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땐뽀걸스’의 지현과 현빈이는 아직도 춤을 출까제1344호 내가 그 아이들이 궁금했던 까닭은 외롭기 때문인 거 같다. 이제 어른이 됐겠구나. ‘집콕’이 전문 분야인 나도 몇 주째 개랑만 지내다보니 사람이 그립다. 40대 중반이 되니, 누가 내 시간을 뭉텅이로 훔쳐간 것 같다. 황당해서 자꾸 뒤돌아보게 된다. 뭔가 ‘중요한 것’을 놓쳤다. 숙취해소제를…
[손바닥문학상 가작 수상작] 오늘의 팀제1344호 순옥은 죽기로 결심했다. 살지 말아야 할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딱히 살아야 할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가까스로 사는 것이 귀찮아졌다. 젊은 아이들은 인터넷으로 죽는 방법을 찾아보고 같이 죽을 사람을 구하기도 한다지만 순옥은 그런 것들을 할 줄 몰랐고 안다 해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죽는…
[여자의 문장] 오늘은 남은 날들의 첫날제1344호 너는 피멍이 든 채 떠날 것이다.너는 피멍이 든 채 떠날 테지만이것이 네게 시를 주리라. -이르사 데일리워드의 ‘시’ 부분, <뼈>, 김선형 옮김, 문학동네, 2019 경자년은 지독히 힘들었다. 정초부터 병이 나고 얼굴이 깨지고 구설에 시달리더니 1년 내내 갖은 일이 이어...
이기려면 미역국 먹는다?제1344호 밥을 말아 먹지 않는다. 경기를 말아먹을 것 같아서. 달걀프라이도 안 먹는다. 경기에서 깨질까봐. 미역국도 금물이다. 경기 때 미끄러지면 안 되니까. 운동선수들에게는 지극히 기본적인 금기 사항이다. 특히 일주일에 여섯 차례나 그라운드라는 전쟁터로 나가는 야구 선수라면 더욱 신중할 수밖에 없다. 하…
[몸생물학] 입덧하면 유산 확률은 낮다?제1344호 제가 매주 금요일 아침이면 꼬박꼬박 미리보기로 결제해서 보는 웹툰이 있습니다. 바로 다음 웹툰에서 연재되는 유영 작가의 <열무와 알타리>입니다. ‘열무’와 ‘알타리’는 이른둥이로 태어난 쌍둥이입니다. 남들보다 일찍 태어났기에, 조금 작고 조금 약해 그만큼 느리게 자라는 아이들을 키우는 ...
[출판] 내면의 ‘천사’를 쫓아낸 여성 화가들제1344호 다부진 눈매, 앙다문 입술, 삐딱하게 치켜든 턱. 그림 속 그녀는 다르다. 흔히 캔버스에 재현되는 여성의 표정이 아니다. 눈에 띄게 아름답지도, 슬프게 보이지도, 관능적이지도 않다. 그림 속 주인공은 중국 최초의 여성 유화가 판위량이다. 프랑스 파리 국립현대미술관에 작품을 전시했던 최초의 중국 여성…
너의 외로움은 나의 수익제1343호 데이트앱을 통해 쬐었던 가벼운 관심들은 꽤 따뜻했지만, 크고 작은 불똥이 튀었다. 상대방에게서 겪은 무례한 말들, 잠수 타기, 성희롱이 그랬다. 운 좋게 그 불똥들은 불길로 커지지 않았지만 흉터를 남겼다. 그 흉터가 ‘쉬운 여자’라는 낙인으로 읽히기도 했다. 혹은 왜 그렇게 불똥이 튈 것이 분명한 곳에…
[출판] 트럼프를 뽑은 그들은 누구인가제1343호 “리얼리티쇼 스타는 곧 대통령이 될 것이고 내가 사랑한 사람들은 그를 뽑았다.” 2016년 미국 대통령선거에선 러스트벨트(미국의 오대호 인근 제조업 중심 지대)의 몰표와 숨겨진 ‘수줍은(shy) 트럼프 지지자’로 인해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왔다. <러스트벨트의 밤과 낮>(오현아 옮김,...
“아저씨 사과를 봐서 참아요”제1343호 생전 처음 시작한 장사가 운 좋게 첫날부터 잘돼서 용기 내어 한 달 동안 열심히 뛸 수 있었습니다. 집 안에만 있다가 세상 밖으로 나가는 일이 쉽지 않아서 고민도 많이 했는데 정말 운이 좋았습니다. 생각지 못했는데 여러 사람이 도와줘 장사할 수 있었습니다.주머니에 넣은 것까지 얼마 부탁한 일도 없는…
[9월2일] 입사 동기 BTS, 내 열정 어디 갔니제1343호 사람 눈에는 보이지도 않는 작은 바이러스가 온 세상을 쥐고 흔든 2020년이 지나간다. 코로나19로 누구는 생명을 잃고 누구는 직장을 잃었다. ‘비대면’이 시대정신이 돼버린 세상을 거리두기, 모임 금지, 폐쇄와 봉쇄 같은 흉흉한 언어가 지배한다. 끝은커녕 진정될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 이 ‘전 지구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