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생지옥’에 살고 있다제1032호한 아이가 깁스를 한 다리를 끌고 작대기를 짚으며 철둑길을 넘어가고 있었다. “그 다리를 하고 어디 가니?” 동네 아주머니가 묻자 아이가 대답했다. “형 찾으러 갈랍니다.” 아이의 얼굴은 눈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아주머니는 여비로 쓰라며 500원을 주었다. 아이는 돈을 받아 주머니 깊숙한 곳에 찔러넣고는 익숙...
스스로 애써 성별을 밝혀야 하나제1030호자은(가명)은 자신이 mtf(male-to-female)/트랜스여성인지, ftm(female-to-male)/트랜스남성인지 굳이 밝히려 하지 않았다. 트랜스젠더 모임에서 우리는 처음 만났는데, 트랜스젠더와 비트랜스젠더 구분 없이 참가하는 자리였기에 자은이 트랜...
요양병원 불법행위에 왜 이리 자애로운가제1028호여느 해처럼 올해도 홈리스분들과 함께 전을 부치고 고기를 구우며 시끌벅적하게 추석을 보냈다. 오래된 주방 배수관이 막혀 싱크대를 사용할 수 없었기에 결국 추석 당일 차례상을 포기해야 했지만 길고 긴 연휴의 몇 시간만큼은 명절 같았다. 그래봐야 함께한 이는 스무남은 명에 지나지 않는다. 요양급여 ...
가난을 먹고사는 ‘시설 재벌’ 이라니제1026호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과 함께한 4박5일은 나에게도 행복한 시간이었지만, 마냥 즐거웠던 것만은 아니다. 지난 8월16일 오후, 그의 동선을 담은 TV의 몇몇 장면은 지난 며칠 동안 받았던 뜨거운 감동에 찬물을 끼얹고 만 것이다. 이날 나와 함께 시간을 보냈던 중증장애인 형님 한 분도 교황이 TV에 나올 ...
빤스, 불편하니까 입는 거다제1024호몇 해 전 처음으로 퀴어문화축제 퍼레이드에 참여했다. 처음 참가한 그때, 두근거렸고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이 멋지고 품위 있는 사람들이 퍼레이드 땐 얼마나 신나게 놀까. 이날 하루 행사에 참여하며 받은 기운으로 1년을 살아간다는 말이 있을 정도니 얼마나 대단할까. 퍼레이드 시간이 다가왔고 두근거림이 커질 ...
홈리스들 픽업하는 ‘돈벌이 요양병원’제1022호에이즈 환자를 죽음의 위기로 내몬 수동요양병원, 부실·불법 운영으로 순식간에 21명의 목숨을 앗아간 장성요양병원, 돈벌이에 눈멀어 홈리스를 환자로 둔갑시켜 병실을 채운 인천의 베스트요양병원과 H병원…. 요양병원들의 불법 행태가 속속 드러나면서 이들에 대한 개선 요구 여론도 높아지고 있다. 요양병원협회조차 …
밥은 인권, 우리에게도 무상급식을제1020호지난 7월3일 노들장애인야학은 서울시청 앞에서 현장수업을 진행했다. 1교시 음악시간에는 <장애해방가>를 연주하고 2교시 미술시간에는 청사 앞마당에 그림을 그렸다. 그림 속 시장님이 이렇게 말하고 있다. “밥은 인권이다.” ‘데모가 반’인 수업치고는 더없이 예의 바르다고 생각했으나 경찰...
춤추고 노래하는, 이것이 우리의 투쟁제1018호이미 많은 곳에서 보도했다. LGBT(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 트랜스젠더)나 퀴어 이슈를 다루지 않을 법한 사람도 관련 글을 썼다. 지난 6월7일 서울 신촌에서 진행한 퀴어문화축제 및 퍼레이드 행사를 말한다. 일군의 무리가 축제와 퍼레이드를 방해했고 이로 인해 상당한 화제가 되었다. 내게 그날...
‘민심 행보’ 동원된 홈리스들제1016호지방선거가 끝났다. 때를 맞추기라도 하듯 찾아온 연휴는 선거에 매달렸던 이들에게 한가로운 일상을 선물했을 것이다. 그러나 정작 평범한 유권자의 하나에 불과했던 나는 마음이 헛헛한 게 아직도 선거라는 이벤트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번 선거판 역시 홈리스들은 유권자이기보다 객꾼으로 치부되었다는 생각이…
당신에게 이 사회는 언제나 참사였구나제1014호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를 위한 서울 광화문역 농성장에 8개의 영정이 들어섰다. 2년 전 이곳에 자리잡을 때만 해도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더구나 그중 3명은 이 농성장에서 서명운동을 펼치던 사람들이었다. 지병이 있었던 것도, 돌연한 교통사고를 당한 것도 아닌 그들이 한 해에 한 명씩 저쪽 죽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