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표현, 검열만큼은 안 된다…표현의 자유로 맞서야제1483호 혐오표현도 ‘표현의 자유’에 해당할까? 혐오표현 찬반 논쟁에서 중요한 참조가 되는 책이 번역돼 나왔다. 미국시민자유연맹 회장을 하고 미니애폴리스와 뉴욕에서 변호사로 일하다가 지금은 뉴욕 로스쿨 교수인 네이딘 스트로슨의 <혐오>(아르테 펴냄)다. 옮긴이는 혐오표현을 지속적으로 연구한 홍성수 숙명...
‘밭 쓰줍’ 창시자 되겠단 마음으로…다음엔 ‘밭에서 피크닉’을제1483호 소셜미디어로 연결된 ‘랜선 친구’ 송소수자님은 산책하러 나갈 때마다 쓰레기를 주워온다. 그처럼 시간과 마음을 내어 쓰레기를 줍는 실천을 줄여 ‘쓰줍’이라 부르는데, 그가 쓰줍 기록에 함께 덧붙인 ‘나도 버렸었고, 지금도 흘릴 수 있기에 겸손한 마음으로 줍는다’는 문장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사실 올해 텃밭 ...
내 아기 헨리와 함께 평생 시체안치실에 있겠어제1483호 “사망 시각 19:34.”나직이 뱉은 말이 병실의 공기를 울렸다. 잠시 진동하다 마침내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가장 하고 싶지 않은 말이지만 할 수밖에 없는 말을 끝으로 아기의 삶이 저물었다. 부모에서 이제 유족이 된 가족의 반응을 알 수 없어 몸이 굳었다. 갑자기 엄마가 벌떡 일어났다. 누가...
전기로 이어진 공동체제1482호 어렴풋한 때 아버지 차 뒷좌석에서 먼발치의 핵발전소 돔을 본 일이 몇 차례 있다. 거대한 반구형 시멘트 덩어리가 나란한 모습이 꽤 인상적인, 비교적 또렷한 시각 기억이다. 가족은 내가 초등학교 4학년이던 1987년부터 4년 가까이 경남 창원에서 살았고 어머니 본가가 경북 경주였다. 고리핵발전소나 월성핵발...
웬 잡초를 이렇게 곱게 키워요제1482호 비닐하우스 안에 싸리며 대사초·비수리 같은 풀과 굴피·물푸레 같은 나무 등 키 작은 어린 식물들이 줄맞춰 자라고 있었다. 모두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식물이다. 왜 이런 ‘흔한 식물’들이 공공기관인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양묘장에서 석·박사 연구진에 의해 귀하게 길러지는 걸까.“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고, ...
장난감이 고장 났나요? 병원으로 오세요제1482호 “장난감은 복합폐기물입니다. 플라스틱으로 분리수거 되겠거니 생각하지만 95%가 폐기돼 소각되거나 매립됩니다.”2023년 8월21일 오후 경기도 남양주시 별내동의 한 아파트 단지. ‘동네창작소’란 이름의 공유공간에서 열린 강연에 주민 7명이 참여했다. 모두 고장 난 장난감을 자주 상대해야 하는 양육...
참을성 없는 사회에서 ‘맑눈광’이 되다제1482호 한 토론 플랫폼 사이트에서 ‘엠제트(MZ)세대, 정말 유별난 걸까요?’라는 설문조사를 봤다. 응답 항목은 세 개가 있었다. (1) MZ세대만의 유별남이 분명히 있다. (2) 기원전부터 시대마다 유별난 세대는 항상 있었다. (3) MZ세대는 사회와 미디어가 만들어낸 허상이다. 나는 ...
일제 압송 이틀 뒤 사진, 얼이 나간 표정에 눈에 어린 공포제1482호 6·10 만세운동이 벌어진 그날(1926년 6월10일), 서울 시내에서 학생 150여 명이 체포됐다. 거리시위에 가담한 혐의였다. 이틀 뒤에는 ‘조선 독립 만세 사건의 계획자’로 지목된 학생들이 속속 검거된다는 신문 기사가 떴다. 연희전문학교 학생 권오상(26), 박하균(24),...
하루 15시간 일하고도 “1시간만 더” 하는 날제1482호 스물아홉 살 해원(가명)씨는 드라마 조명팀에서 일한 지 2년이 조금 넘었다. 조명일을 시작한 계기는 학교 다닐 때 촬영수업에서 라이팅(lighting)을 선택하면서였다. 조명일은 흥미로웠다. 빛의 색깔과 밝기 등을 미세하게 조절하고 그것을 알아보는 선배들이 신기하고, 그 방법을 배우는 재미도 ...
경기도민 30년제1482호 나이 오십에 ‘평사원’인 것은 틀림없이 경기도민이라서다. 일찍이 20여 년 전 일본이 한국을 아직 앞서던 시대, 어느 신문의 국제면에서 준엄한 ‘경고’를 읽었다. ‘출퇴근 시간이 길수록 승진이 느려진다.’ 서울시민은 그냥 지나쳤을 기사가 아직도 뇌리에 또렷이 박혀 있다. 타이베이행 비행기 시간보다 긴 출퇴근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