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과 예단이 만들어낸 죄제1041호“내가 그랬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무겁고도 돌이킬 수 없는 말이다. 과학수사대(CSI)의 나라인 줄 알았던 미국조차 자백은 DNA 수사 같은 방법을 압도한다. 2000년부터 2007년 5월까지 미국에서 잘못된 유죄판결을 받았다가 나중에 DNA 증거로 혐의를 벗어난 사람은 200명. 그중 ...
자본주의, 그 막다른 골목에서제1040호마르크스주의 문학이론가인 프레드릭 제임슨은 <자본 제1권 읽기>라는 책에서 “마르크스의 <자본>은 실업에 관한 책으로 읽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본이 권력을 획득할수록 실업이 늘어난다. 그렇지만 실업은 자본이 만들어낼 수는 있어도 결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자본이 ...
반자본주의 선언 “잠이나 자자”제1039호1990년대 말 러시아-유럽 우주 개발 컨소시엄은 위성을 궤도에 올려 태양빛을 지구로 반사하려는 시도를 했다. 시베리아와 러시아 오지의 자원 개발 현장에 빛을 쏘기 위해서다. 그렇게 하면 24시간 작업이 가능하다. 과학자는 신진대사가 교란된다며, 사회학자는 밤하늘은 공공재인데 한 회사가 독점할 수 없다며 반대...
‘원전 마피아’의 민낯을 기록하다제1038호2011년 동일본 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많은 것을 뒤집어놓았다. 무엇보다 동아시아 사람들이 원자력 에너지의 실체에 대해 이전보다 진지하게 보기 시작했다. 여기에 더해, 국내에서는 원전 고장 사고가 연이어 일어나고 2013년에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을 중심으로 한 ‘원전 비리’까지 터져나왔다. ...
몸이 쇠락하며 벌이는 축제제1037호“쇠갈고리에 동료들의 시체가 걸려 있던 시절… 나는 (죽음이) 두렵지 않았다”고 작가는 썼다. 레지스탕스로 활동했다가 독일군에게 붙잡혀 모진 고문을 받았던 장 아메리는 결국 살아서 2년 만에 강제수용소를 걸어나왔다. 그러나 20년이 흘러 이제 밖이 아니라 늙어가는 자신의 내부에서 죽음이 매 순간 자라나고 있음...
기독교의 나라제1036호“앞으로 한국 정치는 기독교가 일어나서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회의원은 기독교인이, 대통령은 장로가 해야 한다.” ‘정교일치’ 사회를 지향하는 한갓 기독교인의 ‘소망’으로 비칠 수도 있겠다.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 목사가 1992년 기독교부흥협회 예배에서 피력한 ‘기독교 입국론’이다. 순복음교...
우리를 불행하게 만드는 것제1035호유전학자 윌리엄 뮤어는 생산성이 높은 암탉은 어떻게 길러지는지 실험한 일이 있다. 한 우리엔 생산성이 높은 암탉들을 자유롭게 놓아두고 다른 우리에는 여러 집단에서 그중 가장 알을 잘 낳는 닭들만 골라 채웠다. 여섯 세대가 지난 뒤에 보니 자유로운 무리는 여전히 포동포동한 닭들로 붐비고 우리엔 언제나 달걀이 꽉…
섹스, 터놓고 말해볼까요제1034호저기요, 우리 얘기 좀 해요. 말도 아니고 글로 쓰긴 좀 거시기하지만 오늘은 해야겠어요. 남편은 나와 아이들이 다 함께 야단법석을 떨며 놀 때가 아니면 좀체 접촉이 없어요. 전 아이들을 안아주고 잠들 때까지 등을 문질러주어요. 하지만 전 남편이 안아주는 일이 그리워요. 연애할 때는 안 그랬는데 지금은 안거...
그래서 우린 똑똑해졌나제1033호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중역으로 일했던 린다 스톤은 어느 날 자신이 전자우편을 읽을 땐 숨을 죽이곤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스톤은 자신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수많은 전자우편을 훑어보며 호흡이 불규칙해지고 가끔 멈추는 증상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전자우편 무호흡증’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넷스마트…
이웃 나라에서 본 ‘우리의 앎’제1032호일본 언어학자 노마 히데키 교수는 학자, 번역가, 작가 등 일본 지식인들에게 “여러분이 한국의 ‘지’와 만나게 해준 책을 추천해달라”는 편지를 썼다. 개인적으로 한국의 지적 재산과 스친 순간을 묻는 질문에 응답한 94명의 일본인들이 가장 많이 추천한 책은 노마 히데키가 쓴 <한글의 탄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