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리스 당사자와 인권·사회단체가 작성한 ‘서울시 홈리스 정책 요구서’를 정몽준 전 서울시장 후보 쪽에 전달하려다 경찰에 막히자 활동가가 이에 대한 발언을 하고 있다. 홈리스행동 제공
홈리스 백안시하면서 ‘현장 체험’ 특히 정몽준 전 서울시장 후보는 무료급식소, 쪽방, 거리를 두루 섭렵했지만 홈리스에 대한 공약은 단 하나도 내놓지 않았다. 우선 그는 당내 경선 출마자 신분이던 지난 3월, 서울역 인근 무료급식소를 찾아 배식 봉사를 했다. 그러나 그는 해당 시설은 물론 서울시 내 합법 급식소가 단 한 곳도 없다는 사실에 괘념치 않았고, 홈리스 급식 개선 대책에 대한 어떤 언급도 하지 않았다. 4월10일에는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무료급식 봉사단체의 이사장 취임식에 참여했고, 그 전날엔 영등포 쪽방촌에서 하룻밤을 보내기도 했다. 그 자리에서도 거리 홈리스 지원책이나 쪽방 재생 대책 같은 홈리스 정책 언급은 없었다. 오히려 정몽준 후보 쪽은 홈리스 당사자와 인권·사회단체가 함께 작성해 선거본부 사무실에 전달하고자 한 ‘서울시 홈리스 정책 7대 요구’에 대해 경찰을 통해 “홈리스 정책 요구를 받지 않겠다” “요구서 전달을 건물 입구서부터 막아달라”고 원천 봉쇄하는 등 홈리스를 백안시하는 태도를 보이기까지 했다. 이렇듯 정 전 후보 쪽의 홈리스를 활용한 선거 전략은 유별났다. 그러나 정도의 차이일 뿐 홈리스 현장을 방문한 타 후보들 역시 홈리스를 주체가 아닌 타 계층의 표심을 모으는 수단으로 여겼다는 점에서 다를 바 없었다. 이제 곧 박원순 시정부 2기를 맞는다. 잔여 임기에 보여준 시정을 통해서만도 그는 시민들에게 역대 시장과 ‘다른’ 인물로 인정받는 데 성공한 듯하다. 그러나 서울시 홈리스 정책과 서울 지역 홈리스의 삶을 놓고 보면 그가 역대 시장들과 무엇이 다른지 단 한 가지도 시원하게 꼽기 어렵다. 공공장소마저 자본의 영업장으로 전락돼 서울역 등 공공장소 체류 홈리스는 ‘소비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묻지마 퇴거를 당하는데도 서울시는 이에 대해 입장조차 내놓지 않고 있다. 주요 노숙 장소를 거점으로 한 명의 범죄, 인신매매 범죄자들의 착취가 더더욱 활개를 쳐나가건만 서울시 차원의 대책은 전무하다. 홈리스 의료지원제도인 ‘노숙인 1종’ 의료급여수급자가 전국 370여 명에 불과할 만큼 사각지대가 광범위함에도 서울시는 변경 의료보호제도를 통해 그동안 실시하던 비급여 지원을 폐지해, 사각지대 확산을 도리어 거들고 있다. 선거철이면 족하다 급식 역시 노숙인복지법과 식품위생법을 어겨가며 자선기관의 봉사에만 의존한 주먹구구식 대책이 반복되고 있다. 주거지원은 여전히 생색내기에 불과한 수준이고 임대주택 정책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일자리 제공도 턱없이 부족하며 그나마 급여가 채 50만원이 안 되는 나쁜 일자리가 대다수다. 그럼에도 서울시는 법률이 정한 사항을 받아쓰는 것에 불과한 노숙인 복지조례 말고는 홈리스 인권의 기준선으로 작용할 홈리스 인권조례 하나 갖추고 있지 않다. 이것이 지난 시기 박원순 시정부가 설계하고 시행했던 서울 지역 홈리스 복지의 수준이고, 홈리스들 삶의 현실이다. 무턱대고 낙천적인 성격이 아닌 이상 달라질 거라 기대하기 힘든 게 현재 서울 지역 홈리스들이 처한 조건인 것이다. 우리는 박원순 후보 쪽에도 서울시 홈리스 정책 개선 요구를 전달한 바 있다. 당시 선거본부 쪽은 60대 공약에 들어 있는 내용이 아니라 즉답할 수 없지만, 당선 뒤 검토보고서를 각 부처에 배분해 수용 여부를 답변하겠다고 했다. 부디, 진지한 검토를 부탁드린다. 그러나 서울시 공무원이 내놓을 두루뭉술한 답변보다 더 기다려지는 것은 홈리스에 대한 서울시의 태도 변화다. 지금까지 그러했듯 단지 정책 대상으로만 홈리스를 위치짓지 말라는 것이다. 민심 행보로 홈리스가 이용되는 것은 선거철이면 족하다. 잔여 임기 때와 같이 서울시정의 ‘참신성’을 선전하는 데 홈리스가 이용돼서는 안 된다. 부디 홈리스 정책에서만큼은 홈리스 대중을 상대 파트너로 인정하는 시정을 펼치기 바란다. 이동현 홈리스행동 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