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김장 자립 원년제1394호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에서 북방 가문 ‘스타크’의 영주는 늘 읊조린다. ‘윈터 이즈 커밍’(Winter is coming). 여러 중의적 의미로 쓰이는 ‘밈’이 됐는데, 밭농사를 시작한 이후 그 얘기가 ‘김장해야 한다’로 들렸다. 텃밭의 생몰은 김장의, 김장에 ...
최승희에게 한없이 가벼웠던 ‘국가’제1394호 “헉!” 얼마 전 엠넷의 서바이벌 프로그램 <스트릿 우먼 파이터>를 검색하다 깜짝 놀랐다. 같은 방송사 보이그룹 오디션 프로에서 우승한 남자 아이돌이 포스터 가운데 있었기 때문이다. 출연하는 여성 댄서들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여유롭게 팔짱을 낀 자세는 무언가를 평가하는 모습이기에 더욱...
미쳤지, 여기를 왜 왔을까제1393호 1983년, 우리 부부가 서른아홉 살 때 이야기입니다. 아들이 5학년 여름방학 하기 며칠 전 서울에 볼일이 있어 갔다가 광진구 자양동에 있는 시집 이모네 집에 들렀습니다. 이모부는 건축업으로 돈을 많이 벌어 부자 소리를 듣고 사는 사람이었습니다. 이모부가 자기네는 길 건너 어느 호텔 사장네 별장...
겨울밭에서 준비 중인 찬란한 탄생제1393호 이미 서리가 여러 번 다녀간 12월 초 주말, 밭에서 뒤늦게 고추 지지대를 뽑았다. 고추 줄기는 워낙 잘 쓰러지는 탓에 봄에 모종을 심은 뒤 한 줄기마다 지지대를 하나씩 세워줘야 한다. 시골 동네 철물점에 가면 길이에 따라 지지대 1개당 500~1천원에 판다. 이래저래 사 모은 지지대가 ...
팬데믹 위에서 춤추게 하라제1393호 코로나19는 우리 일상에 각각 다른 첫 얼굴로 찾아왔다. 누군가에게는 문 닫힌 동네 배드민턴장의 모습으로, 다른 누군가에게는 배달음식 용기 쓰레기 더미로, 그리고 나에게는 방탄소년단(BTS)의 2020년 월드투어 취소로 찾아왔다.월드투어는 6개월 동안 전세계 17개 도시에서 37회나 열릴...
‘키맨’ 홍도, 베일 속 불꽃같은 삶제1393호 노년기의 김철수는 국내 첫 사회주의 단체에 대해 구술 기록을 남겼다. 그에 따르면, 3·1운동 다음해인 1920년 가을에 사회혁명당이라는 단체가 만들어졌다. “우리 조선 안에 공산주의 비밀결사로는 처음” 조직된 것이었다. 절대 비밀이었다. 어지간한 동지는 다 떼어내버렸다. 3·1운동에 헌신한 이 중에...
게으른 적 없는 가난한 사람들제1393호 “내가 생각해도 대단해요, 살아 있는 게.” 이석기(66)씨의 말이다. 이씨는 초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하고 남의집살이하다가 무작정 서울로 왔다. 낮에는 파지를 줍고, 밤에는 파지를 실어 나르는 리어카에서 자며 살았다. 이후 10년 넘게 전남 신안의 염전에서 70만원 월급조차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일하...
‘치명성’을 잘 단속할 수 있을까제1393호 치명적이었던 여자들을 알고 있다. 한 친구는 학창 시절 전학을 갔을 때 전교 남학생들이 그 한 소녀를 보려 몰려들고, 인기 많은 선배가 애인으로 점찍었다는 에피소드가 있다. 드라마나 로맨스 소설의 여주인공에게나 일어날 법한 일, 그리고 내가 열망했던 상황이기도 했다.내가 치명적이고자 했던 열망에는 여러 ...
유희열, 가수가 변하지 않고 성장한다는 것제1392호 “안테나 취직해서 유희열 책상 쓸고 닦는 게 내 인생 최대 목표.” 7년 전 7집 앨범을 낸 이후로 예능 프로그램 프로젝트 음악 작업 외에 직접 곡 작업을 하지 않던 유희열이 최근 피아노 소품곡을 연달아 내놓고 있다. 일상에 스며드는 따뜻한 피아노 선율 영상 아래 달린 댓글을 읽다 고3 시절 장래...
병뚜껑 여는 남자, 질병 저항력이 높은 여자제1392호 우연히 인터넷에서 ‘마음 따뜻해지는 순간’(What a Heartwarming Moment)이라는 제목의 동영상을 보았습니다. 브라질에서 열린 주니어 요리경연대회, 제한시간은 거의 다 됐지만 이미 요리는 끝났습니다. 이제 요리에 화룡점정을 찍을 소스만 올려주면 됩니다. 그런데 문제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