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토크] 지금 행동하지 않으면 반복될 문제제1323호2020년 7월, 업무상 위력(상대를 압도할 만큼 강력한 힘)을 이용한 성폭력 범죄로 징역 3년6개월을 선고받은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사건 판결문을 다시 보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서울시장 비서실에서 일하며 “심기 보좌 혹은 ‘기쁨조’와 같은 역할”을 암묵적으로 강요받았으며 “피해 사실을 서울시 관계자…
[만리재에서] 위력제1323호27살에 첫 회사에 취직했을 때 시키는 일은 뭐든지, 무조건, 잘해야 하는 줄 알았습니다. 새벽 5시부터 종일 취재거리를 찾아다니고 자정이 넘어 집에 들어와서도 팔 한쪽만 침대에 걸쳐놓고 비스듬히 기댄 채 잤습니다. 침대 위에 누웠다가 행여 출근에 늦을까봐요. 졸다가 내려야 할 지하철역을 몇 번이나 지…
‘파이어’해서는 안 되니까제1322호사회적기업 대표 진병철(39)씨는 1년여 전 <한겨레21>을 구독하기 시작했다. 대구교도소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인에 대한 차별을 다룬 기사 ‘교도관은 “에이즈”라 불렀다’를 읽은 지인이 “<한겨레21>을 응원해야 한다”며 진씨에게 잡지 구독을 추천...
뉴스룸에서제1322호늘 하는 일인데도 (민망하지만) 마감은 어렵고 힘듭니다. 힘드니까 뭔가에 기대고 싶습니다. 갑자기 <한겨레21> 기자들이 목요일 마감 때 의지하며 에너지를 받는 ‘최애템’(최고로 애정하는 아이템)이 궁금해졌습니다. 평소 책상에 군것질거리가 끊이지 않는 방준호 기자에게 먼저 메신저로 물어봤습...
[21 토크] 진짜 집을 지을 거냐고요?제1322호‘좁은 공간에 많은 사람이 거주하기 위해 시멘트 콘크리트를 잔뜩 부어 똑같이 생긴 공간 수십 개를 켜켜이 쌓아올린 주거 형태로, 죽어라 알만 낳다 결국 죽는 암탉들이 사는 양계장과 비슷하다.’저는 아파트를 이렇게 정의합니다. 너무 위악적인가요? ‘이촌향도’와 함께 한국 사회에 아파트가 본격적으로 공…
[만리재에서] 애도하기 위하여제1322호느닷없는 실종과 뜻밖의 성추행 피소, 그리고 섬뜩한 죽음. 인권변호사 6년, 시민운동가 16년, 서울시장 9년, 그의 찬란했던 역사는 한순간에 암흑 속으로 잠겨버렸습니다. 슬픔과 연민, 분노와 좌절 등 뒤엉킨 감정이 일주일 내내 온몸을 휘감았습니다. 지난 10년간 우리는 비슷한 경험을 되풀이했습니다. 노…
가까운 사람이 있는 그림제1321호“한문으로 된 고전을 번역하거나 교정하는 일을 한다”고 했다. 차분하고 가지런한 목소리다. 수백 년 전 기록을 들추고 전하는 일, 신비롭다. 흥분해서 두서없이 묻는다. 질문 곳곳 묻어 있는 무식은 덤이다. 김효동(37) 독자는 당혹감을 감추고 침착하게 설명한다. 흥분을 끝내 품격으로 이끈다.지금 어떤...
뉴스룸에서제1321호제비뽑기. ‘당신의 작가를 뽑아주세요’라고 적힌 노란 쇼핑백, 그 안에 13개 번호표가 담겨 있습니다. 기자들은 뽑아낸 번호표를 손에 쥐고 <한겨레21>의 만물박사이자, 시와 소설을 꽤 읽어온데다 친절하기까지 한 이승준 기자의 조언을 구하려 줄을 섭니다. 뽑힌 순번대로 각자 품어온(...
[21토크] 저도 아파트만 쳐다봅니다제1321호2005년 B를 처음 만났습니다. 우주 탐구하는 소모임을 만들고, 텃밭 농사를 짓겠다고 사람을 모아댑니다. ‘나대는 애인가보군’ 생각하고 경계했는데, 이를테면 ‘낭만의 범주’에 드는 것들을 천진하게 좋아하는 모습이 또 좀 괜찮은 애처럼도 보였습니다. 어영부영 어울리다가 제일 친한 친구가 됐습니다.“저성…
[만리재에서]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제1321호<한겨레21> 뉴스룸에서 기자들이 다 같이 방송사 뉴스를 집중해서 봤습니다. 소리를 크게 키우고 채널을 돌려가며 한마디라도 놓칠세라 숨죽이며 들었습니다. 7월9일 목요일 오후 5시30분께 박원순 서울시장이 ‘유언 같은 말’을 하고 외출한 뒤 연락이 끊겼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는 소식이 전해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