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같았던 4년, 혁명가가 죽자 그 땅은 다시 가난해졌지제1084호 “서아프리카 기니만 연안국가 베냉에서 ‘민주화의 아버지’로 불리는 마티외 케레쿠 전 대통령이 노환으로 숨졌다.” 지난 10월15일 아프리카판은 이렇게 보도했다. 향년 82. 같은 날 <뉴욕타임스>의 케레쿠 부음 기사는 분위기가 조금 달랐다. “베냉을 민주화로 이끈 (은퇴한) 독재...
여성의 시간을 공공으로 끌어들인 개척자제1083호 샹탈 애커만(사진)은 ‘유럽의 거장’으로 불리는 벨기에 출신의 영화감독이다. 그녀는 여성주의적이고 실험적인 영화의 개척자였으며, 그녀의 영화는 종종 롱테이크를 통해 여성의 내면에 대한 신중하고 세심한 관찰을 보여주었다. 지난 10월5일 샹탈 애커만이 65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사인은 자살로 알려졌다...
100년을 관통해 세상을 움직인 여인제1082호 하나의 일이 원인이 돼 다른 일이 생긴다. 그 일 때문에 또 다른 일이 만들어지고, 그렇게 숱한 일이 얽히고설켜 삶을 이뤄낸다. 삶이 하나둘 모여 시대를 이루고, 그 시대를 역사가 기록한다. 제1차 세계대전(1914~18년)의 와중에 태어나 세기를 바꿔 100년을 산 사람의 삶이라면, 그대...
기억 속 요기는 끝난 게 아니다제1081호야구를 잘 모르는 사람도 요기 베라(Yogi Berra·사진)의 이름은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혹 요기 베라를 모른다면, 이 말은 어떤가?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It ain’t over till it’s over).” 이 말이 처음 세상에 나온 ...
“진보는 고립된 소수가 아니다”제1080호지난 9월12일 영국 노동당 전당대회에서 제러미 코빈이 당대표로 선출됐다. 당내 좌파의 전폭적 지원에 힘입어 1차 투표에서 59.5%를 득표했다. 이로써 1930년대 조지 랜즈버리 이후 영국 노동당은 가장 ‘왼쪽’에 서 있는 당대표를 얻었다. 이날 당선 연설을 마친 코빈은 맥줏집으로 자리를 옮겨...
팔미라의 운명, 칼리드의 운명제1079호시리아의 고대 유적지 팔미라를 연구·관리하는 데 온 삶을 바친 고고학자가 결국 팔미라에서 잔혹한 최후를 맞았다. 지난 8월18일 시리아의 고고학자 칼리드 알아사드가 이슬람 수니파의 급진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에 참수됐다. IS는 그의 주검을 팔미라 유적지의 돌기둥에 매달았다. 향년 82. ...
“암덩이로 근육이 녹아내려도 내 안에서 평화를 찾는다”제1078호 “어머니와 17남매는 정통 유대교 집안에서 성장하셨다. 가족 사진에 등장하는 외할아버지는 언제나 유대교 정통 모자를 쓰고 계셨다. 주무시다가도 모자가 벗겨지면, 깨어나 다시 쓰고 주무셨을 정도란다. 아버지 역시 정통 유대인 교육을 받으셨는데, 두 분 모두 십계명 제4조를 엄수하셨다. ‘안식일을 기억하여,...
전 생애에 걸쳐 낱말 퍼즐을 만든 사나이제1077호 크로스워드 퍼즐을 만드는 사람을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많은 이들이 컴퓨터 자동생성 프로그램 같은 것을 떠올렸을 것이다. 혹은 만드는 과정 자체를 떠올리지 않거나. 매주 일요일, 미국의 크로스워드 퍼즐 덕후들은 ‘멀 리글의 선데이 크로스워드’를 기다렸다. 멀 리글(사진)의 팬들은 그의 퍼즐이 특별했다고 말한...
이성의 목소리가 그립다제1076호초대형 확성기를 사이에 두고, 겁먹은 군인들이 서로에게 총질을 해댄다. 한 번도 싸워본 일 없는 입에선, ‘전쟁불사론’이 쉽게도 튀어나온다. 메마른 들판에 불씨가 떨어지면, 삽시간에 선산을 집어삼키는 법이다. 바람이, 제법 거세게 불고 있다. 이성의 목소리가 그립다. “은행 따위나 국유화하려고 사회민주당(사민…
4천명 아이의 아버지제1075호1982년 11월, 미국 매거진 <라이프>의 표지에는 기저귀를 차고 실험실 바닥에 앉아 카메라를 바라보는 한 여자아이의 사진이 실렸다. 표제는 ‘시험관아기 붐’. 그 아래 새겨진 문구는 이랬다. ‘자신이 잉태된 실험실에서, 미국 최초의 시험관아기, 엘리자베스 카’. 1981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