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들고 과학을 말할 때 재난을 막고 세상이 바뀐다제1494호 아수라장이 따로 없었다. 2006년 봄 서울아산병원과 서울대학교병원에 급성 간질성 폐렴 증상을 보이는 어린이 환자 15명이 무더기로 입원했다. 2011년 2~4월엔 서울아산병원 중환자실에 폐렴 증상을 보이는 산모가 잇달아 입원했다.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연구진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위험 ...
정치가 실패하면 사랑도, 가정도 무너진다제1492호 그날은 느닷없이 찾아왔다. 등교 준비를 하던 7살 딸아이는 아침에 코피를 쏟았다. 피는 멈추지 않았다. 남편이 아이를 데리고 병원으로 갔다. 출근해 있던 저자는 당장 국립암센터로 오라는 전화를 받았다. 그 뒤 응급실, 수술방, 무균실을 오가며 1년6개월간 간호를 이어갔다. ‘나랏일’을 하던 유능한 국회 보좌...
‘서울 구로동’ 하면 떠오르는 것들제1491호 서울시 ‘구로동 토박이’인 20대 젊은 필자 박진서가 패기만만하게, 때론 더듬더듬 기억을 돌이키며 ‘고향’을 그려낸다. <구로동 헤리티지>(한겨레출판 펴냄)는 도전의 결과물이다. 시작부터 쉽지 않다. 저자의 ‘나의 구로동’과 행정구역상 ‘구로동’은 다르다. ‘지도상 구로동’인 대림역은 ...
가짜 환자지만 정신병원 입원에 성공했습니다제1490호 내 정신상태는 정상일까? 몸에 상처가 났거나 골절로 움직일 수 없는 것도 아니다. 혈압과 혈당처럼 각종 검사로 수치를 측정할 수도 없다. 한 개인의 정신이 온전한지 이상이 있는지를 판가름하기란 쉽지 않다. 이런 모호함 때문에 과거엔 여성이 남편의 말에 순종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동성인 사람에게 끌린다는 이유로…
식당 예약, 걸그룹 춤… 회사에서 맡은 일제1489호 조찬 모임. 아침 7시에 호텔 조식을 먹으며 전문가에게 세상 돌아가는 얘길 대강 듣고, 참여자 간 연대를 확인하는 자리다. 그런데 이렇게 이른 시간에 열리는 모임의 참석자들은 아마 다른 ‘돌봄 의무를 지고 있지 않은’ 상황일 것이다. 또 이런 시간에 강연자를 초청한다는 건 ‘남의 돌봄 의무에 대해서도 무감’할...
맘카페는 대체 왜 이러는 거죠?제1488호 엄마들이 모인 공간이 있다. 서로 얼굴도 사는 곳도 모르지만 피를 나눈 자매 못지않게 끈끈한 정을 자랑한다. 힘든 일이 있으면 서로 위로하고 화나는 일엔 함께 분노한다. 처음 모인 목적은 지역에서 육아·교육·살림 정보를 공유하고 어쩌다 사는 이야기를 하는 정도였다. 오늘날 이곳은 ‘갑질’ ‘조...
파타고니아·프라이탁보다 오래 입은 헌 옷제1487호 패션 커머스 앱을 켠다. 여러 스포츠 브랜드 제품을 묶은 기획전, 계절별 신상 옷 할인, 특정 연예인의 착장 아이템 단독 할인 등 첫 화면엔 언제나 할인 소식이 제일 먼저 보인다. 장바구니에 들어가면 몇몇 물건은 처음 담았을 때보다 가격이 더 내려갔음을 알리는 문구가 뜬다. 사지 않는 게 손해인 듯하다. ...
어느 날 현관으로 지옥 안내문이 날아왔다제1486호 삶의 동아줄이라고 생각했던 면접 날, 합격 시그널을 받고 세상을 다 가진 듯한 기분으로 면접장을 나섰다. 양손에 중국 음식과 고량주를 들고 집 앞에 도착했을 때, 그 기분의 유효기간이 끝났다. 현관문엔 ‘안내문’이라고 적힌 낯선 종이 한 장이 붙어 있었다. “귀하가 사용(점유)하고 있는 부동산이...
코로나 시대 ‘생물의학 보안국가’의 탄생…‘새로운 비정상’제1485호 코로나19는 ‘나’를 가뒀다. 가족, 마을, 사회, 국가, 세계로 확장된 세계관은 다시 나로 쪼그라들었다. 기본적인 욕구인 타인과의 만남이 나와 주변을 위협하는 전염 요인으로 재정의됐다. 그 시기 공포와 걱정 속에 도입된 다양한 제도를 <새로운 비정상>(아론 케리아티 지음, ...
비장애·인간 중심으로 생각하지 말고…홍은전의 ‘나는 동물’제1485호 장애등급제는 장애에 등급을 매겨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제도다. 국가가 예산 부족을 이유로 장애인에게 서비스를 덜 주려고 하는 일이다. 이를 비판하는 장애인권 운동가들은 시민들에게 ‘한우 1등급’ 그림을 보여주면서 서명을 받았다. “장애인은 소, 돼지가 아니다.” 켄 로치 감독의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