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든 동물의 시체, 식탁에 오르다제880호 오늘 아침, 세상의 부엌에서는 셀 수 없는 달걀 껍질이 깨졌을 것이다. 달걀프라이, 달걀찜, 프렌치 토스트, 오믈렛, 샌드위치, 삶은 달걀을 넣은 샐러드…. 수많은 메뉴들로 응용되며 닭이 될 뻔한 달걀은 인간을 위해 제 한 몸을 희생했다. 그런데 우리, 오늘 아침 식탁에 오른 한 알의 달걀이 어떤 ...
새책 ‘전복적 이성’ 외제880호 전복적 이성 워너 본펠드 지음, 서창현 옮김, 갈무리(02-325-1485) 펴냄, 2만4천원 2008년 폭발한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정치세력은 신자유주의의 대안으로 복지국가로의 귀환을 해법으로 제시한다. 그러나 워너 본펠드(영국 요크대 정치학 교수)는 공정성, 정의...
새책 <나의 생명 수업> 외제879호 나의 생명 수업 김성호 지음, 웅진지식하우스(02-3670-1077) 펴냄, 1만6천원 우리나라 바다에 물범이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아시는지. 그렇다면 산양은? 생태과학자 김성호 교수(서남대 생명과학과)가 낸 이 책에는 백령도 앞바다에서 태평하게 낮잠을 즐기는 점박이물범의 사진이 담겨...
언어 이주민이 속삭인 자유의 순간제879호 저는 당신의 약력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다와다 요코(多和田葉子). 1960년 일본 도쿄에서 출생하여 와세다대학교에서 러시아 문학을 공부했다. 열아홉 살에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홀로 독일로 갔다.” 그 뒤 당신은 일본어와 독일어를 오가며 글을 쓰셨군요.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가도 될 ...
검소하고 때로는 괴상한 문학의 공간제872호 여행지를 찾은 우리는 문학이나 미술, 음악 거장의 집들을 부러 방문하곤 한다. 작품이 탄생한 장소를 어루만지며 영감의 자그마한 조각이라도 얻길 바라는 마음, 타인의 공간이 주는 생경함에서 비롯한 묘한 자극 같은 것들이 뒤엉킨 상태에서 우리는 작가의 집을 들여다본다. 좋아하는 아이가 지금 뭐하고 있을까, 상상…
새책 <지난 10년, 놓쳐서는 안 될 아까운 책> 외제872호지난 10년, 놓쳐서는 안 될 아까운 책 강수돌 외 지음, 도서출판 부키(02-3142-0865) 펴냄, 1만4800원 알려지지 않은 명저들을 소개하는 부키의 ‘아까운 책’ 시리즈 첫 번째. 강수돌·박홍규·이택광·홍기빈 등 내로라하는 글쟁이들이 2000년부터 2010년까...
우경화 일본의 황폐한 초상제855호 “구식민지 종주국인 일본에서 태어난 나는 원래는 모어여야 할 언어(조선어)를 이미 박탈당하고 과거 종주국의 언어를 모어로 해서 자라났습니다. 나는 모든 것을 일본어로 생각하며 모든 것을 일본어로 표현합니다. 그렇다면 나는 일본어라는 ‘언어의 벽’에 갇힌 수인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감옥에 갇혀 ...
새책 〈퇴계 vs 율곡, 누가 진정한 정치가인가〉 외제855호퇴계 vs 율곡, 누가 진정한 정치가인가 김영두 지음, 역사의 아침(031-936-4151) 펴냄, 1만3천원 퇴계 이황과 율곡 이이는 조선 유학계의 양대 거두다. 서른다섯 살의 나이 차, 성리학을 현실에 구현하는 방법과 지향은 달랐지만 이들은 퇴계가 세상을 뜨기 전 10...
새책 〈그리스인 이야기〉외제854호 그리스인 이야기 앙드레 보나르 지음, 김희균(1권)·양영란(2·3권) 옮김, 책과함께(02-335-1982) 펴냄, 1권 1만8천원, 2권 2만2천원, 3권 2만5천원 ‘그리스’와 ‘신화’, 두 단어는 한 쌍처럼 붙어 다닌다. 그리스 신화는 그리스의 역사와 동일시돼왔다...
달리기의 역사는 달린다제854호“출발선 조용히!” 3천 명의 관중이 숨죽이고, 투르크풍 음악을 울려대던 군악대도 연주를 멈췄다. 10~12명의 주자들이 긴장된 표정으로 출발선에 서 있다. 주자들은 연두색으로 물들인 가벼운 가죽신을 신고 몸에 꼭 맞는 흰옷을 입었다. 이들에겐 고용주가 있다. 고용주에 따라 각기 다른 색으로 칠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