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이젠 땅속 항아리에 묻으세요제1494호 김장을 마쳤다. 청방배추로 김치를 담갔다. 2023년에는 유난히 배추 모종이 자라지 않았다. 벌레가 갉아먹거나 죽거나 아예 크지 않았다. 더워진 기후 때문일까. 서늘한 곳에서 자라는 배추라 2024년엔 시기를 더 늦춰야 하나 싶기도 하다. 배추를 사서 먹을까 절망하는 와중에 다행히 실력 좋은 마을 이웃이 ...
150㎞ 달려 ‘음쓰’ 버리자, 퇴비에 지렁이가 바글바글제1493호 배추 수확을 마치고 나니 굳이 밭에 갈 일이 사라졌다. 날이 추워지기도 했고 바쁜 일이 겹치기도 해서 3주간 진부에 가지 않았다. 본격적으로 추워지기 전에 물탱크의 물도 비우고 배추밭의 비닐도 벗겨버리고 나름 겨울날 준비를 해놓고 오기도 했다. 올여름엔 거의 매주, 못해도 2주에 한 번씩은 다녔던 ...
얼어버린 날씨, 얼어버린 배춧잎, 얼어버린 분위기제1492호 도시 농부의 한 해는 김장으로 마무리된다. 더위가 채 가시기 전 모종을 내어 애지중지 키운 배추와 무를 수확해, 절이고 버무려 김치통을 채우고 나면 그해 농사가 끝난다. 흰 눈 소복이 쌓인 겨울 텃밭은 미리 넣어둔 양파와 마늘 모종이 지킨다.2023년 11월7일 날씨가 수상해 주간 일기예보를 봤다. 주말 ...
그 마트의 첫 딸기, 나는 먹지 않겠다제1491호 농민단체에서 일하는 친구와 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다. 친구는 후식으로 나온 오렌지를 먹지 않았다. 나는 그가 남긴 오렌지를 먹으며 오렌지를 먹지 않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물었다. 그는 자신이 농민단체에서 일하는 만큼 적어도 국산 농산물 가격을 교란하는 수입 농산물은 먹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단다. 생태적 문…
아름다운 쿠데타, 바로 진압하지 않으면…“무 얼면 안 돼!”제1490호 밤사이 내린 첫눈을 이어령 선생은 ‘아름다운 쿠데타’라고 했다. 하룻밤 사이 아무도 모르게 온 대지를 하얗게 만들어버리는 눈. 며칠 전 아름다운 쿠데타가 내렸다. 예전 같으면 내리는 눈을 소복소복 바라보다 잠이 들었을 텐데, 안 된다. 번뜩 밭에 있는 무가 떠올랐다. 이실직고하자면 짝꿍이 소리쳤다. “무...
“무 좀 뽑아가”…‘꾼들’의 ‘망했다’, 4년 만에 처음 듣다제1489호 우리가 농사짓는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 S리엔 프로 중의 프로 농부들이 포진해 있어 매해 대풍작을 거두는 것만 봐왔다. 그런데 올해 4년 만에 처음으로 농사 망했다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우리 옆 2천 평 밭에선 감자가 1t 포대로 4개 나왔다고 한다. 20포대는 거뜬히 거두던 밭인데 올해 비가...
다섯 달 방치한 고구마 좀 보소제1488호 늦봄에 심은 고구마는 묵묵히 여름을 났다. 퇴비 넣어 만든 밭에 순을 넣은 뒤 두어 차례 풀을 잡아준 게 전부다. 한여름 뙤약볕 서슬이 퍼럴 땐 순보다 키가 커진 풀을 맬 엄두를 내지 못했다. 껑충 자란 풀은 금세 두둑을 덮어, 기특하게도 고구마밭 그늘 노릇을 해줬다. 밭에 갈 때마다 풀을 헤집어 ...
퇴비 줄게 농산물 다오…쓰레기로 지구를 구하는 마법제1487호 오래전 경북 의성의 자두농장을 취재했다. 제초제를 치지 않고 풀과 함께 자두나무를 기르는 곳이라 들었는데, 과수원 옆으로 소 마흔 마리가 사는 작은 우사도 있었다. 왜 과수원에서 소까지 기르는지 묻자 ‘퇴비’ 때문이란다. ‘나무를 키우기 좋은 땅을 스스로 만들 줄 아는 것이 농사의 근본’이라며.그처럼 땅을 ...
‘무빙’ 장희수냐, 재생능력자 병아리제1486호 집에서 키우는 암탉 참이가 11개의 알을 품은 지 21일 만에 병아리가 부화했다. 알 11개 중에서 다섯 생명이 태어났다. 생명 탄생은 경이로웠다. 어미와 병아리는 안팎에서 알을 깨주며 세상으로 나왔다. 몸은 갓 샤워하고 나온 듯 물기로 젖어 있다. 걷지도 못하고 뒤뚱거리던 작은 생명체는 나온 ...
남은 배추는 10 포기, 올해 배추 농사는 ‘포기’제1485호 8월 중순 옥수수 수확을 마치고 배추를 심는다고 했을 때, 시어머니가 몇 포기나 심을지 물으셨다. “서른 포기요” 했더니 어머니가 “아이고, 그걸 누구 코에 붙여. 그래도 한 오십 포기는 심어야지. 심는다고 다 난다는 보장도 없으니 넉넉하게 심어야지” 하셨다. 포기 수는 결국 모종가게에서 정해줬다.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