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판사가 더 낫겠다?제1488호 지난호 표지이야기 ‘장애인 인권 판결’ 관련 취재를 할 때였습니다. 한 판결문에 나오는 당사자를 찾기 위해 연락을 돌리고 있는데, 어느 시민단체 팀장의 문자가 왔습니다. “권익옹호 담당 ○○○입니다. 전동휠체어 관련 소송에 대해 문의하셨다고 해서 연락드렸습니다.” 중년 남성 이름, 팀장 직함, 사무적 말투...
빈대 ‘민생’제1488호 병원에 가기로 결심한 것은 참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상처는 허벅지 뒤쪽에 나란히 있었습니다. 목을 한껏 젖혀도 상처는 보이지 않을 정도의 크기였지만, 가려움증은 확실했습니다. 만져지는 상처 위로 더는 긁을 수 없을 정도로 고름이 맺혔지만 가려웠습니다. 식당 의자에 앉자마자 상처의 원인을 알 수 있었습니다. 상…
한 박자 늦은 반응을, ‘다른’ 아이와 관계를 위해제1488호 차마 안부를 묻지 못했다. 수년 전 발달장애 아이를 돌보는 경험을 기록하기 위해 의사, 치료사, 부모 등 다양한 집단의 사람들을 인터뷰하러 다녔다. 그중 내 아이 또래를 키우는 몇몇 엄마와는 한두 번 만나고도 꽤 친해져서 가끔 연락을 주고받았다. 그러던 차에 발달장애 아이를 키우는 유명 웹툰 작가와 특수교육...
김포 주민이 묻는다 ‘서울시 되면 교통난 해결되나’제1488호 “지금 김포에 가장 필요한 것은 교통이다. 시민들은 5호선 관련해서 실질적으로 언제 추진될지 기대하고 있다. 5호선만 먼저 해결된다면 서울 편입이나 이런 건 자연적으로 동의를 얻으리라 생각한다.”(김포시 장기동 아파트 입주자대표 ㄱ씨)“최근 이슈화된 서울 편입은 개인적으로 환영하지만,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
설마 했던 그가 후보에…공영방송 사장도 ‘낙하산’ 시대제1488호 ‘승자독식 정치’는 공영방송에도 영향을 미친다. 정부·여당에서 내리꽂는 ‘낙하산 사장’이 대표적이다. 공영방송 사장은 공영방송 이사회에서 뽑지만, 현행 법제도상 정부·여당이 이사 다수를 선임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공영방송 사장을 국민이 직접 뽑자’며 사장 선임 절차에 ‘직접민주주의’ 요소를 더하자는 주장이 꾸…
신념의 거부 20년 뒤의 ‘복잡한 마음’제1488호 서울 마포에 사는 나동혁(46·사진)씨는 ‘인문학적 사고를 즐기는’ 수학 강사다. <수학의 눈으로 보면 다른 세상이 열린다>(2019년)를 비롯해 수학 관련 교양서 3권을 낸 작가이기도 하다. 학생운동과 진보정당 활동에 열심이었던 20대 시절 그는 <한겨레21>...
다섯 달 방치한 고구마 좀 보소제1488호 늦봄에 심은 고구마는 묵묵히 여름을 났다. 퇴비 넣어 만든 밭에 순을 넣은 뒤 두어 차례 풀을 잡아준 게 전부다. 한여름 뙤약볕 서슬이 퍼럴 땐 순보다 키가 커진 풀을 맬 엄두를 내지 못했다. 껑충 자란 풀은 금세 두둑을 덮어, 기특하게도 고구마밭 그늘 노릇을 해줬다. 밭에 갈 때마다 풀을 헤집어 ...
동성부부 난민인정 받던 날 “인생은 아름다워, 비로소, 정말로”제1488호 ‘이상하고 아름답고 낯선 줄리엣’. 2023년 9월20일 엘지(LG)아트센터 서울 공연장에는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줄리엣이 무대에 올랐다. 셰익스피어의 고전 <로미오와 줄리엣>을 오늘날 언어로 해석한 작품인데, 주인공 ‘줄리엣’ 역을 ‘드래그 아티스트 모어(毛魚·털 난 ...
기약 없이 갇혀 숱한 매를 맞고도 보복 않은 홍범도제1488호 1910 년 4 월이었다. 홍범도는 러시아 연해주 재피거우 ( 梓皮溝 ) 마을에 머물러 있었다. 이 마을은 중국·러시아 국경에 가깝고 쑤이펀강 상류 산간지대에 있는 까닭에 한국 독립운동과 인연이 깊었다. 뒷날 반일 무장부대 ‘ 13 도의군’ 이 출범했고, 반일단체 혈성단의 근거지가 된 곳이기도...
아픈 사람을 돌보는 노동자가 아프면제1488호 2022년 여름 아픈 사람을 돌보는 아픈 노동자를 만났다. 요양보호사 이영순(가명)씨였다. 그는 민간기관에서 1년 정도 일하다 2020년부터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이하 서사원) 근무를 시작했다. 서사원에 들어오기 위해 시험도 보고 면접도 봤다. 요양보호사 일을 하게 된 계기를 묻자, 그는 우연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