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에게 반성을 기대한 건 사치였다제1348호 검찰은 2020년 2월19일 해경 수뇌부 11명을 기소했다. 이후 4차례 공판 준비기일과 6차례 공판이 진행되고 피고인 김석균(당시 해양경찰청장)과 이춘재(전 해양경찰청 경비안전국장)를 비롯한 12명이 증인석에 앉기도 했다. 검찰이 진심으로 정성과 공을 들였다면 재판부의 마지막 판단이 남아 있더...
답을 앞에 놓고도 이재용은 풀지 못했다제1348호 “삼성그룹 내부에서 기업 총수도 무서워할 정도의 실효적인 준법감시제도가 작동하고 있었다면.”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재판장)의 사법 실험은 이 가정법에서 시작됐다. 2019년 10월25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뇌물공여’ 사건 파기환송심 첫 재판. 재판부는 삼성그룹에 실효적인 준법감시제도가 있었다면...
손톱을 기르고 싶다제1347호 나는 손톱을 손가락 밖으로 길게 기르지 못한다. 아프기 전부터 있었던 습관 중 하나인데, 아프고 나서 그 습관이 더 심해졌다. 손가락을 책상이나 다른 면에 수직으로 세웠을 때 손톱이 그 면에 닿는 감각이 몸서리쳐지도록 싫을 때가 자주 있어서다. 물론 직접적인 계기도 있다.중학생 때 시험이 한 달마다 있었다. ...
인간이 그어놓은 경계, 자기가 판 함정제1347호 연재 순서① 팬데믹과 접경 코로나19 위기는 국가, 공동체, 인간의 경계와 교류에 대한 인식을 근본부터 뒤흔들고 있다. 근대국민국가들이 성벽처럼 구축한 국경이 한낱 바이러스에 무기력해진 지금, 정치·지리·문화적 접경 지역에 대한 새로운 상상력이 절실하다. <한겨레21>은 중앙...
장애인끼리 모여 사는 행복한 나라 따윈 없다제1347호 꿔다놓은 보릿자루 신세가 돼본 적 있는가? 난 있다.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껏 멋 부린 이십 대가 되어 여드름 범벅 사춘기 시절을 함께 보낸 반 친구들을 만나러 갔다. “반갑다, 얘들아.” 초반의 왁자지껄한 인사가 끝나고 이야기가 무르익어가는데 대화 주제가 미국이다. 마침 그날 모인 친구...
[노 땡큐] 폭설의 폭로제1347호 1월6일 저녁, 라이더들의 단체대화방에는 눈 덮인 도시의 모습이 실시간으로 올라왔다. 이 와중에 한 라이더가 넘어져서 일어서지도 못하는 상황인데 어떡하냐고 물었다. ‘어떡하긴! 바로 병원으로 가야죠.’ 속에서 천불이 났지만 입 밖으로 내뱉지는 않았다. 자기 몸보다는 병원비, 배달통에 있는 음식, 눈 속에 방치될…
동부구치소 출소자 “누워서 고개돌리면 얼굴”제1347호 2020년 겨울 시작된 코로나19 3차 대유행은 1·2차 때와는 달리 감염병이 누구를 목표 대상으로 삼는지를 명징하게 보여준다. 대부분 구치소, 장애인시설, 정신병원 등 한국 사회에서 스스로 인권을 주장하기 어려운 시설에 거주하는 수용인이다.동부구치소의 코로나 누적 확진자 수가 1천여명을 훌쩍 넘었...
[너머n] 지적장애녀·미투녀, 박카스녀… 녀녀녀제1347호 ‘지적장애녀’ ‘성폭행 주장녀’ ‘미투녀’ ‘몰카’ ‘음란물’.2021년 1월 현재 성폭력 사건을 다룬 기사 제목이다. 성폭력 사건 보도 때 ‘○○녀’ 지양, ‘몰카’ 대신 ‘불법촬영’, ‘음란물’ 대신 ‘성착취물’로 표현하기는 합의된 원칙으로 생각했으나 기대가 너무 컸다. 이렇게 퇴행하는 언론 모습을 ...
[뉴스 큐레이터] ‘신림동 사건’이 다시 법정에 간다면제1347호 주거침입범죄에 대한 양형기준이 마련된다. 대법원 양형위원회(위원장 김영란)는 주거침입의 기본 형량을 6개월에서 1년으로 하되, 가중 요소가 있을 경우 10개월에서 2년으로 상향하는 양형기준을 발표했다. 가중 요소로는 범행의 주도성, 반복성, 침해도 등이 있다. 주거침입과 관련한 특수주거침입, 누범주거침입...
저 크루즈에서 사람들을 구출하자제1347호 ‘몸무게 42㎏, 폐쇄병동 생활 20년.’2020년 2월 국내에서 코로나19로 처음 사망한 ㄱ씨(당시 63살)를 설명하는 말이다. 코로나19 첫 사망자가 정신병동(경북 청도대남병원)에서 나온 것은 상징적이다. 환기가 안 되는 ‘폐쇄성’, 여러 명이 한 병실에서 생활하는 ‘과밀함’, 침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