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애, 더 복잡하게 세상을 읽게 하다제1012호LGBT는 동성애자의 다른 이름이 아니다. 퀴어는 동성애자의 영어식 발음이 아니다. LGBT 이슈는 동성애자의 이슈가 아니며 퀴어 정치는 동성애자의 정치가 아니다. LGBT, 즉 레즈비언(Lesbian)·게이(Gay)·바이섹슈얼(Bisexual)·트랜스젠더(Transg...
세 겹 겨울 점퍼를 벗고 봄옷으로제1010호우리 단체는 ‘아랫마을’이라는 공간에 자리하고 있다. ‘아랫마을’은 주로 반(反)빈곤 운동을 하는, 그래서 빈곤한 단체들이 함께 공동으로 마련한 공간이다. 지은 지 40년도 더 된, 차가 들어올 수도 없는 후미진 골목에 있지만 우리의 활동을 지탱해주는 고마운 공간이다. 한편 이곳은 거리·쪽방·고시원 등지에서 살…
나는 왜 노들에 간·쓸개를 빼줄 듯이 굴었나제1008호내가 노들야학에 홀딱 빠진 것은 23살 때의 일이었다. 부모가 반대하는 남자와 사랑에 빠져 야반도주하는 여인처럼 나는 급작스럽게 임용고사를 제쳐두고 장애계에 입문해 아버지 등에 칼을 꽂았다. 서울 왕십리에서 가장 싼 고시원에 방을 얻고 ‘교육학도’로서 비판해 마지않던 학원 시장에서 알바를 했다. 살면서 ...
호르몬 투여, 정신과 병원… 축하합니다제1006호“처음엔 시간이 지나면 아이가 그냥 지나갈 것이라고 믿었다. 비록 지금은 자신을 트랜스젠더라고 말해도 사춘기고 하니까 몇 달 지나면 잊어버리고 괜찮을 줄 알았다. 그래서 아이의 커밍아웃에 덤덤했다. 그런데 몇 달이 지나도 아이는 변하지 않았다. 그러자 화가 나기 시작했다. 무엇이 문제인지, 내가 무엇을 잘못한 …
“찾아주세요! 우리의 복지”제1004호내복이 거추장스러워 봄인가 했더니 여기저기서 부고가 들려온다. 한 평 후미진 방에 삶을 구겨넣은 쪽방 주민들이 요사이 하루가 멀다 하고 목숨줄을 놓았다. 고독사라고 하던가? 인기척이 없는 게 이상하다 싶어 옆방 동료가 문을 따고 들어가면 숨을 거둔 지 며칠이 됐는지 온몸의 수분은 죄다 마른 상태. 이이가 그이...
현실은 네 상상력 너머에 있다제1001호장애인 학교에 다니는 한 학생은 평소 똑똑하고 행동이 얌전해 학교 관계자에게서 칭찬을 듣는다고 했다(학교 관계자의 ‘얌전하다’라는 평가가 마냥 좋은 의미는 아니다). 학교 관계자가 그 학생과 지내며 겪는 어려움은 적은 편이라고 했다. 그렇다고 학교 관계자가 주장하는 ‘어려움’ 혹은 ‘문제’가 없다는 뜻은 아…
노숙지는 노예 공급처제999호얼마 전 전남 신안군 염전에서 극적으로 탈출한 이들의 사건이 소개되면서 염전업계의 노예노동에 대한 분노와 관심이 높다. 노모와 눈물의 상봉을 했을 그이의 안도와 회한을 생각하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그리고 자책하지 않을 수 없다. 수없이 많은 이들이 그렇게 고립돼 징벌과도 같은 노동을 강요당할 때, 으레 그렇듯…
‘9’를 위한 변명제997호장애인 출현율 10%. 10명 중에 1명은 장애인이다. 분류 기준은 사회마다 다르고 복지 수준이 높은 나라일수록 그 비율도 높다. 장애인이라는 범주는 다분히 임의적이지만 결코 유연하지 않고 낙인은 강력하다. 2001년 노들장애인야학 교사가 되었을 때 나는 이 사실을 저 ‘1’들에게서 배웠다. ‘1’들이 ...
존재에겐 시간이 흐른다제995호트랜스젠더인 나는 누군가의 미래를 예언하지 않는다. 내겐 그럴 능력이 없다. 물론 어떤 시대와 문화권에선 이원 젠더 규범에 부합하지 않는 존재가 신탁을 전달하거나 전통 의례를 주관했다. 하지만 2014년 한국엔 이런 문화가 없고 과거에도 없었다. 이런 문화적 인식이 있다고 해도 내겐 그럴 능력이 없다....
꿈을 꿔도 될까요?제993호새해다! 개인적으로나 활동에서나 지난해는 꽤 고단했기에 새해는 좀 나아질 것 같다. 하지만 그저 ‘느낌적인 느낌’일 뿐 아직 변변한 계획 하나 세우지 못한 채 새해를 덜컥 맞고 말았다. 하지만 홈리스들에게는 몇 가지 공통된 꿈이 있다. 이 꿈은 ‘2013년 홈리스 추모제’와 추모주간 활동을 준비하고 진행하며 구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