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전탑보다 더 싫은 건 내 이웃을 잃는 일이야”제979호경남 밀양에서 태어났다. 밀양 고정마을에서 자라, 차로 20분 거리인 여수마을로 시집왔다. 한평생 밀양을 떠나본 적 없고, 농사 외에는 지어본 적이 없다. 시골 아낙으로 살아왔다. 특이사항을 붙이자면, 조금 씩씩한 시골 아낙 정도였다. 김영자(56)씨를 처음 만났을 때, 나는 농사짓는 사람...
동화책으로 나누는 평화제977호버마(미얀마) 하면 우리는 어떤 것을 알고 있을까. 아웅산 테러 사건과 버마 독재정치에 맞서 민주화운동을 벌이고 있는 아웅산수찌 여사 정도일 것이다. 아시아라는 테두리에 있지만 멀고 멀게 느껴지는 나라가 버마다. 그런 버마에서 한국 동화가 그 나라의 언어로 번역돼 널리 읽히고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단다. 이런 ...
산을 닮은 여자 물을 닮은 남자 제975호산을 닮은 부부는 다섯 칸 나무집에 산다. 집 이름도 ‘산을 닮은 집’. 줄여서 ‘산집’이라 한다. 집 모양이 뫼산(山)자를 닮아 안주인 최영자(46)씨가 붙인 이름이다. 거실과 주방, 살림집을 겸한 본채 양옆에 작고 큰 방 두 개씩을 나란히 이어 붙였다. 집은 설계부터 시공까지 바깥주인 김욱철(...
나는 별 아저씨 황홀함 찾아 떠도네 제973호“애를 네가 낳았어? 애를 네가 낳았냐 고?” 어느 아침, 권오철(40)씨의 부서장은 부하 직원을 세워두고 사무실이 떠나가라 독설을 퍼부었다. 고개를 푹 숙이고 어린아 이처럼 야단을 맞는 직원은 난산 끝에 아이 를 낳은 아내 곁을 지키느라 평일 하루 휴가 를 썼다가 된통 당하는 중이었다. 지켜보는 ...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제971호2013년 5월20일 오전 9시, 에베레스트 정 상 8848m. 세계 최단기간 히말라야 8천m급 14좌(봉 우리) 무산소 완등이자 국내 최초 무산소 완 등 기록을 세운 순간, 김창호(46) 대장은 감 격해할 힘도 겨를도 없었다. 몸무게를 줄이 느라 며칠 동안 물 한 모금 먹지...
나랑 노동은 평생 가는 거 아닌가요제969호처음 하는 아르바이트, 직접 돈을 버니 그 소중함을 알게 됐다. 일하는 부모님은 얼마 나 고생이 많으실까. 첫 월급을 받으면 부모 님 선물부터 사야지. 이런 모범생 같은 청소년이 있다고 하자. 패스트푸드점도, 주유소도 좋다. 편의점도 괜찮다. 어딘가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고 하 자. 예상컨대, ...
“내 몸이 아프니까 남들도 아프겠다”제967호수많은 공모전이 있고 그만큼의 문학상이 있다. 책과 문학이 외면받고 있다는 요즘 시 대에 오히려 문학상은 넘쳐나고 있다. 그리 고 또 하나의 문학상이 추가됐다. 그 성격은 앞서의 경우와 다르다. 노숙, 쪽방, 비닐하우 스 등에 기거하는 주거취약계층의 예술적 가능성을 일반 시민과 함께 나누려는 ‘민들 레예...
“고물들을 들고 오니까 오래된 내가 있어야지”제964호속상한 일이 있을 때마다 서울 황학동에 놀러갔다. 온갖 진기한 것들이 널브러진 시장 속 인파에 섞여 있다보면 한나절이 훌쩍 가곤 했다. ‘오디오계의 맥가이버’로 불려 “황(黃)색의 학(鶴)이 날아든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데 ‘도깨비시장’ ‘벼룩시장’으로도 불렸어. 속된 말로 아기엄마만 처녀로 못 만들...
조금 덜 일하고 조금 더 행복하길제962호눈을 뜬다. 오늘 할 일을 떠올린다. 며칠 째 제자리걸음인 마감을 끝내야 한다. 오전에는 까다로운 취재가 잡혀 있다. 분주한 하루다. 집을 나서는 길, 편의점에 가 초코우유를 하나 산다. 이걸 마시면 좀 나으려나. “매일 아침 초코우유 한 잔씩 마시는 거죠.” “7년 동안 한 번도 못 쉬었...
문턱 낮고 미더운 한의원을 아시나요제960호“양의는 훌륭한 진단기계를 많이 갖춰야 하고 약품도 대규모 설비로 제제해야 하므로 돈이 많지 않으면 치료를 충분히 받을 수 없다. 하지만 한의는 약물을 쉽게 구할 수 있고 치료도 하등의 설비를 필요로 하지 않아서 민중의료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진료는 일종의 위로 과정이다 근대 한의학의 선구자로 해방 …