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가 권하는 청소년 책 18]
<나의 그녀>
이경화 지음, 바람의아이들 펴냄, 2004년 12월, 8천원, ‘바람의 아이들 반올림’ 시리즈 4 청소년은 아득하게만 느껴지는 미래에 이르기까지 어두운 발치를 밝혀줄 불빛 한 점이 간절하다. 그것을 멘토라 해도 좋을 것이다. <나의 그녀>에서 주인공 김준희가 애타게 그리워하는 ‘그녀’는 결국 과외선생 이희진이 아니라 그의 불안을 이해하고 위로해줄 멘토다. 이 책이 가진 미덕은 두 가지로 요약되는데, 그 하나는 ‘요즘 아이들’에 대한 작가의 예리한 관찰과 이해다. 그들만의 문화, 그들만의 언어, 그들만의 세상과 세상을 바라보는 눈. 작가는 ‘아이들’을 향한 ‘낡은 눈’을 거두고 더 낮고 치밀하게 그들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려 한다. 또 하나의 미덕은 허영에 가득 찬 어머니, 무능력한 아버지, 기도로 현실을 도피하려는 할머니 등 미성숙한 아이들만큼이나 삶의 무게에 허덕이는 많은 어른들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는 점이다. 그러나 ‘그녀’는 예외다. 너무 현명하고 너무 솔직하고 너무 지혜롭고 너무 침착한… 물론 ‘그녀’는 애당초 특별한 어른으로 설정돼 있다. 하지만 어머니와 아버지와 할머니가 그러한 것처럼 ‘그녀’에게도 당황하여 쩔쩔매야 할 삶의 상황은 얼마든지 있다. 종내는 주인공 역시 ‘그녀’라는 환상에서 벗어나 자신의 세계를 찾겠노라는 결말에 이르지만, 나는 아무래도 소설 속에서 밝혀질 듯 끝내 밝혀지지 않고 넘어가버린 ‘그녀’의 불가해하고 특별한 세계가 궁금하다. 책 말미에 실린 ‘작가의 말’이 어쩌면 소설보다 더 감동적이었다고 한다면, 칭찬일까 흉일까? 책을 덮으며 오랜만에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사진의 배경으로 맞춤한 꽃이든 길가의 꽃이든, 예쁘지 않은 꽃은 없다. 꽃 하나하나의 아름다움을 소중히 보듬을 수 있는 그의 그녀와 그들의 그 사람이 더욱 절실하다.
김별아 소설가
〈나의 그녀〉
이경화 지음, 바람의아이들 펴냄, 2004년 12월, 8천원, ‘바람의 아이들 반올림’ 시리즈 4 청소년은 아득하게만 느껴지는 미래에 이르기까지 어두운 발치를 밝혀줄 불빛 한 점이 간절하다. 그것을 멘토라 해도 좋을 것이다. <나의 그녀>에서 주인공 김준희가 애타게 그리워하는 ‘그녀’는 결국 과외선생 이희진이 아니라 그의 불안을 이해하고 위로해줄 멘토다. 이 책이 가진 미덕은 두 가지로 요약되는데, 그 하나는 ‘요즘 아이들’에 대한 작가의 예리한 관찰과 이해다. 그들만의 문화, 그들만의 언어, 그들만의 세상과 세상을 바라보는 눈. 작가는 ‘아이들’을 향한 ‘낡은 눈’을 거두고 더 낮고 치밀하게 그들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려 한다. 또 하나의 미덕은 허영에 가득 찬 어머니, 무능력한 아버지, 기도로 현실을 도피하려는 할머니 등 미성숙한 아이들만큼이나 삶의 무게에 허덕이는 많은 어른들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는 점이다. 그러나 ‘그녀’는 예외다. 너무 현명하고 너무 솔직하고 너무 지혜롭고 너무 침착한… 물론 ‘그녀’는 애당초 특별한 어른으로 설정돼 있다. 하지만 어머니와 아버지와 할머니가 그러한 것처럼 ‘그녀’에게도 당황하여 쩔쩔매야 할 삶의 상황은 얼마든지 있다. 종내는 주인공 역시 ‘그녀’라는 환상에서 벗어나 자신의 세계를 찾겠노라는 결말에 이르지만, 나는 아무래도 소설 속에서 밝혀질 듯 끝내 밝혀지지 않고 넘어가버린 ‘그녀’의 불가해하고 특별한 세계가 궁금하다. 책 말미에 실린 ‘작가의 말’이 어쩌면 소설보다 더 감동적이었다고 한다면, 칭찬일까 흉일까? 책을 덮으며 오랜만에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사진의 배경으로 맞춤한 꽃이든 길가의 꽃이든, 예쁘지 않은 꽃은 없다. 꽃 하나하나의 아름다움을 소중히 보듬을 수 있는 그의 그녀와 그들의 그 사람이 더욱 절실하다.
김별아 소설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