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의 쓸모를 찾아서제1122호 호모 아카데미쿠스. ‘나는 공부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사람들이 있다. 더 좋은 학벌, 부모의 체면, 안정된 직장, 끊임없는 자기계발, 지식 탐구, 즐거움. 배움의 목적은 다양하지만 그 결과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공부가 삶을 풍요롭게 했던가, 삶을 고통스럽게 했던가. 무엇으로 갈렸을까....
절경만이 책이 된다제1122호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주세요”(고은 시 ‘가을 편지’) 7년 만이에요. 잘 지내셨나요? 조청 같은 땀이 흥건한 여름이지만, 가끔은 고양이 꼬리가 살랑대듯 바람이 불어요. 어제는 신문사 근처 여자대학을 갔어요. 치마가 하늘하늘. 마음에 풍차가 돌았어요. 2009년 그대에게 글을 쓰면서 이런...
‘빠순이’가 뭐 어때서제1121호 딸은 아이돌그룹 동방신기 ‘빠순이’였다. 다만 ‘선을 지키는 빠순이’였다. 집을 나가 전국을 배회하지는 않았다. 대신 동방신기 온라인 카페에 매일 들어가 팬들과 소통하고 ‘아이돌 Goods(상품)’는 꼭 구매하고 관련 소식을 빼먹지 않는 정도였다. “사실 동방신기 아니면 다른 즐거움이 없었다. ...
‘골리앗’ 이스라엘의 내부고발자제1120호 9살이었다. 1967년 6월. 이스라엘이 6일 만에 가자지구, 시나이반도, 골란고원, 요르단강 서안지구, 동예루살렘까지 무력으로 점령한 직후 아론 브레크먼은 부모님과 예루살렘을 여행했다. 점령 초기여서 이전의 ‘활기’를 잃지 않은 당시 예루살렘은 색깔이 선명한 곳이었다. 아랍인들은 체크무늬 ...
문학의 바다에 띄운 유리병 통신제1119호 두레박. 우물물을 길어올려 갈증을 적시는 두레박. 문학의 두레박. 진실을 길어올려 세상을 적시는 두레박. 문학의 두레박은 네 귀퉁이가 모여야 온전해진다. 예술, 역사, 정치, 그리고 고독. 예술에만 탐닉한 문학은 허무맹랑으로 추락하고, 역사의식 없는 문학은 진공에 갇히고, 정치를 외면한 문학은 골방의 요설...
빨치산 별을 본 사람들제1118호 그들은 별을 보았다. 지리산, 월악산, 한라산…. 입산한 그들은 발아래 사람의 마을을 내려다보았다. 숱한 불안의 밤, 그들은 마을을 비추는 별을 보았다. 빨치산. 갑년도 훌쩍 지난 두억시니 세월 전쟁통. ‘만인이 평등한 세상’을 희망하며, 총과 죽창을 들고 그들은 스스로 산에 누운 미륵이 되었다....
한국전쟁의 사각을 보다제1117호 사진은 응시(凝視)다. 응결된 시선. 이 말은 절반만 참이다. 모든 사진은 역사적이다. 단 한 장도 시공간에서 탈출할 수 없다. 역사적이므로, 모든 사진은 선택과 배제의 결과물이다. 누가 어떤 의도로 촬영했으며, 무엇을 고르고 무엇을 버렸는지가, 부처의 등 뒤 광배처럼, 은밀하게 사진 뒤에 숨어 있다....
강남, 한국 현대사의 축소판제1116호 한국 사회에서 ‘서울 강남’은 예외적 공간이다. 강준만 전북대 교수는 저서 <강남, 낯선 대한민국의 자화상>에서 강남을 “구별짓기의 아성” “욕망의 용광로”라고 표현한 바 있다. 또한 강남 지역 가운데도 격차가 있어 ‘강남 안의 강북’이 공존하는 형용모순의 공간이다. 남북 분단의 ...
민주주의로 가는 정류장, 도서관제1115호 1987년 6월, 이한열과 나 그는 말하지 못하였다. 1987년의 이한열(1966~87)을, 그는 말하지 못하였다. 경찰이 싸지른 SY44 최루탄에 맞아 이한열은 27일간 사경을 헤매다 7월5일 새벽 숨졌다. 그도 중환자실 이한열의 바로 옆 침상에 누워 있었다....
떨어져도 튀어오르는 공처럼제1114호 임자를 찾았다. 이 시와 데칼코마니 같은 사람. “옳지 최선의 꼴/ 지금 네 모습처럼/ 떨어져도 튀어오르는 공/ 쓰러지는 법이 없는 공이 되어.”(정현종 시 ‘떨어져도 튀는 공처럼’ 마지막 연) 정새난슬(35). 재능 있는 일러스트레이터였고 2013년 펑크밴드 보컬과 결혼. 2년 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