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과답] 사는 곳으로 성적을 결정했다제1329호 이 전례 없는 시대에 벌어지는 일은 다 거대한 ‘사회적 실험’ 같다. 일부러 계획해서 한다면 이 막대한 비용과 혼란을 감당할 만한 국가는 하나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거의 모든 나라가, 사회 각 영역에서 크고 작은 실험을 한다. 코로나19로 국가고사를 볼 수 없게 되자, 공정한 평가를 위해 영국 정…
베스트셀러 못 내는 출판사제1329호 출판 일을 한 지 14년이 넘었다. 이제껏 수많은 책을 냈지만 내가 만든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적은 한 번도 없다. 베스트셀러 한 번 기획해본 적 없는 편집자가 역시 베스트셀러를 기획해본 적 없는 편집자와 함께 창업했으니 애초에 베스트셀러는 꿈도 꿀 수 없는 출판사다. 그럼에도 처음 창업을 준비할 ...
[출판] 열심히 독감 기사 쓰고 오명 쓴 사연제1329호 2020년 지구는 ‘코로나 행성’으로 변했다. 방역 모범국으로 꼽히던 우리나라에서도 8월 중순부터 재확산 기세가 무섭다. 사태가 갑자기 위험수위로 치달은 데는 막무가내로 방역 지침을 무시하는 일부 개신교도와 극우 유튜버의 무지와 선동, 가짜뉴스가 큰 몫을 한다.기자 출신 미생물학·역학 전문가 안종주…
[노 땡큐] 이것은 ‘갈등’이 아니다제1329호 “코로나로 인해 여러 가지 사회적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이 부분에 대해서 또 다른 갈등을 유발하는 것 같아서….” 9월1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성교육 도서 회수 조치’에 대해 질문받은 여성가족부 장관의 답변이다. 이게 무슨 말이지? 잠시 멍해졌다가, 덕분에 사전까지 찾아보았다. #갈등…
[역사속 공간] 수도이전은 기득권과의 전쟁이다제1329호 “도읍을 옮기는 일은 세가대족(대대로 잘나가는 집안)이 싫어하는 일이다. 재상들은 송경(개성)에 오래 살아서 다른 곳으로 옮기기를 즐거워하지 않으니, 도읍을 옮기는 일이 어찌 그들의 뜻이겠는가?”1393년 2월 개성, 태조 이성계는 새 수도 후보지인 계룡산 자락을 살펴보려고 새벽부터 수레를 준비시켰다.…
<김군> 강상우 감독 “5.18 생존자 트라우마 치유 시급”제1329호 “5·18 민주화운동에 참여했던 광주분들은 여전히 고통 속에 살고 있었어요. 40년이 지나면서 물리적 아픔은 사라졌겠지만 서로 오해와 반목으로 마음속 후유증을 겪고 계신 분이 많았어요. 죄는 계엄군이 지었는데 왜 피해자들이 숨어 지내야 하는지 모순적인 현실이 마음 아팠습니다.”영화 <김군&...
[몸생물학] 자궁, 신체와 분리돼 존재하는 기관제1329호 영화라는 매체의 장점 중 하나는 각자가 상상하던 장면을 시각 이미지로 전달한다는 것이지요. 잘 만든 영화 속 장면은 그 영화의 주인공이나 줄거리보다 더 오래 뇌리에 각인돼 큰 울림을 줍니다. 제게도 인상 깊게 본 영화의 몇몇 장면이 사진처럼 찍혀 남아 있는데, 그중 하나가 1999년 개봉한 영화 <...
‘남매의 여름밤’ 윤단비 감독 “인위적인 건 못 견뎌요”제1329호 콩국수, 비빔국수, 잡채, 방울토마토, 포도 등 여름을 상징하는 다양한 음식과 과일을 다섯 식구가 나눠 먹는 장면들이 스크린 속에 펼쳐진다. 이쯤 되면 누구 한 사람이 소리를 질러야 하는 타이밍인데, 누군가 밥상을 엎고 나가야 하는데…? 그러나 가족은 아무 갈등 없이, 맛있게 식사를 마친다. 그동안 수…
[여자의 문장] 온몸이 담덩어리였던 여자제1328호 “얻고 싶었던 것을 얻었고 가고 싶었던 곳을 찾아가는 지금, 나는 그토록 갈망했던, 제 한 몸을 불살랐으나 결국 얻지 못하고 찾지 못한 채 중원에 묻힌 수많은 영혼들을 생각해야 한다. 그들을 대신해 조국에 가서 보고해야만 한다. 싸웠노라고, 조국을 위해 싸웠노라고. 나는 아들의 손을 움켜쥐었다. 그리…
[TV직시] 아이돌은 전문직이다제1328호 ‘숨듣명’(숨어 듣는 명곡)이라는 말이 있다. 가사나 콘셉트가 다소 유치하거나 황당해 내가 듣는다는 사실을 남에게 숨기고 싶지만, 묘한 중독성이 있어 몰래라도 듣게 되는 노래를 의미한다. 빠른 비트와 독특한 후렴구, 작사가를 심문하고 싶은 가사가 핵심이다보니 대개 아이돌 그룹의 댄스곡이다. 그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