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무리제1176호 따가운 햇볕을 마주해야 하는 무더운 날이 이어졌다. 마치 죄지은 사람처럼 모자를 눌러쓰고 머리를 조아리며 그늘을 찾아 다녔다. 머리를 들어 해를 마주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래도 청명한 하늘에 떠 있는 해의 기운을 한번 받아보자. 운이 좋으면 덤으로 햇무리를 보며 소원도 빌어볼 수 있다. 사진·글 ...
심판의 날, 8월25일제1175호 박영수 특별검사가 8월7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이 부회장은 “특검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으로 제가 국민연금에 엄청난 손해를 입히고 막대한 이익을 취한 게 아닌가 의심하고 있지만 제가 아무리 부족하고 못난 놈이라도 국민의 노후자금에 손해를 끼쳤겠습니까”라고 말했다. …
추억의 잔상제1174호 사진 찍는 필름이다. 요즘 학생들은 알고 있을까? 21세기 밀레니엄 시대를 맞이하며 우리 곁에서 사라지는 것 중 하나다. 필름의 선예도(화상이 선명하게 보이는 정도)를 디지털 이미지 센서로 환산하면 800만 화소쯤 된다고 한다. 최근 휴대전화에 내장된 카메라도 1500만 화소를 넘나드니 필름의 ...
담장취재제1173호 취재원의 음성을 따기 위해 마이크 든 방송기자들이 취재원에게 바짝 접근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 혹시라도 취재원을 가리면 사진기자들과 마찰이 일어나기도 하지만, 뜻하지 않게 재미있는 모습을 연출할 때도 있다. 사진은 담장 너머 취재원의 말을 녹취하기 위해 벽에 붙어서 마이크를 넘기는 방송기자들의 모습이다...
빛나는 구슬땀제1172호 낮 최고기온이 40℃까지 올라 전국에 폭염특보가 내려져도 노동 현장의 구슬땀은 그치질 않는다. 뜨거운 태양 아래 노동의 민얼굴이 드러난다. 사진·글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독자  퍼스트 &#...
상처 입은 나무제1171호 어린 나무 한 그루가 사람들이 쳐놓은 철책과 맞닿아 있었다. 나무는 철책에 스치고 까이며 자라났다. 상처의 아픔은 철책을 품기까지 이어졌을 것이다. 결국 일그러진 나무가 되어서 철책과 함께한다. 이 땅의 주인으로 뿌리내려 철책을 깊이 품으며 죽지 않고 꼿꼿하게 서 있다. 사람들도 이런 아픔 하나쯤 가슴에 ...
민들레처럼, 강아지똥인 양제1170호 오지 않을 것 같은 봄은 가고, 여름이 왔다. 봄꽃 민들레는 홀씨를 뿌려 새 생명을 도모할 것이다. 권정생 선생이 1969년에 쓴 <강아지똥>은 민들레가 뿌리를 내리고 홀씨를 틔워 다음 생을 준비할 때 필요한 ‘무언가’에 대한 동화다. 시골 돌담 아래 버려진 강아지똥은 결국 ...
향기 잃은 참외제1169호 책상 위에서 두 달이나 버티고 있는 참외의 모습이다. 향기도 그윽했고 겉모양도 노랗게 잘 익은 참외였다. 주먹보다 컷던 이놈은 한 달이 지나면서 밤알 크기로 작아지고 쭈글쭈글해졌다. 더 작아지고 쭈그러진 참외를 사진에 담으며 코끝으로 향기를 맡아보니 이제는 아무 냄새가 없다. 인간도 나이 들어가면서 사람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