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비밀에 밀리는 노동자 건강권제1296호2019년 12월18일 오후 6시 서울행정법원 B220호 법정. 한 변호사가 열변을 토했다.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벤젠(1급 발암물질)이 노출된다는 사실은 2009년 연구조사를 통해 처음 알려졌고, 그 후 여러 건의 산재 소송을 통해 거듭 확인됐습니다. 그때까지 공장 내 벤젠 노출...
반올림이 옳았다제1264호백혈병·비호지킨림프종 등 반도체 노동자의 발병 위험이 높다는 사실이 정부 역학조사로 확인됐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반올림) 등이 10년 넘게 주장해온 내용이 마침내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고용노동부 산하기관인 안전보건공단은 5월22일 ‘반도체 제조공정 근로자에 대한 건강실태 역학조사’ …
마지막의 마지막에서 그녀는 맘 놓고 울었다제1262호 4월29일 오후 2시, 서울 영등포구 근로복지공단 서울남부지사. 이종란 반올림 노무사가 비장하지만 웃음 띤 얼굴로 말했다. “우린 마지막 기회까지 탈탈 털어 다 썼어. 이제 더는 없어. 마지막 기회야.” 이날 ‘업무상 질병판정위원회’(이하 질판위)가 열렸다. 한혜경(42)씨가 재신청한 ...
일하다 아픈 아빠 날 때부터 아픈 아들 제1259호아빠는 백혈병, 아들은 종합장애 2급. 김기훈(34·가명)씨와 아들 동현(5·가명)에게 불행은 겹으로 찾아왔다. 모두 기훈씨가 반도체 공장에서 일할 때 벌어졌다. 이제 회사는 떠났지만 질병은 평생 함께해야 한다. 기훈씨는 올해 초 본인의 백혈병을 직업병으로 인정해달라며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보상보험...
대기업 다녔으면 이랬을까요제1258호“벚꽃을 엄청 좋아했어요. 올해도 안양천 둑방길 벚꽃 보여준다고 했는데….” 어머니 이아무개(52)씨는 딸의 장례식장에서 울먹이다 말끝을 흐렸다. 딸 이가영(27)씨는 벚꽃이 한창이던 4월8일 밤 11시43분 사망했다. 악성림프종에 걸려 투병 중이었다. 아름다울 가, 꽃필 영. 이름에 담긴 ...
“이 아이는 나보다 오래 살 텐데…”제1256호여섯 살치고는 작았다. 책상 밑에 숨으니 보이지 않았다. 정신없이 웃고 뛰어다니는 모습은 다른 아이들과 다름이 없었다. 3월26일 만난 희연(가명)이는 다운증후군 질환이 있었다. 여섯 살이지만 키는 세 살, 지능은 두 살 아이와 비슷하다. 아직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난소에 많은 물혹이 ...
“아들이 일하러 간 곳이 반도체 공장이었다니…”제1253호 ‘반올림 시즌2’가 본격적인 막을 올렸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이하 반올림)은 3월4일 근로복지공단 서울남부지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한 뒤 전자산업 직업병 피해자 14명을 대리해 산업재해 신청을 했다.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 협력업체 등에서 일하다 폐암, 만성피부...
노동 인권, 자녀 건강까지 넓고 깊게 제1252호 “약자의 유일한 무기는 논증이다.” 리영희 선생은 말했다. 군부독재와 언론 탄압에 맞섰던 선생이 쥘 수 있었던 한 가지는 이성적 추론을 통한 지식뿐이었다고. 리 선생은 평전에서 “이성의 신봉자들이 종교적 권위나 세속적 권력의 본질인 무지, 편견, 폭력, 아집 등과 싸워온 기록은 눈물겨울 만큼 감동적”이라고 …
정부는 ‘직업병’을 인정하라 제1252호 “이 문제를 계기로, 우리 국가와 사회가 노동자의 건강권이라는 기본적 인권 보장을 위해 무엇을 다해야 할지 함께 고민해보자. 정부를 대표해 고용노동부, 국회를 대표해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가 ‘시즌2’를 이끌어나가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2018년 11월2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반도체 ...
말로만 듣던 일이 나의 현실로 제1252호 김성광(35·가명)씨는 기자와 처음 만난 자리에서 갑자기 다리가 마비됐다. 뇌종양 제거 수술 뒤 찾아온 뇌전증 때문이다. 오른쪽 팔다리가 마비되거나 통제가 안 돼 휘어지곤 한다. 김씨는 2010년 5월 삼성전자 LCD부문으로 입사했다. 충남 천안공장과 삼성전자 중국 쑤저우공장(SS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