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에게 학살은 유희였다제1222호 전쟁은 적과 싸우는 군인들의 전투로 이루어진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 가장 많은 피해를 당하는 것은 후방의 민간인이다. 한국전쟁 때 남한과 북한에서 남북한 정권에 살해당한 민간인 희생자는 남북한 군인 전사자의 두 배에 이른다. 하지만 이는 공식적 통계일 뿐 실제로는 훨씬 더 많은 민간인이 희생됐다. 남쪽...
포로가 된 국민 버림받은 비국민제1221호 ‘포로’ 하면 무엇을 떠올릴까? 대개 무기를 버리고 손 든 ‘적 병사’를 상상하지 않을까? 여기에서 포로란 항복 의사를 표시한 무장한 ‘적 군인’이다. 사진❶은 이런 이미지에 딱 들어맞는다. 더글러스 맥아더 총사령관 직속 사진병 로버트 댄젤 상병이 찍은 것으로, 19...
누가 이들을 죽음의 구덩이로 몰았나제1218호 사진❶을 보자. 1950년 7월 초순에 찍은 것으로, 오른쪽 깊은 구덩이 앞쪽에 주검 수십 구가 널브러져 있다. 맨 왼쪽 언뜻 보이는 남자는 엎드린 남자의 두 발목을 잡고 있는데, 이 남자를 앞으로 밀어넣으려 한다. 그 순간 발목을 잡힌 남자가 옆으로 휙 돌아본다....
끊긴 철교가 만든 피란민 이중 서사제1217호 ‘대동강철교의 피란민’이란 사진이 있다. 미국 시사지 <라이프>의 사진기자 막스 데스퍼가 찍었다. 그는 일본 히로시마에 원폭을 투하한 B29기와 미주리호 함상에서 일본의 항복 서명 장면을 찍은 전쟁사진가다. 한국에는 1950년 7월17일 들어와 많은 사진을 찍었고, 대동강철...
생사 가른 죽음의 운동장제1214호 1948년 한반도 남쪽에서 두 개의 중요한 사건이 벌어졌다. 4월 제주도에서, 10월엔 여수에서 봉기가 일어났다. 전남 여수에 주둔하던 조선경비대 제14연대는 제주도 항쟁을 진압하라는 이승만 정부의 명령을 거부했다. 진압 명령을 받은 제14연대 군인들은 동족의 가슴에 총부리를 겨눌 수 없다며 제주도 ...
조선 독립을 원치 않은 자 누구인가제1211호 1945년 12월 발표된 모스크바 삼상안은 조선인을 둘로 갈라놓았다. 모스크바 회의에서 강대국들은 자국 이익을 챙기기에 급급했고, 조선 문제는 부차적 관심사였을 뿐이다. 이미 그어놓은 38선은 점령 기득권을 유지하기에 딱 알맞은 경계선이었다. 38선을 깔고 앉아 있기만 해도 한반도 반쪽을 ...
태극기 포위한 ‘신탁’ 깃발들제1210호 1947년 6월23일 엄청난 인파가 중앙청 앞을 메웠다. 4월19일 미국에서 열린 제51회 보스턴마라톤대회에서 세계신기록으로 우승한 서윤복 선수, 남승룡 코치 겸 선수, 손기정 감독을 환영하기 위해 모였다. 서윤복의 우승은 1936년 손기정 선수가 베를린올림픽에서 세운 세계신기록을 한국인이 다시...
일장기 내린 자리 성조기가 올라갔다제1207호 그날이 왔다. 드디어 해방의 그날은 왔다. 1945년 8월15일 정오, 포츠담선언을 받아들인다는 조서가 일왕의 목소리로 라디오에서 흘러나왔다. 언뜻 들어서는 일본인도 이해하기 어려운 한문체 문장이었지만, 일본이 패배했다는 소식은 전 조선에 급하게 퍼져나갔다. 전쟁에서 진 일본에 8월15일은 ‘가장 긴 ...
전선의 사진병, 역사를 찍다제1200호 사진은 한때 나에게 이미지에 불과했다. 문서 자료로 구성된 역사를 간단하게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자료 말이다. 역사책에 삽입되는 이미지처럼 ‘역사의 한 장면’을 정지 화면처럼 포착하면 충분하다 여겼다. 그러나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의 사진실을 둘러본 뒤 내 생각은 완전히 변했다. 무거워진 눈과...
소녀 피 집어삼킨 제국의 시대제1197호 제2차 세계대전은 미국·영국·프랑스 등 선진 제국주의와 독일·이탈리아·일본 등 후진 제국주의 국가 사이에 벌어진 영토전쟁이었다. 1941년 12월 일본의 진주만 공격에서 시작된 태평양전쟁은 남서태평양 지역과 아시아를 전쟁의 참화 속에 몰아넣었다. 일본이 석유·고무 등의 자원을 얻으려 동남아시아 지역을 공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