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열의 추억제991호1년에 한 번 우리(노들장애인야학)는 모꼬지를 간다. 강이나 바다를 낀 곳에서 집에 갈 걱정 없이 푸지게 술을 마시며 노는 것이다. 여느 공동체와 마찬가지로 우리에게도 모꼬지는 친목과 단합을 도모하는 가장 중요한 행사 중 하나다. 문제는 우리의 빛나는 장애출현율과 터무니없이 가난한 주머니 사정. 시즌이 다가와 …
트랜스젠더 삶을 조각보로 잇다제989호흔히 1990년대 초반 동성애인권운동이 시작됐다고 얘기한다. 많은 사람이 이렇게 알고 있고, 많은 글에서 1990년대 초반 레즈비언과 게이가 모여 인권운동을 시작했다고 쓰고 있다. 이것이 틀린 내용은 아니라고 해도 정확한 내용도 아니다. 즉, 1990년대 초반 시작했다고 알려진 운동은 LG...
같이 놀아야 소통하죠제987호여기는 우리 ‘지구인뮤직밴드’가 연습하고 있는 서울 홍익대 앞 이주민 예술공간 프리포트. 갑자기 누군가의 휴대전화에서 아잔 소리가 들린다! 아잔은 이슬람교에서 기도 시간임을 알리는 신호다. 이슬람에서는 아잔을 들으며 하루에 5번 기도하게 돼 있다. 나도 한때 매일 성실하게 기도를 한 적이 있었다. 그때 독실...
홈리스, 문화에 베이다제985호지난주 헌책방을 운영하던 지인이 영업을 접었다. 아기자기 공들인 사업이었던 터라 나도 덩달아 심란했다. 하지만 점포를 비워야 했기에 켜켜이 쌓인 책들을 빼내는 일에 손을 보탰다. 낡은 책들이라 얕본 게 화였는지 일을 시작하자마자 종이에 금세 손을 베고 말았다. 세월이 흘렀어도 날이 선 종이에 베인 상처는 깊고 ...
타전(打電)제983호1999년. 노들장애인야학에 처음 봉고차가 생기자, 그동안 혼자 이동할 수 없었던 중증장애인들의 입학이 이어졌다. 흔히 장애인의 삶을 비유하는 ‘창살 없는 감옥’에서 나온 바로 그 수인(囚人)들이었다. 형기마저 없는 옥살이 20년, 30년 만에 첫 외출이 시작된 것이다. 이들의 교육 수준은 낮았다....
그런즉 외모로 젠더를 예단 말지니제981호서울 이태원에 살 때다. 일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에 한 여성과 마주쳤다. 수줍은 표정에 치마를 입고 살랑살랑 뛰어가고 있었다. 표정이 예뻤던 그녀는 아마 호르몬 투여를 두어 달 했을 법했다. 아직은 ‘남성적 특질’이라고 불리는 흔적이 조금 더 두드러졌다. 슬픈 표현이지만, 우연히 마주치는 사람이라면 그저 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