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타운은 세계 곳곳에 중국의 음식 문화를 전하는 통로다. 잭 구디는 동질화와 차별화의 과정을 반복하며 공유되는 음식 문화를 통해 동서양 문화가 유사한 모습으로 흐를 수 있었다고 말한다.사진 AP연합
〈잭 구디의 역사인류학 강의〉
구디는 인류문명사 연구의 기준으로 혁명 전과 후라는 역사적 기준, 기후와 지리라는 지리학적 이분법을 벗어나 좀더 세밀한 잣대를 만든다. <잭구디의 역사인류학 강의>에서는 요리, 사랑, 문자(글쓰기 문화)의 세 가지 주제로 동서양의 문명을 조망한다. 영문 제목은 ‘Food and Love’. 음식과 사랑이라니, 이 얼마나 인류가 사랑해 마지않는 주제인가. 이렇게 삶과 밀착한 주제로 인류사의 흐름을 읽어낸다. 그동안 학자들의 연구에서 열외로 빠지기 십상이던 아프리카의 문화에도 시선을 두는 것을 잊지 않는다. 잭 구디에 따르면, 음식이란 그것을 함께 향유하는 이들을 엮어 읽을 수 있는 하나의 기준으로 작용한다. 재료, 조리법, 입맛 등에 따라 계급과 사회가 나뉜다. 특정 요리의 세계 전파는 그 나라가 문화적 지배력을 갖는 데 큰 몫을 한다. 예컨대 프랑스식 요리법의 파급은 한 시대가 프랑스적인 것으로 변하게 했다. 반면 아프리카 요리가 고급 레스토랑 등에서 취급되지 않는 것은 지속적인 문자와 기록의 전통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기록이 드물었으니 세계에 선보이지 못했고 결국 아프리카 요리가 자본화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사랑은 자아성찰과 고급의 내러티브 형식, 여성 지위의 확보가 있어야 성립할 수 있다고 말한다. 여성의 지위 확보는 사회 수준의 성장으로 연결되고 사회의 성장은 저 멀리, 문자의 발명을 통해 문명이 발전한 것과도 연결된다. 서구인이 그들 문화의 전유물로만 여기는 ‘로맨틱한 사랑’에 대한 언급도 빼놓지 않는다. 중국 시에 자주 등장하던 ‘뜨거운 사랑’의 심상이 그 예다. 반대로 문자의 발명과 상관없이 사랑에 관한 문화는 전 인류가 향유하고 있음도 주장한다. 아프리카 원시 부족인 소말리족 사이에서 전해지는 이야기들은 세련된 사랑 담론을 담은 것이 많다는 것이 예다. 이 사례들은 우아하고 로맨틱한 사랑이란 동양과 서양, 문명과 비문명의 경계 없이 존재한다는 근거로 작용한다. 문명·비문명 구분 없는 세련된 사랑의 노래 세 번째로 문자의 발전은 앞서 언급한 음식·사랑의 전파와 맞닿는다. 구디는 문학과 역사 기록의 도구로서 문자를 해석하는 다른 연구자들의 논리에서 나아가 문자의 발명과 상업의 발전을 연결시킨다. 상인들의 손에 들어간 문자는 회계 장부와 거래 기록으로 다시 태어나고, 이의 활용과 발전은 상업 자본주의의 발달을 촉진했다는 것이다. 상업의 발전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사회변동에 영향을 주었으며 두 문화의 교류에서도 촉매로 작용했다. 생활과 밀접한 것을 소재 삼아 잭 구디가 말하려는 것은 한 가지다. 인류의 삶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비슷한 모습으로 흘러온 것처럼 세계 문화에서 ‘유사’는 있지만 ‘우열’이란 없다는 것. 어느 나라의 어떤 문화가 현대인의 마음을 얼마만큼 자극하는지에 대해서는 순서를 매겨볼 수 있겠지만, 이는 유행과 대세에 따른 주관적 잣대에 따른 것일 뿐 어떤 것이 우월하고 열등하다는 증거는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문화에 우열이 없다는 것을 확고하게 마음에 새기기 위해서는 서구 중심으로 치우친 이데올로기를 부수거나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