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4년 3월10일 안철수 당시 새정치연합 중앙운영위원장과 정몽준 당시 새누리당 의원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한국노총회관에서 열린 한국노총 창립 68주년 기념식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철수, 신인·인기·스토리 갖췄으나
3후보들 가운데 안 대표는 ‘덜 실패한 사례’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지금도 3후보 실험이 계속되기 때문이다. 안 대표는 청춘콘서트로 이름을 알렸다. 청년에게 희망 메시지를 전달했던 청춘콘서트는 2011년 후반 박경철 경제평론가, 평화재단과 공동으로 개최됐다. 이명박 정부 말 어수선한 분위기에 청춘콘서트는 큰 흥행을 거뒀다. 안 대표는 청년의 희망으로 떠올랐고 2030세대로 지지세가 확산했다. 안 대표 인기가 높아지면서 그의 청렴한 부 축적과 컴퓨터 백신 무료 배포도 널리 알려졌다. 안 대표 스토리는 정치 입문 초기에 완성됐다. 안 대표는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유력 후보로 거론됐다. 절반 가까운 지지율로 경쟁 상대가 없을 정도였다. 그는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게 후보직을 양보했다. 5% 내외에 머물던 박 전 시장은 안 대표 지지율을 거의 흡수해 여유 있게 당선했다.안 대표는 정치 신인, 대중 인기, 인생 스토리까지 3후보 조건을 완벽하게 갖췄다. 그는 2012년 대선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11월 초순까지 박근혜 후보에 이어 2위를 유지했다. 안 대표의 지지율은 문재인 후보에게 단일화를 제안하면서 하락했다. 야권후보 단일화 국면에서 야당 지지층이 대거 문 후보에게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그는 결국 11월23일 대선 후보를 사퇴했다.2012년 안 대표의 실패는 약한 권력욕망과 정치력 부재 탓이란 분석이 제기됐다. 조기 입당 또는 대선 완주 승부수가 주효했을 것이란 시각이다. 안 대표는 2016년 총선에서 국민의당 돌풍을 일구며 기사회생했다. 그러나 2017년 대선과 이듬해 서울시장 패배, 2021년 4·7 재보궐선거 야권 서울시장 단일후보 경선 패배 등으로 반전을 이루지 못했다. 정몽준, 경선 전략·정치력의 한계
정몽준 전 위원장도 안 대표와 비슷한 길을 걸었다. 대한민국이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4강에 오르면서 정 전 위원장은 정치권에 갑작스레 등장했다. 그해 6월 지방선거에서 새천년민주당이 크게 패배하자 노무현 후보가 흔들렸다. 노 후보 지지율 하락과 함께 당내에서 후보교체론이 비등했다. 정 전 위원장은 이 틈새를 파고들었다. 대선 출마 뒤 정 전 위원장은 다자대결 여론조사에서 2위를 굳혔을 뿐만 아니라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와의 양자대결 여론조사에서도 우위를 확보했다.정 전 위원장은 2002년 11월 말 야권후보 단일화 여론조사 경선에서 패배한 뒤 선거 전날 단일화를 철회했다. 이는 곧 노 후보 당선으로 이어졌다. 권력욕망 부재가 경선 전략 실패와 정치력 한계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잇따랐다. 대선 뒤 정 전 위원장은 국민통합21을 창당하고 2004년 총선에서 당선했다.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입당 뒤 5선을 달성하고 당대표까지 지냈지만 대선과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2017년 대선 반기문 전 총장, 2007년 대선 고건 전 총리도 정치 신인, 대중 인기, 인생 스토리를 갖춘 3후보들이다. 이들은 임기 말 여권에서 대선 후보로 화려한 주목을 받았지만 금세 시들고 말았다. 두 사람 모두 국내외 최고위 관료를 지냈지만 이는 돌발변수의 연속인 정치·선거에서 통하지 않았다. 이들의 초고속 출세가 되레 권력욕망을 가로막았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안 대표와 정 전 위원장은 그나마 절반의 실패로 평가할 수 있지만, 반 전 총장과 고 전 총리는 반사체에 그치고 말았다.2021년 6월29일 출마 선언 이후 장도에 나선 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3후보의 특징을 갖췄다. 그는 3월 총장을 사퇴한 초신선 상품이다. 가는 곳마다 화환이 늘어서고 구름 인파가 몰려든다. 사시 9수, 고시생 때 상여 멘 의리, 늦깎이 결혼 따위의 스토리도 늘 따라붙는다. 윤 전 총장은 3월 이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차기 대선 양강구도를 지키고 있다. 최근 국민의힘에 복당한 홍준표 의원, 최재형 전 감사원장, 안 대표 등 2위권의 추격이 거세지만 아직 여유가 있다.집권 의지 강한 보수 진영, 자유로운 2030
윤 전 총장은 3후보 특징 외에 권력욕망으로 차고 넘친다. 반문재인(반문) 대표, 집권 의지, 가족 의혹은 윤 전 총장의 권력욕망을 구성한다. 그는 2019년 8월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내정과 함께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에 맞서며 지지율을 쌓았다. 그는 반문 대표성을 확보했다.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은 단순 반사체에 비해 훨씬 탄탄하다. 보수 진영의 집권 의지도 어느 때보다 강렬하다. 36살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 출범은 이를 방증한다. 보수 진영은 필승카드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과 거리가 있는 대선 후보를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윤 전 총장은 본인 외에 부인·장모도 각종 의혹에 싸여 있다. 역풍 가능성이 생겼으니 중도 포기도 쉽지 않다. 진보 진영 일각에선 윤 전 총장을 평가절하하지만 이제 정치지형은 달라졌다. 4·7 재보궐선거에서 새롭게 등장한 2030세대는 진영 논리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투표할 수 있다. 이들에겐 윤 전 총장도 선택 가능한 대선 후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