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을 쥔 자가 말하는 미래…이스라엘, 무기한 ‘치안 책임’ 혹은 점령 구상제1488호 살라딘(살라훗딘) 도로는 팔레스타인 땅 가자지구 남북을 종으로 가른다. 항복을 상징하는 흰색 깃발을 든 어린이가 제 몸보다 큰 짐을 메고 그 길을 걷고 있다. 흰색 깃발을 든 남루한 행렬은 쫓기듯 바삐 움직인다. 허락된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 지나는 길목마다 폭격의 흔적이 살풍경을 연출한다....
74살 국왕의 첫 번째 ‘킹스 스피치’제1488호 입헌군주제 국가인 영국에선 의회가 새 회기를 맞는 첫날 국왕이 ‘개원 연설’(킹스 스피치)을 한다. 2022년 9월 73살의 나이로 즉위한 찰스 3세가 첫 개원 연설에 나섰다. 차려야 할 의례가 복잡했다.2023년 11월7일 오전(현지시각) 찰스 3세와 커밀라 왕비를 태운 육두마차가 웨스트민스터...
리커창, 살아서도 죽어서도 ‘현실을 얻고 꿈을 잃었다’제1487호 1955년 7월, 중국 안후이성 허페이시의 평범한 주택가에서 한 아이가 태어났다. 그해는 연초부터 한바탕 피바람이 불 것 같은 불길한 조짐이 감돌았다. 1950년 이후 마오쩌둥은 사회 각계 지식인과 관료계층을 대상으로 강도 높은 사상개조 운동을 진행했는데, 그것은 종종 ‘목욕’(洗澡)이라고 불렸다....
이스라엘 무차별 반격에 8805명 사망… 인류는 무기력하기만 하다제1487호 팔레스타인 땅 가자지구로 이스라엘 지상군 병력이 진입했다. 미사일과 포탄과 총탄이 하늘과 바다에 이어 땅에도 밤낮없이 날아든다. 화염이 솟구치고 포연이 치솟는다. 개전 한 달이 채 안 된 가자지구의 인명피해 규모는 20개월째 불을 뿜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참상을 이미 넘어섰다. ‘학살을 멈춰라!’ 피 끓는 외침도…
‘돈 작렬’ 폭격 19일 만에 최악의 인종학살 신기록제1486호 “나크바 테러조직 요원 수십명과 하마스 방공망 책임자를 무력화했다.”(2023년 10월14일) “니림 키부츠 학살 책임자인 나크바 테러조직 사령관을 무력화했다.”(10월15일) “하마스 무장요원 2명을 추가로 무력화했다.”(10월18일) “테러 목표물 수백 곳을 타격하고, 10월7일 학살에 ...
시진핑식 ‘비밀주의’ 인사 결말은제1486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23년 10월24일 ‘공화국 주석령’ 세 가지를 잇따라 내놨다. 주석령 발표는 중국 국가주석이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와 그 상무위원회의 결정을 추인하는 법적 행위다. 시 주석은 제12호 주석령에서 이날 전인대 상무위원회를 통과한 해양환경보호법 개정안을 공포하고, 2024년 1...
가자지구 피란민의 노새를 보며…‘앗살람 알라이쿰’제1486호 <한겨레21>이 요르단 수도 암만에 도착한 건 2003년 3월19일 오전이었습니다. 서둘러 숙소에 짐을 풀고 비자(입국사증) 신청을 위해 이라크대사관을 찾았습니다. 전쟁이 터지기 전 이라크에 가려는 사람이 차고 넘쳐났습니다. 간신히 신청서를 접수하고 돌아섰습니다.“지금 이 시각 미군과 ...
베트남 사랑한 틱낫한 스님 “도착했습니다, 집에 왔습니다”제1486호 2022년 향년 95로 입적한 틱낫한은 생전에 ‘살아 있는 부처’로 불리며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불교 승려로 꼽혔다. 그는 일상에서의 마음챙김과 내면의 평화·자비·비폭력을 강조했고, 현실 속에서 비폭력 평화 세상을 이루기 위해 불교도 삶에 참여해야 한다는 ‘참여불교’를 이끌었다. 그가 쓴 명상법과 ...
가자의 어린이, 이 폐허를 보라제1485호 ‘이 폐허를 응시하라.’2023년 10월16일 팔레스타인 땅 가자지구 최대 도시 가자시티 중심가다. 한낮 이스라엘군의 폭격으로 건물이 무너졌다. 콘크리트 먼지 더미를 채 털어내지 못한 주민들이 울고 있다. 앰뷸런스조차 사치다. 째지고 부서진 몸을 이끌고, 서로를 보듬으며 알시파 병원으로 향한다....
가자지구 폭격, 서방의 가치 파괴하고 내부 균열 만들어제1485호 문명의 대척점에 야만이 있다. 도덕적 우위를 가진 쪽이 승리하는 게 역사의 순리다.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 개전 직후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이른바 ‘서방세계’가 ‘침략군 러시아’에 맞서 손쉽게 도덕적 우위를 점한 것도 이 때문이다.대중국 전략경쟁 과정에서 내세운 ‘권위주의 대 민주주의’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