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혐정국의 긴 터널제1128호 ‘공안정국’ ‘안개정국’ 같은 말은 오랫동안 한국 정치의 어떤 전형적 국면을 가리키는 말로 애용되어왔다. 하지만 요즘 같은 시국에 저런 말은 맞아떨어지지 않는다. 모두가 악취에 코를 움켜쥐고 눈살을 찌푸리면서도 지켜봐야 하는 이 상황을 뭐라 불러야 할까? ‘극혐정국’ 아닐까. 청와대 민정수석 ...
좌수남 우철성제1127호 자칭 보수주의자들이 틈만 나면 꺼내는 단어가 ‘법치’다. 주로 어떤 시위나 농성을 강경 진압하고 싶을 때 쓴다. 요즘에는 ‘떼법’이라는 신조어까지 나와 말썽이다. 법이라는 수단이 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무조건 머릿수로 밀어붙여 억지 주장을 관철한다는 거다. 그러나 최근 법을 신경 쓰지 않는 건 오히...
왜 대통령이 되셨나요?제1126호 과연 정치란 뭘까, 의문을 갖게 하는 하루하루다. 애초에 포문은 <조선일보>가 열었다.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처가 부동산 의혹을 1면에 실은 거다. 언론계 주변에선 ‘<조선일보>가 전쟁을 각오했다더라’는 설이 파다했다. <조선일보>를 시작으로...
희귀한 승리, 그리고 남은 것제1125호 이화여대 투쟁의 가장 놀라운 점은 이들이 ‘이겼다’는 사실이다. 아직 싸움이 끝나지 않았고 학생들은 여전히 농성하며 총장 퇴진을 요구하고 있지만(8월11일 현재), 어쨌든 대학 쪽은 계획을 철회했다. 왜 다른 대학들에선 불가능한 일이 이화여대에선 가능했는가? 학생들의 이 희귀한 승리에는 어떤 사회적 ...
우병우로 시작해 이건희로제1122호 우병우로 시작해서 이건희로 끝난, 그야말로 롤러코스터를 탄 듯한 한 주였다. 한국 사회가 돈 있는 사람들이 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갖췄다는 게 또 드러났다. 이는 체제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 역으로 보여준다. 이건희 회장 문제야 장삼이사의 상상 그대로니 놀랄 것도 없지 않느냐는 ...
무기 ‘득템’한 군만 노났다제1121호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미국이냐 중국이냐의 양자택일에서 미국을 선택한 결과라고들 한다. 과연 그런가? 박근혜 정부가 ‘친중 노선’ 때문에 비난받던 게 엊그제다. 그때만 해도 보수언론들은 윤병세 외교부 장관을 포함한 외교라인을 교체해야 한다고 일제히 비난했다. 그런데 이렇게 됐으니 참 신기한 …
쥐덫에 걸린 민주주의제1120호 2012년 12월16일, 박근혜 후보의 TV 토론 전략은 멋졌다. 명명 자체를 바꿨다. 문제를 국가정보원 선거 개입에서 야당의 여성 감금으로 바꿔냈다. 선거를 며칠 앞두고, 일방적이란 표현만으론 다 설명이 안 될 정도로 완벽하게 불리한 사건이었다. 하지만 박근혜 후보는 그야말로 비상하게, ‘프레임’(...
‘우리 편’ 색깔론제1119호 더불어민주당(더민주) 박용진 의원이 정무위원회 업무보고 자리에서 국가보훈처의 ‘불온함’을 고발하고 나섰다. 그는 박승춘 보훈처장을 향해 “김일성의 외삼촌에게 서훈을 한 최초의 보훈처장” “대한민국 세금으로 매달 390만원을 김일성의 외삼촌에게 주는 것”이라 질타했다. 박 의원 발언 이전인 6월27일 ...
아무것도 책임지기 싫어제1118호 맨 먼저 느껴지는 것은 기시감이다. 우리는 정확히 이와 똑같은 논쟁을 이미 몇 년 전에 온몸으로 겪었다. 논쟁이 오래됐고, 주제 자체가 각자의 핵심 이익을 건드리기 때문에 주장의 근거는 점점 더 정교해졌다. 근거만 놓고 보면 사실 어느 쪽이 옳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다. 공정한 평가를 거쳐 ...
불충의 기운제1117호 *이 글은 전지적-박근혜 시점의 픽션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분노에 밤잠을 설쳤다. ‘배신의 정치’가 돌아왔기 때문이다. 그를 내쫓기 위해 얼마나 많은 일을 하였는가. 그것 때문에 또 얼마나 많은 정치적 손해를 보았는가. 그럼에도 TK(대구·경북) 하늘 아래 왕이 둘일 수는 없다고 몇 번이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