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자꾸 멕여야지” 텃밭 동무와 막걸리 기울이며제1461호 겨우내 쉰 밭에 거름을 내고 나면, 으레 감자를 먼저 심는다. 대체로 3월 말께, 봄 농사 시작을 알리는 의례다. 올해는 감자를 내지 않았다. 지난해 씨감자를 욕심껏 잔뜩 넣었다가, 수확기에 만난 녀석들이 모조리 오종종했던 탓이다. 밭흙이 아직 그냥저냥이어서 그런 것 같다.2012년 봄 <...
텃밭에 튤립을 키우며…‘상추 지옥’ 자리에 심은 꽃제1460호 주말농장이 개장하고 나면 약속이라도 한 듯 모든 밭에 상추가 가지런히 심긴다. 적상추, 청상추, 오크상추, 로메인, 적겨자…. 국내 종묘사에서 유통하는 씨앗으로 모종을 낸 쌈상추들이다. 봄에 맛보는 노지상추는 부드러운 식감에 고소하고 짭조름한 다채로운 상추 본연의 맛을 느끼게 해 마트에서 파는 상추와는 ...
씨앗 수집 시작! ‘씨갑시’ 할머니 할아버지 찾아요제1459호 2020년 경기도 고양시 우보농장에서 ‘청년귀농 자급·자립 플랫폼’이란 주제로 교육받을 때였다. 하루는 ‘토종 씨앗’을 주제로 변현단 토종씨드림 대표의 강연이 있었다. 그는 토종 씨앗의 중요성을 설명하며 “토종 씨앗을 지키는 일은 순환의 체계를 다시 만드는 일이다”라고 했다. 한동안 이 말이 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마른 옥수숫대 베놔서 어려와”제1458호 “올해는 뭐 할 거여?” 요즘 진부에 가면 인사 대신 오가는 말이다. “옥수수죠, 뭐.” 뾰족한 대안이 없다. 우리처럼 상주하는 농부가 아니면 감자나 옥수수인데, 감자보단 옥수수가 수월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맛있다. 물론 감자도 맛있다. 그런데 겨울에 여행 가서도 진공포장된 현지 옥수수를 사 먹어보고(어디 ...
먹어서 없애는 풀, 아까워서 못 캐는 풀제1457호 때는 농민들의 대화를 엿듣던 어느 날. “밭에 광대나물이 번져서 고민이야.” “뭘 그런 걸로 고민해. 먹으면 다 없어지는걸.” 순간 웃음이 터졌다. 경작해본 사람이라면 그 뜻을 알 수 있을 테니까. 그런데 내 밭에는 광대나물이 있었나? 매년 봄마다 갈아엎는 주말농장에서 봄 동안 볼 수 있는 풀이라고는 쇠뜨기와 명아...
쌉싸름하고 향긋한 ‘쑥의 혁명’제1456호 귀농 전, 친구의 아버님 댁에 들른 적이 있다. 경북 칠곡의 한 산골에서 아버님은 집 앞에 작은 텃밭을 가꾸며 사셨다. 텃밭에는 직접 키우는 작물 외에 달래, 쑥, 냉이 등 다양한 다년생 작물이 숨 쉬고 있었다. 아버님은 급히 음식을 차리신다며 밭에서 무언가를 뜯더니 수돗가에서 연신 그것을 씻었다. 한 ...
‘텃밭과 정원’ 일기장에 써본다제1455호 텃밭과 정원, 남서향으로 앉은 마루에 늦게까지 해가 들고 툇마루엔 고양이가 노니는 집. 제1452호 박기완 토종씨드림 활동가의 ‘농사꾼들’을 읽고 일기장에 적었다. 딱 갖고 싶었던 집을 구했다는 그가 부러웠다. 나도 일기장에 쓰면 갖게 되려나. 이 중 가장 원하는 건 가까이에서 상시로 돌볼 수 있는 ...
쓰레기는 새싹 아기의 인큐베이터제1453호 한파가 몰아친 2023년 1월은 너무 춥고 지루했다. 진짜 농민들의 일상은 사시사철 바쁘게 돌아간다지만 가진 것이라고는 빌린 맨땅뿐인 반농인은 다르다. 심심함에 몸부림치다 하는 일이라고는 묵은 씨앗은 정리하고 올해 키울 씨앗은 골라 재정비하고 올해의 새 농사계획을 세우는 것 정도. 하지만 2월부터는 ...
이사 두 번은 못하겠네제1452호 경남 밀양에서 전남 곡성으로 이사하는 날. 전날부터 온종일 짐을 쌌다. 일찍이 짐을 쌌는데도 아직 한창이다. 싸도 싸도 끝이 없다. 평상시에 뭘 그리 많이 갖고 살았는지 버려야 할 짐이 한가득하다. 밤 10시까지 짐을 싸다가, 피곤해서 도저히 못하겠다. 새벽에 꼭 일어나자 다짐하고 3시간...
이걸로 충분하다제1451호 강원도 산골의 농사는 4월에 시작한다. 부지런한 농사꾼은 지난가을 수확을 마치고 곧바로 밭 설거지를 깔끔하게 하고 거름까지 펴두었다. 제아무리 부지런해도 기온을 올릴 수는 없는 일. 땅이 녹고 밤에도 영하로 떨어지지 않을 때를 기다려야 파종할 수 있다.간혹 내가 쓴 ‘농사꾼들’을 읽고 무슨 가을에 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