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항의 이름으로제1188호 문정현 신부가 서각(글씨 새김)을 하고 있다. 평생을 국가폭력에 맞섰던 노신부의 손은 제사장이기보다 생산자의 손에 가깝다. 사진·글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독자  퍼스트 &...
고단한 겨울나기제1187호 단풍이 울긋불긋한 강원도 철원의 들판에 재두루미가 남하했다. 오랜 시행착오를 겪어 만든 생존 경로로 날아와 여기서 겨울을 나고 간다. 새는 추수가 끝난 논에 떨어진 낟알을 먹고, 얼지 않은 한탄강에 모여 잠을 잔다. 내년 봄까지 고단한 겨울나기다. 철원(강원)=사진·글 김진수 기자 jsk...
낙엽제1186호 도심 속 낙엽은 그렇게 아름답지 않다. 아스팔트 위에서 쓰레기와 섞여 함께 뒹군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가까이 오라, 우리도 언젠가는 낙엽이리니 가까이 오라, 밤이 오고 바람이 분다.” 프랑스 시인 레미 드 구르몽의 시 ‘낙엽’의 한 구절이다. 사진·글 정용일 기자 y...
손의 언어제1185호 휴일에 ‘전 직원 참여 등산’을 고집하시는 전국의 부장님들께 바치는 작품입니다. 참고로 해당 손동작은 수화로 산을 표현한 것일 뿐 여러분이 상상하시는 그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드립니다. 글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
무기의 위장술제1184호 순간 입술연지로 착각했다. 입술에 바르는 빨간색 립스틱 말이다. 무기박람회(서울 아덱스 2017)가 열린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서울공항에서 행사장의 한 도우미가 빨간색으로 표식된 5.56㎜ 소총 총탄을 바라보고 있다. 누구를 향해 쏘아댈지 모르는 이 총탄은 현란한 조명 아래서 구릿빛으로 반짝거린다. 권력...
생동감제1183호 아이는 몇 번씩이나 뛰어서 계단을 오르내렸다. 지쳐 있던 나는 그걸 보는 게 재미있었다. 숨 쉬고 움직인다고 다 살아 있는 건 아니다. 사진·글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독자  ...
허수아비도 떠났네제1182호 낮달 뜬 고향집 수수밭 하늘에 매 모양의 연이 날고 있다. 명절 때 찾는 고향의 풍광과 인심이 달라 아쉬운데 들녘 터줏대감도 바뀌었다. 허수아비는 더 이상 새를 쫓지 못하는가보다. 사람 보기에도 첫눈에 ‘앗, 맹금?’ 하고 놀라지만 새들이 계속 속아줄지는 모르겠다. 사진·글 김진수 기자 j...
몸의 증거제1180호 세계 최대 시민청원 사이트 ‘아바즈’에서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생리대의 모든 유해성분을 규명하고 역학조사를 실시하라”는 청원의 서명이 진행되고 있다. 8월31일 여성환경연대는 “내 몸이 증거다! 식약처는 일회용 생리대의 모든 유해성분을 규명하고, 철저한 전수조사와 역학조사로 여성 건강 보장하라”는 …
억겹 견딘 대선배제1179호 화강암으로 된 달걀만 한 짱돌이다. 나이는 대략 2억 년쯤 된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중생대 쥐라기 서울 화강암이다. 주변에서 흔히 보는 돌이다. 짱돌이 품은 또 다른 암석을 분석하면 지구 나이와 같은 46억 년으로 어림잡을 수 있다. 발밑의 작은 짱돌은 수억~수십억 년 억겁을 살아온 지구상의...
주인을 그리는 의자제1178호 재개발을 앞둔 골목에 의자가 놓여 있다. 의자의 생김새로 보아, 어떤 이가 꽤 긴 세월 동안 의자에 앉아 휴식과 고민을 나눴을 듯싶다. 골목에 버려졌지만 한때는 창밖이 내다보이는 자리에 놓였을 것이다. 전등을 갈 때나 선반 위 물건을 놓거나 꺼낼 때도 쓰였을 것이다. 주인은 어떤 사람이었을까? 그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