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아파트의 거실이 유독 넓은 이유는?제844호내 주거 공간의 역사를 읊자면 이렇다. 우선 현재 나의 기거지는 원룸. 처음 원룸을 봤을 때, 싱크대가 방 안에 들어와 있는 구조에 조금 뜨악했지만 어쨌거나 지금은 꽤 합리적인(혹은 어쩔 수 없는) 공간이라 생각하며 산다. 이전의 주거 공간은 오피스텔. 원룸과 별반 다를 건 없다. 하나 차이가 있다...
작위적 현실성의 모순을 찍다제844호 캐나다의 사진가 제프 월(1946~)은 이른바 ‘기호학적 연출 사진’의 대가다. 한데 그렇게만 표현하면 월의 사진이 1930년대에 유행한 초현실주의자들의 연출 사진과 어디가 어떻게 다른지 잘 드러나지 않는다. 20세기를 대표하는 사진가인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이 ‘결정적 순간’이라는 용어를 ...
쿠바의 낭만, 없지만 있거나 있지만 없거나제844호 “대통령이 혁명가잖아. 쿠바는 살기 좋대. 관광으로 먹고사는 나라니까. 욕심도 없고 좋겠어. 우리는 돈 없으면 안 되잖아. 돈 가지고 사람도 사고팔고 그러잖아. 쿠바는 그런 거 없잖아.” <쿠바의 연인>에서 한국의 택시기사는 말한다. 그 낭만의 나라 쿠바로 카메라를 들고 들어간 정호...
‘학교’ 생각나네제844호학원물 마니아인 나는 새 드라마 <드림하이>가 무조건 반가웠다. 물론 기획사 사장님들이 지나치게 부각되는 것이 좀 거북했지만. 그런데 1·2회를 보고 나니, 왜 이렇게 아쉬울까? 아무래도 내 인생의 드라마 <학교>가 내 마음속에 만들어놓은 지나치게 높은 기준 때문인 듯하...
그의 블로그에 엔딩은 없다제844호 마이리뷰 1838편, 마이리스트 159편, 마이페이퍼 1497편. 숫자가 멈추었다. 너무 많고, 한편으로 너무 적다. 비공개글까지 합치면 총 1만2334편이다. 인터넷서점 알라딘 리뷰어로 활동한 물만두(홍윤)가 지난해 12월13일 세상을 떠났다. 그는 봉입체근염이라는,...
가르마로 남자의 인상을 가르마제844호남자의 인상을 결정짓는 8할은 헤어스타일이고, 남자 헤어스타일을 결정짓는 8할은 머리 길이다. 나머지 2할은, 의심의 여지 없이 탈모 여부다. 화장을 하지 않고 머리를 기르지 않는 남자는 자신의 인상과 이미지를 연출하는 데 한계가 있다. 기껏해야 머리를 조금 기르거나 짧게 자르는 게 전부다. 파마나 염색...
이런 변을 상담해드립니다제843호5시란다. 서울 우면동 KT연구개발센터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1시(12월18일). 다시 어제 내린 눈이 쌓인 길을 걸어나와 지하철 양재역까지 걸어갔다. 커피숍에서 5시를 기다렸다. 원래 오후 1시부터 밤 11시까지 10시간 동안 열리기로 한 ‘앱잼’은 하룻밤을 새우는 오후 5시부터 다음날 ...
관계와 연대의 ‘2’를 넘어 ‘3’의 세계로제843호 한 증권회사의 같은 지점 동료들이 한꺼번에 낯선 시골로 발령받는다. 이름부터 생소한 그곳은 생초리. 옛날 옛적 서부영화에나 나올 법한 사막 같은 벌판에 날림으로 지어진 사옥 한 채만 덩그러니 있는 이곳은 “전기도 수도도 인터넷도 안 터지는” 흡사 무인도 같은 곳이다. 다 쓰러져가는 사택에서 공동생활까지 ...
‘정의로운 커피’는 누가 마시나요?제843호지금 사무실 내 책상 위에는 회사 안 카페에서 내려다 먹은 한 잔의 커피가 놓여 있다. 옆에는 도넛 가게에서 커피를 사 마시고 얻은 머그잔이, 가방에는 커피 가게에서 산 텀블러가 있다. 사무실 정수기 옆 사물함에는 달디단 커피믹스가 빽빽하게 채워져 있다. 사무실을 벗어나 퇴근하는 길, 고개를 휘휘 젓기만 해도...
새책 <호모 레지스탕스> 외제843호 호모 레지스탕스 박경신 외 지음, 해피스토리(02-730-8332) 펴냄, 1만5천원 법조인으로 구성된 7명의 지은이들은 “인간이 정치적 동물이라는 정의에 근거했을 때, 저항하지 않는 인간은 사회적 무생물이나 다름없다”고 말한다. 더 이상 오늘을 살기 위해 내일이 없는 채로 지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