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지 않으면 죽고 말테니까제831호 27살의 청년 임철우가 1980년 5월 광주에서 베드로처럼 친구와의 약속을 세 번 부인하고 죄의식에 못 박힌 채로 상경했을 때, 그는 또 한 번 절망해야 했다. 길을 걷다가도 문득 그를 통곡하게 만들었던 광주의 그 비극이 1982년의 서울에서는 한낱 풍문일 뿐이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이럴...
세계를 보는 창틀, 지구의 역사로 확대해보자제830호 <지구사의 도전: 어떻게 유럽중심주의를 넘어설 것인가>(서해문집 펴냄)라는 책 제목은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거대한 지구가 하나의 대륙에 불과한 유럽에 도전하겠다니 아이러니할 수밖에. 그러나 그 아이러니는 현실이다. 역사 교과서에 등장하는 그리스·로마 시대와 프랑스혁명, 영국 산업혁명 ...
[새책]〈거꾸로 보는 고대사〉외제830호 거꾸로 보는 고대사 박노자 지음, 한겨레출판(02-6383-1619) 펴냄, 1만2천원 한국의 고대사는 대체로 이렇게 서술된다. “만주벌판을 호령하는 광개토왕….” 박노자는 이 책에서 근대 식민지의 상처에 대한 반발 심리에서 돋아난 것 같은 ‘고대 군사적 위대함’의 과장을 좀 덜어내자...
“시절이 평화로웠다면 아름다운 글만 썼겠지”제829호 버마 식민지 경찰부터 부랑자 생활, 스페인 내전 참전까지… 조지 오웰의 치열한 체험이 낳은 ‘정치적’ 에세이 29편 <나는 왜 쓰는가> 짐작하건대 이 책을 서가에서 집어드는 대부분의 사람은 조지 오웰이 왜 쓰는가를 궁금해한다기보다는 ‘내’가 왜 쓰는가를 더 궁금해할 ...
음식과 사랑에 우열은 없다제828호 서양 학자들은 동양을 가리켜 열등하고 보수적이며 믿을 수 없는 집단이라고 분석했다. 그들이 동양을 분석한 기저에는 동양인이란 ‘통제와 분석이 가능한 타자’라는 잔인하고 이기적인 시선도 포함돼 있다. 이에 에드워드 사이드는 <오리엔탈리즘>에서 동양에 대한 서구 사회의 오래된 편견을 비판...
[새책] 〈조선을 사로잡은 꾼들〉외제828호 조선을 사로잡은 꾼들 안대회 지음, 한겨레출판(02-6383-1621) 펴냄, 1만4천원 유명한 인물도, 귓등으로나마 들어본 이름도 없다. 책에 실린 71명의 인물은 조선 후기의 비주류들이다. 그러나 어쩌면, 당시 조선 소시민의 진짜 얼굴이다. 조수삼의 <...
[새책] 〈인권은 대학 가서 누리라고요?〉외제827호〈인권은 대학 가서 누리라고요?〉김민아 지음, 끌레마(02-3142-2887) 펴냄, 1만3800원 청소년을 위한 인권 지침서가 나왔다. 청소년은 가장 고달픈 존재다. 어른도 아이도 아닌 낀 세대, 성장통을 앓으며 정신적인 공황기라는 세대적 특성에 한국적 특성까지 ...
얼굴, 삶과 시대의 초상제827호 대부분의 날 우리는 자신의 혹은 누군가의 얼굴을 바라보고 쓰다듬고 만지며 산다. 그날그날의 감정에 따라 눈·코·입이 비슷한 위치에 놓인 것만으로도 사람들 얼굴이 하나처럼 똑같이 보이는가 하면 때로는 공기 중에 떠다니는 먼지 수만큼 다양하게 보이기도 한다.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게 얼굴이다. 박영택 경기...
경제위기는 진화한다, 사회위기로제827호 바람이 분다. 더운 기운을 조금 덜어낸 바람이 후덥지근한 여름 공기 사이로 언뜻언뜻 고개를 내미는 계절이 찾아왔다. 더위만큼이나 무겁고 갑갑했던 금융위기의 잔상도 바뀌는 계절처럼 사그라지길 바라지만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판 9월호는 안타깝게도 섬뜩한 제목을 들고 나왔다. ‘대재앙 제2막, 사회위기…
이상하게 가난한 자본주의 탐구제826호 강신준은 친구가 불쑥 내민 보따리의 정체를 알 수 없었다. “가져가보면 알 거야.” 친구 김태경은 그렇게만 말했던 것이다. 둘은 대학 시절 ‘74학번 이념 공부 모임’에서 만났다. 졸업 뒤 김태경은 ‘이론과실천’이라는 출판사를 차렸고, 강신준은 농협 조사부에 취직해 주경야독하며 박사 논문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