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이 끊기기 전 이미 인간으로서 죽었다제786호10월28일, 그러니까 용산 재판 선고공판에서 피고인들에게 중형이 구형된 날에, 나는 김훈의 신작 <공무도하>(문학동네 펴냄)를 읽고 있었다. 당대를 다루는 소설이었지만 김훈은 여전했다. 지상에서의 삶은 문명이나 이념 따위와 무관하게 약육강식의 원리로 이루어지고, 인간의 시간은 역사나 ...
오욕의 굴레와 싸운 톨스토이의 고행제785호 “그는 예술가였지만 예술을 미워했다. 귀족이었지만 귀족을 미워했다. 90권이나 책을 썼지만 말을 믿지 않았다. 결혼을 했지만 결혼 제도를 부정했다. 언제나 육체의 욕구에 시달리면서 금욕을 주장했다. 천재적인 두뇌의 소유자였지만 지성을 증오했다.” 러시아의 대문호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는 이렇게 모순으…
[새책] 〈왜 사회에는 이견이 필요한가〉외제785호<왜 사회에는 이견이 필요한가> 카스 선스타인 지음, 박지수·송호창 옮김, 후마니타스(02-739-9929) 펴냄, 1만5000원 “일반적으로 동조하는 사람들은 집단의 이익을 위해 침묵하며, 이를 통해 사회적 이익을 보호하는 사람으로 간주된다. ...
저물어가는 제국의 염치제785호 위기의 미국은 지금이라도 소프트파워로 ‘전향’할 자세가 돼 있을까? 유감스럽게도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이하 <르 디플로>) 한국판 11월호는 여전히 하드파워에 집착해 패권을 놓지 않으려는 말기 제국의 몰골을 가감 없이 그려낸다. 경제위기 책임 아시아에 ...
일본·한국 우익, 차이가 더 크다제784호우익이란 무엇인가? 역사적 고찰이건 이념에 대한 분석이건 한국의 ‘우익’을 전면적으로 다룬 책은 드물다. 우익이라면 민족주의나 보수주의보다는 곧장 반공주의를 먼저 떠올리게 되는 것이 한국적 현실이다. 이러한 특수성이 우익의 본질에 대한 진지한 물음까지도 봉쇄해버린 것은 아닐까? 일본의 평론가 마쓰모토 겐…
[새책] 〈1마일 속의 우주 〉외제784호〈1마일 속의 우주〉 쳇 레이모 지음, 김혜원 옮김, 사이언스북스(02-517-4263) 펴냄, 1만1천원 쳇 레이모 교수는 미 스톤힐대학의 물리학·천문학 교수다. 그는 37년 동안 매일 매사추세츠 노스이스턴 마을의 집에서 대학까지 걸어갔다. 거리는 1마일, 1.6...
늙어간다는 것, 이 무력감제784호 한 멋진 남자가 있다. 가족주의와 종교에서 자유로운 미국의 유대인 이민자 3세대로, 유명 광고회사의 아트디렉터로 성공했고, 경제적으로 부족함이 없으며, 타고난 예술적 감수성을 가져 그림을 잘 그리고, 매력적인 외모에, 지성적이고 합리적이라 많은 여자들이 따랐던 그런 남자. 뉴욕에 살면서도 9·11 사건의 ...
[청소년 책] 10대의 이해력은 기대 이상이다제783호[전문가가 권하는 청소년 책 18] 청소년 출판은 좋게 말해 유망주요, 솔직하게 말해 애물단지였다. 청소년 출판에는 당위성만 있을 뿐 상업성은 존재하지 않았다. 청소년이 입시라는 덫에 걸려있는 한 청소년 출판에서 희망을 논한다는 건 근거 없는 낙관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청소년출...
[청소년 책] 나의 그녀, 그들의 그 사람제783호[전문가가 권하는 청소년 책 18] <나의 그녀>이경화 지음, 바람의아이들 펴냄, 2004년 12월, 8천원, ‘바람의 아이들 반올림’ 시리즈 4 청소년은 아득하게만 느껴지는 미래에 이르기까지 어두운 발치를 밝혀줄 불빛 한 점이 간절하다. 그것을 ...
[청소년 책] 성장이란 아름다운 죄제783호[전문가가 권하는 청소년 책 18] <나의 아름다운 죄인들>김숨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2009년 8월 출간, 9천원, 문지푸른책 “거울과 괘종시계는 서로 마주 보고 놓여 있었는데, 괘종시계가 데엥 데엥 울 때마다 거울은 주르륵 흘러내리기라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