 달성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형의 영화가 놀라운 기세로 주요 부문을 석권하며 마침내 작품상까지 거머쥔 2월10일 월요일 오후 2시쯤, 저는 이번 달에도 턱없이 부족한 월세와 각종 공과금, 생활비와 활동비를 벌기 위해 편의점에서 정신없이 바코드를 찍다가 막 나온 참이었어요. 실은 ...
봉준호의 ‘가장 완벽한 계획’제1300호이거 실화냐?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4개 부문 상을 휩쓸었다. 칸이나 베를린, 베네치아(베니스)의 영화상에서 한국 영화가 수상한 적은 꽤 있었지만, 주로 할리우드 대작 영화들이 받아온 아카데미상을 4개씩이나 받은 것은 상상치 못한 이변이다. 아시아 감독이 자국 언어...
레닌에게 면박당했다는 소문의 정체 제1299호잡지 <이러타> 1931년 8월호에는 이동휘(1873~1935)에 관한 흥미롭지만 자못 기이한 에피소드가 실려 있다. 이동휘가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레닌과 회견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 자리에서 봉변당했다는 얘기다. 조선 실정에 관한 무지로 레닌에게서 책망받았다는 거였다. ...
트롯걸은 트롯맨이 부럽다제1299호TV조선 <내일은 미스터트롯>(이하 <미스터트롯>)이 1월30일, 방송 5회 만에 시청률 25.7%(닐슨코리아)를 기록하며 종합편성채널 최고시청률을 경신했다. 지난해 방송된 <내일은 미스트롯>(이하 <미스트롯>) ...
<고난과 웃음의 나라>외 신간안내제1299호고난과 웃음의 나라 정병호 지음, 창비 펴냄, 1만8천원 북한을 10여 차례 방문한 문화인류학자가 쓴 북한의 삶과 문화에 대한 현장기록. 김정은 체제 이후 자본주의를 방불케 하는 변화상의 세밀한 묘사와 더불어 북한 사람들의 정서와 행동 유형, 가치관에 대한 문화인류학적 분석과 통찰이 남다르다. ...
당신의 가장 깊은 속제1299호내 몸의 가장 무거운 곳. 체중으로 보면 근육, 장기로 보자면 뇌 또는 간이다. 여기에 한 가지를 추가하고 싶다. 호흡. 춤을 추면서 근육과 머리보다 더 묵직한 실체는 호흡이 아닐까 생각하게 됐다. 호흡이 아래로 떨어지면 에너지가 뻗어나가지 못하고 몸은 축 처진다. 한숨 쉴 때처럼. 가볍고 부드럽게, 그러니까...
한 치 앞만 보며 살자제1299호학기 중에는 30분씩 일찍 일어나 맑은 정신으로 눈썹을 그리던 아이가 방학이 되자 점점 늦게까지 잠을 자더니 급기야 해가 중천에 뜰 때 일어난다. 어떤 날은 완벽하게 12시간 이상 잔다. 꿈을 향해 한발 한발 다가가는 중이란다. 내 아이의 요즘 장래 희망은 ‘팔등신’이다. 많이 자야 많이...
가해자와 피해자가 없는 가족제1298호전남 나주에서 태어났고 시집도 멀지 않은 곳으로 가 60여 년을 땅에 박힌 당근처럼 살아온 농민 여성 김씨가 있다. 그는 아홉 살에 집안일을 시작했고, 열다섯 살 때부터 돈을 벌어 평생 노동의 흔적이 몸과 마음에 새겨져 있다. 맞기도 많이 맞은데다 징그러운 고난을 겪어서 누구보다 아픔을 잘 알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