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일즈우먼] 풍선값이 풍선처럼 불어나네제1341호 주진초등학교 운동회날은 전교 여학생들이 풍선을 들고 무용을 한답니다. 운동회 2주 전부터 장날이면 어른들은 풍선을 사 날랐습니다. 학교 앞 문구점에서도 풍선을 샀습니다. 주진초등학교 운동회에 쓸 풍선은 미리미리 다 준비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운동회날 남편은 풍선을 있는 대로 다 가져가보라고 합…
[여자의 문장] 지금 내 옆에 한 역사가 있구나제1341호 “세상은 다 남이 도와줘서 살아가는 거제요. 눈물 한번 훔쳐주고 콧물 한번 닦아주는 게 다 나중에 저한테 고대로 돌아오네요. 남들한테 베풀면서 살지 않으면 그거는 사는 게 아니네요.”빨치산 할머니 고계연의 말, 김서령 지음, <여자전>, 푸른역사 펴냄, 42쪽, 2017...
[출판] 나의 시절, 나의 집제1341호 첫 번째 집은 대구 북성로에 있었다. 일제강점기에 친일파가 읍성을 무너뜨리고 낸 신작로였다. 상가 사무실을 통과해 들어가면 마당이 나오는 독특한 구조였다. 2000년대 상경한 동생과 살림을 합쳐 들어간 서울 금호동 집에는 돌출창이 있었다. 1990년대에 지은 주택에 흔한 것이었다. 소설가 하재영은 ...
[인생 뭐야구] 내가 간파당했을 때 꿇을까 뚫을까제1341호 응?NC 다이노스 3루수 박석민이 1루와 2루 사이로 간다. 1~2루 사이에 수비수만 4명이다. 1루수, 2루수, 3루수 그리고 우익수가 모여 있다. 그렇다면 3루에는? 아무도 없다. 2~3루에는 그저 유격수만 있을 뿐. 왼쪽이 아주 휑하다. 타석에는 오재일(두산 베어스)...
[뉴스 큐레이터] ‘씨발’이 너무 많은 명작제1341호 배우 입에서 ‘씨발’ 소리가 많이 나오는 영화는 많다. 특히 사이코패스와의 갈등이 등장하는 스릴러나 공포영화가 그렇다. “4885, 너지?” 하는 대사로 유명한 <추격자>에서도, 두 사람이 말 그대로 ‘끝까지 가는’ 추격 스릴러 <끝까지 간다>에서도 쌍시옷이 들어가는 ...
[노랑클로버] 이파리 위 흠집도 사랑할 거야제1339호 10월 마지막 날 저녁, 긴 고민 끝에 반려식물을 입양했다. 오래전부터 내 방에서 반려생물을 기르는 것에 로망이 있었다. 동물을 키우고 싶었지만 언니에게 알레르기가 있었고, 엄마가 “우리 집에는 이미 식구가 많다”고 선을 그었다. 식물을 기르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했다.2018년 말 내 방이 따로 생긴 뒤,...
[청춘의 겨울] 데이트앱은 ‘오늘의 이성’을 알려줬다제1339호 불면이 잦아질 무렵, 잠 대신 빠지게 된 건 데이트앱이었다. 연애를 시작한 이래 언제나 ‘자만추’(자연스러운 만남 추구)였다. 앱으로 만남 상대를 찾는 건 인위적이고, 가볍고,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남성과의 진지한 관계에 데고 난 어느 날, 오히려 낭만성을 덜어낸 ‘차가운 친밀성’(온라인 공간에서 사적…
[역사극장] “3년 뒤 돌아올게”했던 남편이 해방 뒤 주검으로제1339호 “네가 옥에 갇힌 지 벌써 이태가 지났구나. 네 애비는 꿈이나 생시, 먹을 때나 쉴 때 언제고 오직 네가 무사히 돌아올 것만 축수하고 있다. 9월 그믐께 네 처가 편지로 예심에 회부되었다고 전해주더니, 어제는 다시금 네 병이 위독하다고 알렸더구나.”161살 김창숙이 감옥에 갇힌 아들 김찬기에게 쓴 편지의…
[유튜브 꿈나무] 업로드는 로또다제1339호직장인의 대표 허언이 ‘퇴사한다’와 ‘유튜브 한다’라고 한다. 주변에서도 뭐 좀 잘한다 싶으면 “너 그걸로 유튜브 해봐!”라고 서로 격려 아닌 격려를 한다. 유튜브는 어느새 사표처럼 가슴에 품고 다니는 치명적인 무언가가 된 모양이다. 내 영상의 조회수에 따라 칼같이 비례하는 수익이 통장에 꽂힌다. 이 단순명쾌한 거…
[출판] 한국 사회의 불안, 어떻게 해소하나?제1339호 “한국의 부모들은 ‘이런 이유’로 자식들에게 공부를 강요한다. 존중받지 못하는 고통, 무시당하는 고통이 얼마나 견디기 힘든지를 잘 아는지라, 부모들은 자식들이 힘들어한다는 걸 잘 알면서도 ‘지금 힘든 것은 아무것도 아니야. 나중에 돈 못 벌어서 무시당하는 고통에 비하면. 그러니까 참고 공부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