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여인 만인보제849호“자네 항상 내게 이르되, ‘둘이 머리 세도록 살다가 함께 죽자’ 하시더니,/ 어찌하여 나를 두고 자네 먼저 가시는가?/ 나하고 자식하며 누구에게 기대어 어찌하여 살라 하고/ 다 던지고 자네 먼저 가시는가?/ 자네가 날 향해 마음을 어떻게 가졌으며/ 나는 자네 향해 마음을 어떻게 가졌던가?/ ...
우리는 모두 해적이다제848호 ‘혁명’과 ‘해적’의 공통점은 뭘까? 둘 다 ‘낭만적’이라는 점이다. 우리 현실과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일까. 낭만적 이미지가 실체보다 먼저 와 닿는다. 그런데 그 먼 것들이, 이미지가 아닌 실체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지금 우리 현실에 당도했다. 그 끝이 어디로 향할지 모르겠으나, 멀리 이집트에서 혁명은 ...
[새책] 〈가짜 논리〉 외제848호 가짜 논리 줄리언 바지니 지음, 강수정 옮김, 한겨레출판(02-6383-1608) 펴냄, 1만2천원 세상은 알고 보면 헛소리투성이다. 정돈된 듯한 발언 가운데서도 논리적 오류들은 불쑥불쑥 머리를 디민다. 예컨대 이런 것들. 위험을 과장해 말하지만 실질적 수치는 제대로 언급하지 ...
시로 쓴 ‘전쟁의 재구성’제848호 “속임수를 강요하고 사람들을 혼돈에 휩싸이게 하는 시대라면, 사색하는 자는 자신이 읽고 들은 정보를 정확하게 해석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읽거나 들은 사실을 낮은 목소리로 함께 따라서 얘기해본다.” 독일의 시인이자 극작가인 베르톨트 브레히트는 1934년 ‘진실의 재구성’에 이렇게 쓰고 1...
새책 〈기계, 인간의 척도가 되다〉외제847호 기계, 인간의 척도가 되다 마이클 에이더스 지음, 김동광 옮김, 산처럼(02-725-7414) 펴냄, 3만5천원 유럽인이 세상을 나누는 기준은 과학이었다. 과학적 사고와 기술 혁신에서 나타난 자신들의 우월성을 통해 상대를 바라봤고, 서양 우위의 이데올로기적 태도...
지구를 어루만지는 쇼퍼홀릭이 돼라제847호2008년은 ‘종말의 해’였다.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처럼 견고해 보였던 글로벌 자본주의의 금융 시스템은 무너지기 일보 직전까지 갔고 전세계는 순식간에 위기 상황으로 내몰렸다. 천문학적인 돈을 투입한 다음에야 다시 숨 쉴 수 있게 됐지만 이른바 ‘주류 경제학’은 한계를 그대로 노출했다. 지난 25년 ...
새책 〈복지국가 스웨덴〉외제846호 복지국가 스웨덴 신필균 지음, 후마니타스(02-739-9929) 펴냄, 1만7천원 ‘모든 아이는 모두의 아이’라는 아동 복지 비전, ‘모든 것은 장애인의 관점으로’라는 장애인 복지 정책이 구호로만 그치지 않는 나라가 있다. 스웨덴은 국가를 ‘국민의 집’으로 내세우며 오랜 시간 ...
그리스어 수업은 왜 사라졌을까제846호대입 수험생들은 명절이 싫다. 추석에는 어느 대학 갈 거냐, 설에는 어느 대학에 갔느냐는 친척들의 인사치레는 그들에게 인사 아닌 뾰족한 스트레스다. 바야흐로 ‘어느 대학 갔느냐’의 계절이다. 그러나 대입에 성공한 수험생도 예처럼 기세등등하진 못하다. 어깨를 짓누르는 대학 등록금은 입학마저 주저토록 하거나 오…
새책 <주인과 심부름꾼> 외제845호 주인과 심부름꾼 이언 맥길크리스트 지음, 김병화 옮김, 뮤진트리(02-2676-7117) 펴냄, 4만원 좌뇌와 우뇌가 인간의 생각과 경험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일까? 영국의 의학자 이언 맥길크리스트는, 좌반구는 세계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도록 설계돼 있지만 자기 확신이 강하고 명시적인 것이...
우리의 식탁은 충분히 풍족하지 않은가제845호 무려 150만 마리다. 그런데 지금 마감하는 <한겨레21> 845호가 독자에게 도착할 시점에는 앞의 문장은 구문이 돼버릴지도 모르겠다. 잡지가 유통돼 누군가의 손에 쥐어지는 순간마다 그렁그렁한 눈을 한 소와 영문 모를 돼지들은 계속 차가운 땅속에 묻히고 있을 테니까.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