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늘 있는 물고기가 제일 싫었다”제1380호 소설 <노인과 바다> 속 노인의 작업실이 이런 풍경일까. 검게 메마른 돛새치 꼬리, 청상아리와 귀상어의 턱뼈와 이빨 표본이 벽에 걸려 있다. 입구 테이블은 목범선 모형으로 꽉 찼다. 찰스 다윈이 타고 세계를 유람한 비글호부터 캐리비언 해적선 모형까지 손톱만 한 나무를 이어 붙여 제작...
“동물이 덜 불편하면 내가 기뻐요”제1380호 소변이 급했다. 화장실을 찾지 못해 길가에 차를 아무렇게나 대놓고 골목으로 뛰어 들어갔다. 쓰레기 더미 속에서 ‘바스락’ 소리가 났다. 자세히 들어보니 바스락이 아니고 ‘깽깽’ 소리였다. 발로 툭 차니 주먹만 한 시추 한 마리가 비닐봉지에 담겨 있었다. 태어난 지 몇 개월이 안 돼 보였다.0.3㎜ 오차를 줄이...
식물 이름에게제1380호 “아이고 이거 들키면 안 되는데요.” 한 번만 나온 게 아니다. 들키면 안 되는 게 너무 많다. 책값을 들키면 안 되고 일하는 동료가 알면 안 된다. 가족에게 반절로 책값을 깎아 불렀고, 옆자리를 누가 비우면 딴짓을 하기도 했다. 한 줄 한 줄이 인고의 여정 한 페이지 32줄, 1928쪽, 출전 ...
육아도 경력입니다제1378호 ‘경력단절여성’이란 용어를 ‘경력보유여성’으로 바꾸고 이들이 수행한 돌봄노동을 경력으로 인정해 구청장이 ‘경력인정서’를 발급하는 조례가 서울시 성동구에서 처음 추진된다. 돌봄노동이 비경제적 활동이지만 사회 기능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필수적인 활동으로 보고 이를 경력으로 인정한다는 취지다. 성동구는…
실리콘밸리에선 ‘슈퍼맘’이 아니어도 괜찮아제1378호 서울시 성동구에 있는 비영리사단법인 ‘루트임팩트’는 2018년부터 출산·육아 등으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의 재취업을 지원하는 ‘임팩트 커리어 W’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여성들은 ‘경력단절여성’이 아닌 ‘경력보유여성’으로 호명됐고, 커뮤니티를 형성해 서로 독려하고 지지받는 경험을 쌓았다. 루트…
양심을 심사할 수 없기에제1372호 “(대체복무제 도입 뒤) 세상이 바뀌었어도 여전히 재판받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있다는 걸 기억해주세요.” 정치적 신념에 따른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대법원이 첫 무죄 확정판결을 내린 2021년 6월24일, 시민단체 ‘전쟁 없는 세상’이 대법원 앞에서 연 기자회견에 참석한 양심적 병역거부자 임진광(24)씨가 말했다....
“재판이 한 편의 부조리극 같았다”제1372호 2021년 6월24일 평화주의 신념에 따른 현역 입영 거부자의 첫 무죄 확정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병역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시우(33·활동명)씨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2021년 2월 평화주의 신념에 의한 예비군 훈련 거부에 이어, 현역 ...
양심이 석방되길 기다리며제1372호 ‘양심적 병역거부자는 더 이상 처벌받지 않는다.’ 이 말은 절반만 맞다. 2018년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에서 양심적 병역거부가 인정됐고 대체복무가 도입됐다. 그러나 가짜 양심과 진짜 양심을 판별한다는 재판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그렇게 수감된 양심적 병역거부자 루민(32·활동명)은 감옥에 가둬도 가둬지지 않는...
메시아 같은 제3후보, ‘권력욕망’이 변수제1370호 어느 정부나 끝 무렵은 대체로 혼란스럽다. 대통령과 여당의 인기는 시들해진다. 시작할 때 기대는 실망으로 바뀐다. 팍팍한 일상에 뿔난 민심은 여권을 겨냥한다. 야당은 불난 정권을 더욱 코너로 몰아붙인다. 같은 여당 대선 주자들도 각자도생을 선택해 현 정부와 차별화에 나서기 십상이다. 혼돈의 임기 말, 대선이 다…
미지의 윤석열, 검증의 시간제1370호 2022년 대선을 8개월 앞둔 현재, 야권의 지상과제인 정권교체를 이룰 가장 앞선 링 위의 선수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다. 윤 전 총장은 여론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1위 자리를 놓고 엎치락뒤치락하며 일대일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2021년 6월29일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