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 받는 농부의 일은 장마에도 멈추지 않는다제1472호 장마다. 집 앞 밭에 할 일이 많지만, 어쩔 수 없이 집에 있어야 하는 시기다. 대부분 농부가 쉬는 기간이다. 하지만 씨앗 받는 농부의 일은 멈추지 않는다. 그동안 못했던 사무와 집안일을 하며 장마 전에 수확한 작물을 정리한다. 먼저 비가 오기 전에 감자를 캔다. 서늘한 것을 좋아하는 감자는 하지가 ...
‘쌈 메이트’와 상추 몇 양푼 정도는 먹어줘야지제1471호 상추, 로메인, 오크, 고수, 쑥갓, 고추, 가지, 방울토마토, 오이, 애호박, 맷돌호박, 수박. 문전옥답을 꿈꾸며 만든 (관짝을 닮은) 틀밭에 심은 작물이다. 틀밭 4개 가운데 2개 바깥 줄에 수박과 호박과 오이를 심었다. 덩굴을 올리려 하우스 뼈대를 세우고 그물망을 씌웠다. 서울 농부...
봄 농사는 좀 게을러야 한다지만…심기일전하니 성공적제1470호 퍼붓던 비가 그치고 해가 난다. 날이 푹푹 찐다. 달아오른 공기 속 물방울이 보이는 거 같다. 장마가 시작됐다.텃밭 농사꾼에게 장마는 봄철 농사가 마무리됐음을 뜻한다. 이르게는 2월 말에서 3월 초 거름을 넣고 밭을 만드는 것으로 봄철 농사를 시작한다. 봄 농사는 흔히 ‘게을러야 한다’고 한다. 날이...
아티초크를 살리려면 아티초크를 속여라제1469호 안되는 줄 알면서도 반복적으로 심게 되는 식물이 있다. 나에게 ‘아티초크’가 그렇다. 죽순, 감자, 옥수수를 섞어놓은 맛이 난다는 이 식물은 브로콜리처럼 꽃이 피기 전 꽃봉오리를 먹는데 수확물이 꼭 솔방울을 닮았다. 먹는 방법도 복잡한데, 손질할 때는 솔방울의 절반 정도를 날려버리고 가시를 잘라낸 뒤 찌거나 ...
내 괭이질 성의 없어 보이죠? 그래야 오래 해요제1468호 일주일에 이틀씩 토종씨드림의 사무국인 곡성 ‘은은가’에서 농사일을 한다. 이곳에 토종씨드림의 변현단 대표는 터를 잡고 3500평의 산을 일궈 집을 짓고 밭과 논을 만들었다. 변현단 대표의 집이자 일터다. 이곳에서 앉은키밀, 남도참밀, 세봉상추, 순창 노가리고추, 쇠뿔가지 등 토종작물 20...
‘문전옥답’에서 죽음을 배울 줄이야제1467호 농사를 짓고부터 일상에서 쓰는 말 가운데 농업에서 유래한 게 많음을 새삼 느낀다. 생각 없이 쓰던 말들이 체험해서 그런가, 그 뜻 또한 새록새록 하다. 그중에 가슴 뛰는 말은 문전옥답(門前沃畓). 집 앞의 비옥한 논이라니. 귀한 재산을 비유하는 말로 쓰이지만 내겐 문자 그대로 설레는 말이다. 문 ...
짜장면이냐 짬뽕이냐, 감자냐 고구마냐…결론은 라면제1466호 “일어났소? 고구마 심으러 갑시다~.”휴일 아침 추적추적 비 오는 소리에 깨던 잠이 다시 달아지는데, 부지런을 타고난 텃밭 동무가 일찌감치 전화했다. 감자는 몰라도 고구마는 포기 못하는 그는 ‘고구마의 땅’ 전남 해남 출신이다. 감자와 고구마는 ‘짜장면과 짬뽕’ 같다. 서로 전혀 다르면서도 비슷한 느낌이고...
그 밭에 토마토 심을 자리 있나요?제1465호 5월 중순, 가깝게 지내는 도시농부나 다양한 작물을 심는 소규모 농가의 농민에게 연락이 온다면 용건은 대부분 ‘모종’이다. 토종오이나 참외 모종을 냈는지, 혹시 모종이 남는다면 나눠줄 수 있는지, 올해는 어떤 특별한 작물을 파종했는지, 어떤 모종은 시기가 조금 늦은 것 같은데 지금 심어도 괜찮을지 같은 질문을 주…
똥, 내리지 말고 흙에 양보하세요제1464호 똥을 싼다. 물을 내린다. 지난 33년 동안 귀한 거름을 버려 온 방법이다. 똥이 귀한 거름이란 걸 알았으면 다른 방법을 생각해보지 않았을까? 똥은 거름이 된다. 놀랍게도 그렇다. 귀농 전, 경기도 고양에 있는 우보농장에서 농사교육을 들을 때였다. 우보농장엔 화장실이 있었는데, 생태화장실이다....
나물 파티 벌이며…그래도 이웃 덕에 먹고 산다제1463호 지난 가을, 길 문제로 이웃과 다툼이 있었다. 결과적으로 잘 해결되었지만 그 과정에서 마음이 짜게 식어버렸다. 마침 가을걷이가 끝난 시점이라 겨울을 나는 동안 진부에 걸음한 건 두 번쯤인가 그랬다. 확 땅을 팔아버릴까 싶기도 하고, 봄이 와도 농사 생각에 마음이 부풀지 않았다. 게다가 뒤늦게 벤 옥수숫대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