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버린 날씨, 얼어버린 배춧잎, 얼어버린 분위기제1492호 도시 농부의 한 해는 김장으로 마무리된다. 더위가 채 가시기 전 모종을 내어 애지중지 키운 배추와 무를 수확해, 절이고 버무려 김치통을 채우고 나면 그해 농사가 끝난다. 흰 눈 소복이 쌓인 겨울 텃밭은 미리 넣어둔 양파와 마늘 모종이 지킨다.2023년 11월7일 날씨가 수상해 주간 일기예보를 봤다. 주말 ...
결국 설악산 케이블카 착공식 열려…‘이러다 다 죽는다’제1492호 ‘이러다 다 죽는다’. 매 주말 아침, 강원도 속초시 설악동 설악산소공원 입구에선 초록색 치마를 입은 한 남성이 이런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든 모습을 볼 수 있다. 녹색연합과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의 박그림(75) 대표다. 설악산을 찾은 등산객들이, 아름다운 경치를 보며 오색케이블카 문제도 함께 고민해주기 ...
동물 조각 대신 전골에 넣은 탱탱 곤약과 제철 채소제1492호 “올해가 가기 전에 모이자.” 정해진 약속처럼 서로 날을 맞추고 장소와 음식을 고르는 연말이다. 마스크 쓰던 시절 따위 없었던 것처럼 맨얼굴로 모이는 날들이 익숙해졌지만 식탁 위 치킨이나 보쌈은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는다. 오히려 점점 더 낯설어진다. 동물 없는 끼니가 누적될수록 고기에 부재했던 동물의 존재가…
‘농식품부 장관 특혜쌀’이라는 ‘쌀에 속은 밀’제1492호 2023년 11월7일, 전남 구례 우리밀가공공장에서 밀알을 하나 씹어봤다. 쌀알과 밀알을 몇 알이라도 씹어본 적이 있다면 알 것이다. 밀은 밀, 쌀은 쌀이다. 밀알은 십수 번만 씹어도 ‘껌’ 같은 끈끈한 물질이 남는다. 바로 글루텐이다. 밀가루 반죽이 끈끈해지는 것도, 빵이 부풀어 오르는 이유도 바로 ...
“밀 자급률 5%? 이거 다 사기인 거 아시죠?”제1492호 벼 수확을 마친 2023년 11월 전남 구례군 광의면은 갈색·초록색·노란색 세 가지 색이다. 드문드문 젖은 흙색은 갈아엎은 밀과 보리를 심은 농토다. 보름 뒤가 되면 파릇파릇 초록으로 덮일 것이다. 한쪽으로 벌써 보이는 초록은 10월에 벼가 서 있을 때 파종(입모종살포)한 조사료(라이그래스 등 ...
일본 밀은 다 계획이 있구나…자급률 한국의 17배제1492호 1984년 밀의 정부 수매를 폐지한 뒤 자취를 감춘 밀 정책이 이명박 정부 때인 2008년 되살아났다. 이때 밀 자급률 목표를 2017년까지 10%로 설정했다. 현실은 너무 달랐다. 2022년 한국의 국산밀 자급률은 1%밖에 되지 않는다. 미국·캐나다·오스트레일리아 등지에서 봇물처럼 ...
미국과 대기업 이해관계 맞아 사라진 우리밀…되살릴 방안은제1492호 “밀가루를 노릇하게 볶아 꿀·참기름·청주를 넣어 반죽한다. 반죽을 밀어 약과 크기로 썰어 기름을 두르고 지져 조청을 묻힌다.”(1670년대 요리책 <음식디미방> 중 연약과법) 밀은 아주 오래전부터 쌀에 이은 제2의 우리 주식이다. <규합총서> <정조...
“우리 농촌에는 매년 세 번 흉년이 옵니다”제1492호 “아주 가파른 비탈길을 늙은이들이 가쁜 숨을 씩씩 쉬면서 올라가고 있어요. 그게 지금 농촌이에요. 이 사람들이 사라지면 농촌·농업은 완전히 붕괴되는 거예요.”2023년 11월7일 전남 구례군 광의면 구만리 우리밀가공공장에서 최성호 대표를 만났다. 30여 번 체포되며 1970~1980년대 수세 ...
굿 보다 보면 이제는 록페 못 보지제1492호 테크 페스티벌을 기획하는 나는 어느 날 가장 고전적이면서 힙한 굿판 영상 한 편에 홀려버렸다. 극과 극은 통한다고 했던가? 테크 신에 있다보면 종종 생태주의자를 만난다. 이들은 노트북 앞에서 거북목을 빼놓고 일하는 나에게 ‘고대의 회복’이라는 가르침을 주곤 한다. 오늘은 경남 남해 ‘촌라이프’ 3...
이동관, 그의 사퇴가 반가우면서도 꺼림칙한 이유제1492호 이동관. 개인적으로는 언론운동에 발 들인 이래 가장 목 놓아 외친 이름이 아니었나 싶다. ‘이동관 반대, 사퇴, 탄핵’ 요구에 이르기까지 한 인간에게는 가혹하다 싶을 정도의 구호들을 붙여 소리 높였던 이유는, 그가 정권을 위해 언론 조직과 보도를 통제했던 이른바 ‘언론 장악 기술자’의 대명사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