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한 복수극 아닌 ‘우아한 복수’ <더 글로리>의 세계제1447호 “또 사적 복수 이야기야?” 김은숙 작가의 신작이 학교폭력(학폭) 피해자가 복수하는 내용이라는 소식을 들었을 때 가장 먼저 한 질문이다. ‘학폭’을 소재로 한 드라마는 최근만 해도 <돼지의 왕>(티빙), <3인칭 복수>(디즈니플러스), <약한영웅&...
평화의 상징 ‘평양냉면’, 남북이 어떻게 다른가?제1446호 “아, 이 반가운 것은 무엇인가이 히수무레하고 부드럽고 수수하고 슴슴한 것은 무엇인가겨울밤 쩡하니 닉은(익은) 동티미국(동치밋국)을 좋아하고 얼얼한 댕추가루(고춧가루)를 좋아하고 싱싱한 산꿩의 고기를 좋아하고 그리고 담배 내음새, 탄수(식초) 내음새, 또 수육을 삶은 육수국 내음새 자욱한 더북한 삿방(갈대...
표어는 부른다, 의미를 시대를제1445호 서울 종로구 필운동의 어느 공사 현장에는 안전 펼침막이 걸려 있다. 공사 현장은 넓지 않은데 펼침막은 사이즈가 꽤 크다. 펼침막에는 또박또박한 글자로 ‘안전베테랑은 현장정리부터’라는 문구가 박혀 있다. 무엇보다 여러 아시아 언어로 번역돼 적힌 문구가 인상적이다. 큼지막하게 쓰인 한글 아래 총 여섯 개의 ...
아쿠아리움 체험이 아무리 화려한들 <아바타: 물의 길>제1444호 <아바타: 물의 길>을 개봉 첫날 3D관에서 관람했다. 13년 전 <아바타>를 영화사의 혁명으로 치켜세우는 세간의 평에 동의할 수 없던 나였기에 <아바타: 물의 길>이 특별히 더 흥미로우리라 기대하지는 않았다. 짐작은 크게 빗나가지 않았다. 2...
붕어빵 지키는 마음 사재기는 안 돼요제1443호 2022년 12월13일 눈 내리는 오후 2시, ‘효공잉어빵’ 트럭 앞에서 손님 16명이 줄지어 기다렸다. 서울 용산구 효창동 지하철 6호선 효창공원역에서 골목으로 올라가는 길모퉁이에 교복 입은 학생, 할머니 손잡고 나온 유치원생, 혼자 나온 할아버지, 유모차를 끌고 온 주부, 20대 ...
눈 뜨면 왜? 회장님 손자, 황제의 딸, 금수저제1442호 “눈떠보니 내가 이 제국 최고 권력자의 유일무이 외동딸이라고?!” 요즘 유행하는 웹소설 설정을 본떠 내 인생을 상상해봤다. 이왕 상상한 김에 다른 드라마나 웹소설의 제목들(<파산 후 코인 대박> <톱스타와 결혼했습니다> 등등)을 적용해봤다. 어느 날 일어나보니 ...
검열이 나타났다 늑대가 나타났다제1441호 이른 아침 가난한 여인이/ 굶어 죽은 자식의 시체를 안고/ 가난한 사람들의 동네를 울며 지나간다/ 마녀가 나타났다(합창)/ 부자들이 좋은 빵을 전부 사버린 걸/ 알게 된 사람들이 막대기와 갈퀴를 들고 성문을 두드린다/ 폭도가 나타났다(합창)/ 배고픈 사람들은 들판의 콩을 주워 다 먹어치우고/ ...
손흥민과 호날두, 물러설 수 없는 ‘카타르 대전’제1440호 삐이익. 종료 휘슬이 울리자 선수들이 터벅터벅 경기장을 빠져나왔다. 손흥민의 발걸음이 유난히 느렸다. 머뭇거리던 손흥민은 뒤에서 다가오는 선수에게 향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였다. 먼저 다가가 유니폼을 교환하자고 요청하는 것은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그래도 어릴 때부터 가장 좋아하는 선수였기에 말을 걸었…
“경쟁 잘하는 사람? 스스로 잘 설명하는 사람”제1439호 “공부를 잘하고, 시험을 잘 보고, 좋은 직장을 얻고, 집을 사고, 계속 의미가 외재적인 것으로 전이되고 있습니다. (…) 시민들이 일상의 사소한 일들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모두 자기 자녀들이 베이징으로 가기를 원하게 되죠.”중국 출신 인류학자 샹뱌오 독일 막스플랑크사...
이기거나 죽이지 않고 ‘살리는’ 선택 보여준 <슈룹>제1438호 “두릅? 그게 드라마 이름이야?” “아니 슈룹! 슈! 룹!” “슈룹? 사극이라며 왜 영어야?” “영어가 아니고 우산을 뜻하는 옛말이래.”‘요즘 어떤 드라마를 보느냐’는 친구의 질문에 대답하다가 뜻밖에도 제목을 알리는 단계부터 어려움을 겪었다. 난관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tvN 드라마 <슈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