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델라의 진짜 말제992호넬슨 만델라를 처음 만난 건 1996년 미국 뉴욕의 어느 헌책방에서였다. 자서전 을 읽자 어렴풋했던 거인의 진면목이 오롯이 드러났다. 그의 영결식에 100명이 넘는 전·현직 세계 정상들이 참석한 데는 울림이 있는 말과 그 말에 힘을 실어준 삶이 있었다. 위대한 투사이자 정치가였던 만델라의 가장...
동정 넘어 연대, 편견 아닌 이해제991호식민지, 내전, 기아, 에이즈, 커피, 다이아몬드. 우리가 아프리카에 대해 알고 있는 것들은 앙상하다. 마치 배고픔에 허덕이고 있는 아프리카 아이들 모습처럼. 아프리카를 향한 우리의 눈길은 동정 또는 외면을 오고 갈 뿐이다. 미국의 패권을 위협한다는 점에서 중동과 아랍권이 우리의 시야에 포착될 때도,...
‘가족역사가’들에게 도움이 되길제990호올해는 한국인이 공식적으로 미국으로 이주를 시작한 지 110년째 되는 해다. 오늘날 한국의 재외동포는 700만 명이 넘는데, 미국에만 그 수가 200만 명이라고 한다. ‘우방’이든 ‘제국’이든, 그동안 미국이 한국에 끼친 지대한 영향을 생각해보면 당연한 결과다. 재미 한인이 어느 주의 의원이 됐다더라 ...
노학자, 논쟁의 중심에 서다제989호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2005년 열린 인간행동진화학회에서 에드워드 윌슨의 ‘배교’를 지켜보았다. “그 콘퍼런스에서 거의 모든 사람이 이를테면 ‘해밀턴교’의 광신도들인데 윌슨 교수가 그 소굴 한복판에서 나름의 개종 선언을 한 것이다.” 그 본격적인 선언이 <지구의 정복자>(사이언스북스 펴냄)...
노무현 때 달성되고 이명박 때 굳어지다제988호1922년 6월. 한강 인도교를 관할하는 경성 용산경찰서는 끊이지 않는 자살자들 때문에 무척 곤혹스러웠던지, 인도교 난간에 붙이겠다며 자살자의 마음을 돌리게 할 표어를 현상 공모했다. “명사십리 해당화는 명년 춘삼월 다시 피지마는 인생 한 번 죽어지면 다시 오든 못하리라” “고진감래라니 죽지 말고 살아 ...
비단길 찾아 떠난 학문의 길제987호‘辭典’이 아니라 ‘事典’이다. 정수일 한국문명교류연구소장의 <실크로드 사전>(창비 펴냄)은 일정한 순서에 따라 단어의 뜻과 용례를 풀어쓴 책이 아니라, ‘여러 가지 사물이나 사항을 모아 그 하나하나에 긴 해설을 붙인 책’이다. 실크로드와 연결된 모든 것을 담았다. 표제어나 색인의 개수 ...
“마르크스, 역사상 유일한 기자”제986호말과 글로 먹고사는 언론인이나 비평가에게, ‘우상파괴자’(Idol Smasher)라는 호칭은 최고의 찬사라고 할 수 있다. 불의한 것을 지적하고 거짓말을 까발리는 일, 의심스러운 것을 짚어내고 부족한 것을 고발하는 일 등은 결국 다종다양한 우상들과 맞서는 일이 되기 때문이다. 우상을 끝내 ...
법관이여, 문학을 읽으십시오제985호<파이 이야기>의 캐나다 작가 얀 마텔은 자신의 나라 총리에게 책을 권하는 프로젝트를 2007년부터 2011년까지 진행했다. 캐나다의 스티븐 하퍼 총리는 <기네스북>이 자신이 읽은 가장 인상적인 책이라고 꼽은 사람이었다. 이 프로젝트는 <각하, 문학을 ...
독자친화적 과학책들제984호고등학교 때, 노래를 만들어 주기율표를 외웠다. ‘수헬리베∼ 붕타질산∼ 프레나마∼ 알규인황∼ 염아칼칼∼.’ 정신 나간 사람처럼 노래를 부르다 문득 부아가 치밀었다. “근데 이런 걸 왜 배우는 거야!” 아직도 답을 알지는 못하지만, 만약 그때 이 책을 읽었다면 화학을 좀더 좋아했을 것도 같다. <진정일 ...
우연과 우발의 역사제983호오늘날 서로 다른 시각과 정치적 지향에 따라 과거를 해석하는 사람들이 만든 각자의 시나리오 때문에, 원시인들은 때론 과잉노동을 절대로 하지 않는 게으른 좌파가 되고 때론 노동을 신성시하며 효율성을 추구하는 우파가 되기도 한다. 원시인이 한두 명이 아닌데다, 애초 그들이 어떻게 살고 어떤 선택을 했을지 고증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