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는 유튜버에게제1404호 “다록아… 헤어몬 얘기 좀 그만해!” 31살 카피라이터 오다록은 오늘도 헤어몬 ‘고독방’(SNS에서 불특정 다수가 모여 만든 오픈채팅방의 하나로, 글은 쓰지 않고 주로 연예인 사진 등을 올리는 공간) 운영에 열심이다. 야근하고 집에 들어와 새벽까지 헤어몬 나무위키를 작성하다 잠드는 그는 내 친구다. 헤어...
[역사 속 공간] 숙종, 붕당정치를 ‘죽임의 정치’로 바꾸다제1404호 “윤휴가 ‘대비의 동정을 맡으라’고 한 말은 그 본심이 있는 곳이 이미 극도로 흉악하고 잘못됐다. 또 ‘역적 허견의 은밀한 사주를 받아 체찰부의 재설치를 찬성한 것은 오로지 역적 이남(복선군)의 처지를 위한 것’이라는 말이 고발자인 정원로의 진술에서 나왔다. (…) 그 잘못된 실상은 신하로서 차마 할 수 없는...
일단 뜨겁게 청소하라제1404호 새 출발이다. 3월이 왔다. 방을 뒤엎고 싶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싶다. 이런 마음이 들 때 청소는 생활이 아니라 혁명이다. 세제 브랜드 가운데 ‘세제혁명’이 있다. 세제혁명이란 브랜드 이름을 볼 때마다 청소로 뒤집어엎고 싶은 마음, 새 출발에 마음을 빼앗긴다. 무엇을 못 바꾸랴. 눈앞의 먼지부터 ...
봄 봄 봄 봄 봄이 왔어요제1404호 봄은 어디에서 오는가. 완연히 부드러워진 새벽 공기에서 오는가. 이에 맞춰 두툼한 점퍼 대신 가벼운 외투를 꺼내 드는 손길에서 오는가. 누군가는 바깥에 있다가 실내에 들어온 동료의 마스크 위 안경에 더는 김이 서리지 않는 모습을 보고 봄이 왔다고 느낄 것이며, 누군가는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주문하는 연인의 담대…
환대의 식탁제1404호 채널을 돌릴 때마다 ‘먹방’이 나온다. 찾아가서 먹고, 배달시켜 먹고, 혼자 먹고, 모여서 먹는다. 꾸준히 사랑받는 아이템 중 하나는 찌개 같은 한식을 사랑하는 백인 남성의 모습이다. 그들은 단지 잘 먹는 것만으로 친근한 이웃으로 인정받고 ‘맛잘알’(맛을 잘 아는 사람)이라는 권위도 얻는다. 그러나 우리...
새로운 돌봄 사회에 대한 상상제1404호 “자식이니까 네가 해야지.” 3년 만에 의식불명 상태인 아빠를 만난 성희는 친척들의 이 한마디에 직장과 병원, 주민센터를 오가며 아빠를 돌보는 ‘보호자’가 됐다. 푸른은 ‘머리가 고장난’ 할머니를 혼자 돌봤다. 아빠와 큰아빠는 ‘남성’이라는 방패막이를 내세워 푸른에게 할머니를 떠넘겼고 “네가 효녀다” “아주 어른...
서로를 믿자, 거기에 노래가 도움 되기를제1404호 대선 결과가 어떻게 됐는지 모르고 쓴다. 그래도 말할 수 있다. 참 재미없는 대선이었다. 정말 답답한 대선이었다. 지지하는 후보의 지지율이 한참 낮았기 때문이 아니다. 내가 원하는 대선은 이런 게 아니었다. 대통령 후보와 배우자가 어떻게 살아왔는지가 가장 중요한 대선을 원한 적이 한 번도 없다. 내가 원하...
위로가 되는 책들 - 좋은 정치는 가능하다제1404호 정치를 혐오하고 조롱하긴 쉽습니다. 눈을 감아버리면 되니까요. 그러나 정치혐오는 또 다른 정치 실패의 무한루프로 귀결될 뿐입니다. 화가 날수록 숙의하고, 상황이 절망적일수록 의지로 낙관할 때, 사람도 사회도 성숙해집니다. 당장의 뉴스 대신 책 속에서 나침반이 될 문장들을 찾아봤습니다. 선거 과정에서 누구를…
언니 없는 언니 생일상제1403호 요즘따라 ‘든든한 한 끼’ 하면 국밥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밖에서 밥을 먹자고 하면 아빠가 일순위로 꺼내는 메뉴가 콩나물국밥이다. 언니가 울산에 대학교 기숙사 생활을 하러 갔을 때도, 오랜만에 집에 온 언니에게 뭘 먹고 싶냐고 물었더니 차로 20분 정도 떨어진 콩나물국밥집에 가자고 했다. 친구들도 학교...
현재와 과거는 대화할 수 있을까제1403호 역사학자 E. H. 카는 몰라도 역사란 “현재와 과거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말은 아는 사람이 많다. 중고등학교 역사교과서의 첫머리를 장식하는 말이기도 하니 사실상 ‘상식’으로 자리잡았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상식은 양가적이다. 사람들 사이의 쓸데없는 마찰을 줄여주지만 생각을 굳혀 그 이면을 고민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