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난 사람들’ 도로 위에서 만난 원수, 사실은 나였네제1461호 *이 글은 <성난 사람들>의 주요 장면과 결말에 대한 정보를 포함하고 있습니다.“세상에 태어나서 이런저런 선택을 하다가 정신이 들어보니 여기네.” 마치 인생을 요약해놓은 듯한 이 말은 넷플릭스 드라마 <성난 사람들>(<비프>)에서 대니(스티븐 연)...
조선이 사라진 시대, 조선인으로 남은 사람들을 그리다제1460호 이도 아니고 저도 아닌 사람이 있을까. 그런 사람이 있다면 그는 바로 ‘이도 아니고 저도 아닌’ 그 자체일 것이다. 우리가 말하는 ‘이’와 ‘저’ 사이에 존재하는 무수한 회색지대들, 그 지대마다 완전히 그 지대에 속하는 것들이 있을 수도 있는 것이다. 두 개의 완전수 사이에 확실하게 존재하는 무수한 소수들처럼. (...
중년 남자들입니다만, 피아노에 목숨 건 이유 있죠제1459호 다 큰 어른이 악기를 배울 때의 고난과 해결책을 다룬 단행본 <악기 연습하기 싫을 때 읽는 책>이 있다. 미국인 기타리스트 지은이 톰 히니는 어른이 악기 연습을 할 때는 가족이나 직업과 균형을 맞추기 위해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게 돼 있다고 말한다. ‘내가 이걸 한다고 얼마나 더 잘할 수 있게 될까...
학살지 끌려가는 길에 고무신을 벗어 던진 이유제1458호 제주 4·3사건 제75주년을 맞아 최근 <기나긴 침묵 밖으로>를 펴낸 <한겨레> 허호준 기자의 도움을 받아, 이동현 ㈔제주4·3연구소 연구원과 주요 유적지를 찾았다. 초토화돼 사라진 마을, 곤을동 휘파람새·직박구리가 뒷산 산벚나무 숲에서 우짖었다. 빈 마을터 ...
여성이 얼마나 죽어야 기사가 되나요제1457호 *이 글에는 <보스턴 교살자>의 주요 장면과 결말에 대한 정보를 포함하고 있습니다.20년 전 봉준호 감독의 영화 <살인의 추억>(2003)을 관람한 뒤 한 달 동안 밤길을 달렸다. 운동은 아니었다. 귀갓길에 나무 덤불이 무성한 구간이 있었다. 영화에서 살인마가 덤불...
영화 <타르>의 무의식에 깔린 것제1453호 <타르>의 케이트 블란쳇이 연기한 지휘자 리디아 타르는 실존 인물이 아니다. 타르는 감독이 블란쳇을 염두에 두고 창조한 가상의 존재다.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첫 여성 상임 ‘마에스트로’, 독보적인 예술가, 위선적인 야망의 화신, 레즈비언, 젊은 여성 음악가 육성 프로젝트의 설립자, ...
<대행사>의 고아인, 이유없이 욕망하라… 코끼리가 ‘새 길’을 내듯이제1451호 어느 숲속, 한 소녀가 산딸기를 따고 있는데 백마 탄 왕자가 나타난다. 소녀는 왕자에게 “기다리고 있었어요”라는 말을 남기고 칼을 꺼내 백마를 베어버린다. 뜻밖의 상황에 놀란 왕자에게 소녀는 당차게 말한다. “다른 여자애들이랑 달라서 놀랐니?” 새롭게 출시된 여전사 트레이닝 롤플레잉게임(RPG) <...
‘연기 잘알’ 김신록이 25명과 연기를 이야기했다제1450호 뜨거웠다가 차갑게 식는다. 찢어지게 가난했다가 떵떵거리게 여유롭다. 말을 더듬다가 속사포로 쏟아낸다. 녹색 잎으로 물들어 단풍이 되고 잎을 모두 다 떼어냈다가도 어김없이 다시 꽃을 피워낸다. 천변만화의 계절을 신록처럼 쨍하게 표현한다. 배우 김신록이 그렇다. <지옥>(2021...
뉴진스에는 광야 같은 세계관이 왜 없을까제1449호 요즘 취미로 걸그룹 댄스를 배우고 있다. 지난달에는 르세라핌의 <안티프래자일>(충격을 받을수록 강해지는 성질이라는 뜻)을 익혔다. 이 곡의 포인트 안무 이름은 ‘머슬캣’(Muscle Cat)인데, 뽀빠이처럼 팔을 들어 근육을 자랑하고 절벽을 타듯 앞발질한다. 원래 고양이 발 포인...
지금 도쿄는 어제를 내일로 만드는 중제1448호 2023년의 첫날, 일본 우편의 발상지 도쿄 니혼바시에서 에도시대 유니폼을 입은 집배원들이 자전거를 타고 연하장 배달에 나선다. 서울에서 보신각 종소리가 울릴 때 도쿄 긴자에선 100년 전통 브랜드 ‘세이코’의 시계탑(①)이 새로운 해의 시작을 알린다. 가장 오래된 내일이 그렇게 그곳에서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