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소통이 필요하지 않은 여기가 천국제1349호 나는 그림책을 좋아한다. 아이들은 컸지만 정이 든 그림책은 아직도 가지고 있다. 그림이 좋아서 좋을 때가 있고 한 줄 문장의 재치가 멋져서 두고 보기도 한다. 읽기 어렵다고 느껴지는 책이 그림책으로 나왔다면 사 보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간략하게 이해하고 시작하면 무엇이든 그렇게 막막하지 않다. 덕분...
총상 입은 뒤 스스로 권총을 겨눴다제1349호 제1346호(‘빨치산 아버지가 남긴 사진 4장’)에서 박종근의 삶을 소개했다. 지리산이나 신불산 지역에 비해 경북 쪽 양상이 덜 알려졌기 때문인지 그의 빨치산 활동이 어떠했는지를 묻는 분들이 있다. 미흡하나마 그에 답할 필요를 느낀다. 미국 국립기록관의 북한 노획 문서함 속에는 빨치산 시절 박종근이...
깔끔한 편집본엔 없는 ‘브이로그의 매력’제1349호 ‘…망했다!’촬영 분위기가 영 처참하다. 이렇게 된 이상 온 마음을 모아 마지막 희망을 건다. 편집. 편집만이 살길이다! 밋밋한 상황은 팍팍 쳐내고 여러 컴퓨터그래픽(CG)이나 자막으로 양념을 친다. 죽은 영상도 살려내는 편집의 기술은 심폐소생술이 따로 없다. 그런데 기껏 고생해서 편집해놨더니 오히...
[사주 중독기] 스펙보다 기대되는 업무운제1349호 ‘불확실한 미래에 사주 보는 젊은이 늘어나.’ 2030 사주 콘텐츠 유행을 다룬 기사들을 읽다가 이 문장이 걸렸다. 미래라는 뜻 자체가 ‘도래하지 않은 시간’이니 ‘불확실한 미래’는 ‘역전 앞’처럼 동어 반복이 아닌가 싶었다. 내 글에서도 같은 표현을 쓴 게 떠올라 얼른 초고를 확인했다. 다시 멈칫했다. ‘미...
[뉴스 큐레이터] 인생이 무기력하다고 느낄 땐 ‘소울’제1349호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최저 관객 수를 기록하던 극장가에 활력을 불어넣는 작품이 나타났다. 개봉 첫 주 만에 40만 관객 동원에 성공한 디즈니·픽사의 애니메이션 <소울> 얘기다.꿈을 이루는 이야기에 사람들은 열광한다. 하지만 꿈이 현실이 되고 나서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
문자 한 통으로 들여다보게 된 통장제1348호 “고객님의 보험료가 인상되었음을 알립니다.” 얼마 전 남편이 가입한 보험회사에서 문자 한 통이 왔다. 갱신된 보험료는 생각보다 큰 폭으로 올랐다. 매달 통장에서 자동이체로 빠져나가는 보험료에 무신경했던 남편은 그제야 본인이 가입한 보험 내용을 찾아 더듬더듬 읽어나갔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부모님이 가입한…
배아와 출생 사이, 언제부터 생명인가제1348호 육중한 문을 열자 이제는 익숙하지만 절대 친숙해지기는 어려울 듯한 냄새가 마스크를 아랑곳하지 않고 스며들어왔습니다. 불결함에서 오는 냄새는 아니었습니다. 실험용 동물을 키우는 곳이기에 먹이와 물은 늘 신선했고, 오물은 깨끗이 치워졌으며, 온도와 습도도 정확히 관리되고 있어 청결도로만 본다면, 며칠 피곤함…
모든 비즈니스는 ‘팬덤 경제’가 된다제1348호 김래아(來兒), 23살, 프로페셔널 작곡가를 꿈꾸며 2020년 10월 사운드클라우드에 첫 곡을 올렸다. 셀카를 좋아해서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종종 올린다. 하지만 목소리가 없다. 놀라지 말 것. 김래아는 LG전자에서 만든 가상인간이다. 컴퓨터그래픽으로 만들었다. 옷은 ‘셔터스톡’(이미지·동영...
여성의 내일, 내 일, 내일들제1348호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 다양한 여성의 목소리가 조금씩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는 걸 종종 감지한다. 때론 운동의 모습으로, 때론 저항의 모습으로, 때론 연대의 모습으로 이 목소리들은 나타난다. 으레 남성 몫으로 여겨졌던 자리에 여성이 서고, 여성 서사를 새로운 관점에서 조명하려는 시도도 더디지만 늘고 ...
[역사 속 공간] 조선 왕 넷 배출한 천하명당은 어디?제1348호 세종이 태조 6년(1397년) 4월10일 한양 ‘준수방 잠저’에서 태어났다.(<세종실록> 총서)태종이 ‘장의동 본궁’에 가서 건축하는 것을 두루 살펴봤다.(<태종실록> 1407년 8월16일)태종이 ‘영견방 본궁’을 수리하도록 지시했다.(&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