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빠죄아’ 아닌 ‘술빠죄아’제1402호 사랑에 빠지는 게 죄는 아니라지만, ‘금사빠’(금방 사랑에 빠지다) 사생활이 지속되면서 업무에도 심대한 지장이 왔다. 사랑에 빠지는 대상이 많아질수록 휴대전화에 설정해둔 알림은 시도 때도 없이 울리고, 봐야 할 게 늘어나면서 ‘못 봤다’는 조바심과 ‘보고 싶다’는 열망으로 안절부절못하게 된다. 문서를 작성하다 눈…
이재명은 꼬꼬무, 윤석열은 스맨파?제1402호 도합 39%. 제20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2022년 2월3일 첫 텔레비전(TV)토론에 나선 네 명의 대선 후보가 지상파 방송 3사를 통해 끌어올린 시청률이다. 2021년 도쿄여름올림픽 여자배구 대표팀이 4강전에서 끌어올린 38%, 그리고 2022년 베이징겨울올림픽 쇼트트랙...
‘검둥이 머리’를 먹는 사람들?제1399호 일제강점기 때 한글을 어렵게 배우셨던 할머니는 고향에 있는 형제들에게 편지를 쓸 때면 방으로 나를 조용히 불러 당신의 글을 고쳐달라고 하셨다. 나는 아랫목에 할머니와 나란히 누워 편지를 다시 썼다. 학교에서 배운 바르고 고운 말로, 틀린 글자에는 빨간 연필로 줄을 그으면서. “할머니, 다마가 아니라 전구...
사무실에 생긴 내 책상과 전화제1401호 요리강습 장소를 소개한 것만으로 너무 쉽게 냄비 세트를 받고 나니 아주 회사에 입사하고 싶다는 생각에 몰두하게 됐습니다. 전문으로 일한다면 요리강습은 얼마든지 성사시킬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주말에 저녁 식사를 하며 나는 휘슬러 회사에 들어가야겠다고 말했습니다. 가족들은 다 반대했습니다. 여태껏 죽을 뻔…
노력을 응원한 침묵의 3분제1401호 <한겨레21>의 젊은 기자들이 이주의 놓치지 않았으면 하는 뉴스를 추천합니다.스포츠 경기에서 3분의 침묵이 이어졌다. 2022년 2월15일 베이징 겨울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경기, 한국의 방송 3사 중계진은 러시아 피겨선수 카밀라 발리예바(16)의 연기가 진행되는 동안...
‘공정하다는 믿음’을 주는 심판제1401호 그러니까 심판이 문제다. 야구 얘기? 아니다. ‘일단은’ 베이징겨울올림픽 얘기다. 쇼트트랙에서도, 스피드스케이팅에서도, 스키점프에서조차 심판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한국과 일본의 여론을 들끓게 한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 심판 논란의 얼개는 얼추 비슷하다. 심판이 자국 선수(들)에게 불이익을 주고 개최국…
한국인에게 민족은 ‘상상의 공동체’인가제1401호 중국은 세계 4대 문명의 한 발원지이자 거대한 제국이었다. 최초의 통일왕국 진나라 이래 2천 년 동안 중국의 위세는 동아시아를 넘어 유라시아 전역에 뻗쳤다. 20세기 한때 외세의 반식민지로 전락했지만, 21세기 들어 ‘중국 굴기’는 괄목상대 이상이다. 강대국 곁에 사는 것은 힘들다. 티베트, 몽골, ...
좀비물 쾌감에서 사라진 한 사람제1401호 상업 장르물의 폭력성을 논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대개는 폭력적인 이미지의 수위가 기준이 되지만, 용인되거나 될 수 없는 범주의 경계는 모호하고 자의적이기도 하다. 폭력이 그저 파편적인 이미지로 전시되는지, 아니면 서사의 구체적인 맥락 안에서 설명되는지를 쟁점으로 삼은 경우에도 미진함은 남는다. ...
마지막 겨울방학이라는 두려움제1400호 지난해에 썼던 학습지 위에 커터칼로 연필을 깎았다. 대패로 깎은 것처럼 밀려나온 나무가 종이에 눈처럼 내려 쌓였다. 날리는 먼지에 재채기하지 않을 수만 있다면 톱밥이 고요히 쌓인 모습은 흰 눈 쌓인 밤처럼 가만히 바라봄 직한 모습이다. 하지만 쌓인 장소가 책상 위 얇은 학습지 한 장이라면 오랫동안 두고 보기에…
해적깃발 원조는 템플기사단이었다제1400호 해골 아래 뼈 두 개를 교차시킨 해적 깃발(졸리 로저)은 항해하는 선박에 그 자체로 섬뜩한 공포의 대상이었다. 놀랍게도, 해적기를 처음 내건 이들은 12세기 기독교 수도회인 템플기사단이었다. 깃발은 ‘시돈의 두개골’이라는 전설에서 유래했다. 시돈 경이라는 템플 기사가 사랑한 여성이 젊은 나이에 세상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