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양의 라쇼몽, 구로사와 아키라제818호 구로사와 아키라(1910~1998) 감독이 태어난 지 100년을 맞았다. 이 전설의 거장을 되새기는 특별전이 마련되었다. 7월1일부터 서울 한국영상자료원, 필름 포럼, 일본대사관 공보문화원과 부산 ‘시네마테크 부산’에서 두 달간 열린다(상영 일정 각 기관 홈페이지 참조. www.k...
꽃보다 초록제817호 ‘밀러의 사색길’에 들어섰다. 용버들은 잎이 배배 꼬였다. 파마머리 같은 잎들을 따라 초록의 명암도 꼬불꼬불하다. 그걸 다시 바람이 흔들어 명암을 섞는다. 서양 참나무, 느릅나무, 개복숭아 이파리가 색깔과 결을 달리하며 여기에 섞인다. 화투장의 단풍 이파리, 그 모양 그대로 아직 푸른 일본 단풍은 ...
치킨을 얻은 자 복이 있나니제816호 기름기 좔좔 흐르는 몸에 양념까지 끼얹으시고 식욕을 자극하는 향수까지 뿌리셨다. 거룩한 향기만 맡아도 침이 주르륵~. ‘치느님’ 아니 치킨이 2010 남아공 월드컵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월드컵은 치킨 대학살의 장’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한국 대표팀 경기가 있는 날엔 치킨 소비량이 천정부지...
우리 모두가 지도 제작자제815호 “측량을 배운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그런 욕망이 존재한다. 자신의 몸으로 세계를 재어보려는 욕망 말이다. 그런 탓인지, 어느 틈엔가 나는 모든 상황을 내 몸으로 이해하지 못하면 불안감을 견디지 못하는 종류의 인간이 돼버렸다. 하지만 측량의 세계에 더 깊이 빠지면 빠질수록 ‘노력하는 한, 인간은 잘못을 범한다…
질기고도 부드럽게, 국수의 힘은 세다제814호 경상도는 남한에서 국수문화가 가장 발달한 곳이다. 한국전쟁 뒤 미군의 원조물자로 밀가루가 대량 공급되면서 지역별로 다양한 국수가 만들어졌다. 해안지방에서는 생선을 넣은 국수를, 내륙지방에서는 채소를 넣은 국수를 해먹었다. 경북 안동 풍천면 저우리 마을 반장인 박재숙(66) 할머니는 “경상도에서는 여름이면…
혀끝에 착 감기는 진한 국물맛제814호“국수를 먹을 때 중국인은 함께 끓인 채소와 고기 등 건더기를 먹고, 일본인은 면을 먹고, 한국인은 국물을 먹는다”는 말이 있다. 충북 옥천의 ‘생선국수’는 이 말 그대로 육수 맛으로 먹는 국수다. 면을 먹기 위해 육수를 낸 게 아니라 육수를 먹기 위해 국수를 말아 먹는 음식이다. 예로부터 금강 줄기...
슴슴한 한 그릇, 국수 먹는 밤 깊어가길제814호 “아, 이 반가운 것은 무엇인가/ 이 희수무레하고 부드럽고 수수하고 슴슴한(담백한) 것은 무엇인가/ 겨울밤 쩡하니 닉은 동티미국을 좋아하고/ 얼얼한 댕추가루를 좋아하고/ 싱싱한 산꿩의 고기를 좋아하고/ 그리고 담배 내음새 탄수 내음새/ 또 수육을 삶는 육수국 내음새/ 자욱한 더북한 삿방 쩔쩔 끓는/ ...
팔도 국수 유람, 후루룩!제813호 “국수는 사람들의 욕망을 담아낸 음식이다.” 한국방송 다큐멘터리 <누들로드>를 만든 이욱정 PD의 말이다. 기원전 3천 년 전 중국에서 시작된 국수가 전세계로 퍼져나가게 된 과정을 짚으며 여행을 다닌 그는 국수가 “인류의 욕망을 가장 잘 보여주는 음식 중 하나”라고 했다. ...
물이 좋아요, 국물이 끝내줘요제813호 한반도의 면식 문화는 3천 년의 국수 역사를 가진 중국의 영향을 받았다. 특히 중국과 맞닿은 이북지방에선 평양이나 함흥뿐만 아니라 냉면 없는 고장이 없다고 할 만큼 지역마다 다양한 국수를 즐겼다. 냉면도 국수라고 부르며 즐기던 이북 사람들에게 국수는 잃어버린 고향에 대한 애틋함을 담은 음식이었다. ...
척박한 땅의 구수한 향기제813호 “생명 앞에 맛은 무의미하다. 평야에서 대지의 축복 속에 풍요로운 생활을 영위한 사람들은 높고 깊은 땅의 척박한 맛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 괴리감은 올챙이국수에서 명확하게 드러난다. 혀에서 전달되는 미각으로 올챙이국수 맛을 평가하는 건 정선 사람들의 강인한 생활력에 대한 무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