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풍미가 으리으리한 작두콩, 내년 품목 확정제1484호 10월로 접어든 텃밭은 여전히 푸릇푸릇하다. 배추는 막 결구(속이 차 포기가 됨)를 시작했고, 무는 싱그러운 잎새를 한껏 뽐내고 있다. 김장용으로 뿌린 돌산갓은 은은한 연초록으로 화사하다. 수확할 때가 다가올수록 초록이 더욱 짙어질 게다. 가을이 불쑥 왔다. 기온이 더 빨리 낮아지지 않기만 바랄 뿐이다....
‘밭 쓰줍’ 창시자 되겠단 마음으로…다음엔 ‘밭에서 피크닉’을제1483호 소셜미디어로 연결된 ‘랜선 친구’ 송소수자님은 산책하러 나갈 때마다 쓰레기를 주워온다. 그처럼 시간과 마음을 내어 쓰레기를 줍는 실천을 줄여 ‘쓰줍’이라 부르는데, 그가 쓰줍 기록에 함께 덧붙인 ‘나도 버렸었고, 지금도 흘릴 수 있기에 겸손한 마음으로 줍는다’는 문장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사실 올해 텃밭 ...
병아리, 챗GPT에 물어가며 휴가 전 부화해야 한다제1482호 닭이 알을 품었다. 포란(抱卵)이라 한다. 원래 우리가 키우는 닭은 포란을 못한다고 생각했다.(개량한 닭 중에 포란을 못하는 종도 있다고 한다.) 매일 알 낳을 줄만 알지 포란을 못하니, 따로 인공부화기를 구매해 알을 부화시켜보려 하던 차였다. 알을 품은 닭은 ‘참이’라는 친구다. ‘쑥이’라는...
고라니 퇴치법까지 알려준…농사과외 선생님 B언니제1481호 아랫집 아주머니는 우리를 ‘농막집’, 나를 ‘새댁’이라 부르며 이것저것 살뜰히 챙겨준다. 남편과 나는 그분을 B언니(그분 성함)라 부른다. 스무 살에 낳은 첫딸이 나와 동갑이라 하니 실은 나보다 스무 살 위의 어른이다. 막국숫집 사장님이 B언니라 부르는 걸 듣고 “저도 언니라고 할래요” 했던 게 입에...
모종 심다 허기…나주서 삭힌 아르헨티나산 홍어를 뜯었다제1480호 ‘굳은 맹서’도 하릴없다. 장마와 더위가 갔고, 풀로 덮인 텃밭에 어김없이 예초기를 들이댔다. 잘 썩은 계분(닭똥) 퇴비 넣고 땀 흘려 삽질했다. 가을밭을 만들었으니, 생각나는 건 오로지 ‘배추 배추’뿐이다. 연재 첫 회에서 감자와 배추에 감히 ‘이별’을 선언했다. 하지만 감자야 미안하다, 배추하곤...
‘내 아내의 원수’ 갚겠다, 말벌과 대치 중제1479호 전국적인 ‘꿀벌 실종’ 보도가 이어지고 올해 우리 밭에도 꿀벌이 찾아오지 않았다. 4월까지 벌이 보이지 않을 때는 단순히 ‘이상하다’는 생각뿐이었는데 5월부터는 불안해졌다. 아까시꽃이 만발했는데 꿀벌이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밭 주변으로 아까시나무가 제법 많이 자라고 있는데 그동안 아까시꽃이 만개…
그래, 제초기라 쓰고 ‘거름 생성기’라 부르자제1478호 ‘후두두둑’ 제초기 칼날에 허리까지 오는 풀이 맥없이 쓰러진다. 풀이 그새 많이도 자랐다. 3개월도 안 됐는데 나무처럼 단단해진 풀도 많다. 반원을 그리며 반 발짝 조금씩 나아간다. 제초할 땐 돌을 조심해야 한다. 돌이라도 부딪치면 제초날이 몸에 튈 수도 있다. 안전장비는 필수다. 얼굴을 보호해주는 ...
근심 덩어리 옥수수 수확…홀가분하게 해결했다제1477호 그날이 왔다. 옥수수의 ‘그날’. 옥수수가 옥수수로서 최고의 맛을 내는 바로 그날. 그날을 놓치면 딱딱해져 맛을 잃는다. 그날보다 빨리 따면 알이 덜 차고 덜 여물어 풋맛이 난다. 그날을 어떻게 아는가. 농사꾼들은 척 보면 안다. 우리 같은 초보는 수염이 황금색에서 거뭇하게 말라가는 옥수수통을 일일이 ...
텃밭서 수확만 하고 내뺐다…불볕더위 35도제1476호 유난히 긴 장마가 지나고 불볕더위가 시작됐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글로벌 보일링’(끓는 지구)이란 신조어까지 만들어냈다. 기후변화로 인한 갑작스러운 추위를 경고한 영화(<투모로우>, 롤란트 에머리히 감독, 2004년)를 본 기억이 있는데, 타는 듯한 더위를 소재로 공포...
답례하겠다니 들은 말 “원래 나한텐 안 돌아와, 나중에 다른 사람한테 갚게 돼 있어”제1473호 경기도 양평에서 농사지으며 일러스트 작업을 하는 이파람 작가에게 로고 디자인을 의뢰했다. 원하는 디자인과 예산을 이야기했더니 “돈이 아닌 다른 교환이었으면 좋겠다”는 답이 돌아왔다. 나는 파람에게 답례로 당장 필요한 것을 내줄 수 없어 고민했지만 그는 다음에 달라며 미소 지었다. 호시탐탐 답례할 기회를 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