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 또는 한정식, 마음의 전쟁과 희망의 존버제1494호 해마다 연말이면 여러 매체에서 ‘올해의 ○○’을 선정한다. 그럴 때 ‘올해의 드라마’도 빠지지 않는데 내게 ‘올해의 드라마’를 꼽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 2023년 내가 사랑한 드라마들은 각각의 이유로 좋았고, 아무리 좋았어도 싫은 점이 하나씩은 있었으니까. 드라마 박애주의자의 슬픈 운명이랄까. 그럼...
옥새 교통카드, 색동 앞치마…우리 것이 힙한 것이여제1493호 우리 곁에 있지만 힙(hip)한 줄 몰랐던 것, 남들이 찬탄한 뒤에야 비로소 눈에 띄는 것들이 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에서 불티나게 팔린 경북 영주대장간의 호미(전통 농기구 그 호미가 맞는다. 2019년부터 원예 부문 상위권), 넷플릭스 시리즈 <킹덤>(2...
‘호호’ 불며 먹는 겨울 간식도 1천원으론 감당 안 돼제1492호 겨울이다. 추운 날씨에 구수한 냄새가 나는 포장마차를 만나면 그렇게 반가울 수 없다. 막상 들어가보면 풍경이 낯설다. 붕어빵은 작아지고 호떡값은 훌쩍 올랐다. ‘8개에 5천원’ 등 전에 못 보던 가격표도 붙었다. ‘가만있어봐, 그럼 하나에 얼마야?’ 주머니에 든 돈을 만지작거리며 달라진 양과 가격을 셈하기 ...
식물유치원, 재개발단지 출신들 동창회가 열렸습니다제1491호 2023년 11월25일 저녁 8시. 서울 지하철 1호선 신길역 부근 지하도를 나와 재활용품이 늘어선 재활용센터와 중장비 사이를 지나자 철제 셔터가 굳게 닫힌 2층 건물이 나왔다. 건물 옆 가파른 철제 계단을 오르면 보이는 문을 열자 연둣빛 어린잎을 매단 레몬나무 모종, 바싹 마른 진갈색 씨방에 ...
대륙 뺨치는 스케일에 시장 좌판 같은 활력이제1490호 여행기는 언제나 그것이 타자의 시선(임)을 보증한다. 여행이라서 허용되는 ‘무지’가 있다. 한편 여행이기 때문에 노출되는 이 무지의 감각은 대상에 대한 관습과 신비를 동시에 깨기도 한다. 게다가 가이드가 있는 단체 이동인 경우, 눈앞의 전시와 미술관이 흘러가는 대로 동선이 짜인다. 2023년 11월17...
‘환향녀’ 되어도 살아서 좋았어제1488호 “비극적 상황에 내동댕이쳐진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써보고 싶었다.” MBC 드라마 <연인>(금·토 9시50분, 파트1 2023년 8월4일~9월2일, 파트 2 10월13일~11월18일)을 집필한 황진영 작가의 말이다. 그의 말처럼 <연인>은 조선...
100만원 내고 아스널의 12번째 선수되다…매번 이렇게 산다고?제1487호 ‘200만원'. 손흥민이 뛰고 있는 토트넘 홋스퍼와 루턴타운의 2023~2024시즌 프리미어리그 8라운드 경기를 보기 위해 구매대행사에 문의해 받은 입장권 가격이다. 이번에 승격한 루턴타운의 홈구장이 워낙 작아 표를 구하기가 매우 어렵다고도 했다. 그나마 세 곳 구매대행사 가운데 표를 구할...
‘육식파’ 손님까지 유혹하는, 여기가 비건식당?제1485호 2023년 10월15일 일요일 오후 3시30분. 발효 바(bar) ‘천년식향’의 브레이크타임(쉬는 시간)이다. 안백린 셰프가 음식이 담긴 팬 10여 개를 높이 쌓아 나르고 있었다. 이틀 뒤 예약한 단체손님을 위해 밑작업을 한 요리다. 그는 함께 일하는 직원과 팬 10여 개를 더 나른 ...
넌 챔피언이 될 자격이 있어, 축하해제1484호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이 막을 내렸다. 2023년 9월19일 남자축구 예선 1차전으로 시동을 걸어 10월8일 폐막식까지 22일 동안, 45개국에서 출두한 1만1970명의 선수가 건투했다. 이 수는 2년 전 도쿄올림픽 때(1만1430명)보다 많다. 오늘날 메가 스포츠 이벤...
‘7인의 탈출’…김순옥표 매운맛? ‘펜하’보다 죽을맛!제1483호 *이 글은 <7인의 탈출> 주요 장면 정보를 포함하고 있습니다.“죽을 맛.” <7인의 탈출>(SBS) 제작 발표회에서 배우 엄기준은 드라마를 이렇게 정의한다. “매운맛, 마라 맛 그 이상”이라는 의미다. 과연 그랬다. 첫 회부터 여고생이 학교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